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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시승기, 아웃사이더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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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의 C-세그먼트 MPV,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컴팩트한 차체에도 이름처럼 공간(space) 활용도를 극대화한, 매력적인 투어러다. “만능 패밀리카” 카니발의 아성에 밀려나 아웃사이더 신세지만, 부담없는 사이즈에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원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대안이다.

전례 없는 팬데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공간’이다. 외출이 제한되고 재택근무가 늘자 나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간을 확보하고 꾸미는 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 집에서는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테리어 및 가구 업계의 매출이 치솟는 한편, 자동차 업계에서는 오토캠핑과 차박 열풍이 불고 있다. 자연히 자동차를 선택할 때도 ‘공간’은 중요한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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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이 시국” 트렌드에 잘 맞는 차다. 올해로 출시 7년차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톡톡 튀는 디자인과 놀라운 공간활용도를 갖췄다. 탁월한 효율의 파워트레인도 여전하다. 누구라도 이 차를 타 본다면 매력이 넘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의 전신은 그랜드 C4 피카소다. 일견 애매모호한 이 차의 정체성은 이름을 차근히 뜯어보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C-세그먼트 컴팩트 카인 C4를 바탕으로, 시트로엥의 MPV 라인업 서브네임인 ‘스페이스투어러(2018년 이전에는 피카소)’를 붙였다. 여기에 차체 길이를 늘린 7인승 모델은 ‘그랜드’까지 더해진다. 즉, C-세그먼트 7인승 MPV라는 뜻이다. 예사롭지 않은 디자인과 콘셉트를 암시하던 과거의 이름, 피카소에 비하자면 새 이름은 훨씬 길고 밋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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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름 외에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존재감이 확실한 디자인이 그대로인 점은 참으로 다행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어색해 보였던 4등식 헤드램프는 이제 업계의 일반적인 트렌드가 됐다. 프랑스 회사들의 디자인 감각이 시대를 앞서 있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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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은 4,600mm로 현대차 아반떼와 비교하면 50mm가 짧고, 전폭은 아반떼와 동일한 1,825mm다. 넉넉한 공간을 지닌 7인승 MPV임에도 크기가 준중형 세단 정도에 불과해 좁고 막히는 도로에서도 운전에 부담이 없다는 건 이 차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현행 카니발이 전장 5,155mm에 전폭 1,995mm라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걸 상기해 보자. 운전이 미숙하거나 주차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카니발의 큰 몸집은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차체가 작다고 해서 실내도 비좁을 거라 단정지으면 안 된다. 휠베이스는 무려 2,840mm로, 차체 크기가 비슷한 아반떼보다 120mm나 길고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같다. SUV로 비교하자면 싼타페(2,765mm)와 팰리세이드(2,900mm)의 중간 쯤이다. 게다가 전체적인 디자인도 A-필러가 상당히 전진한 캡 포워드 스타일이기 때문에 차내에서 체감되는 공간감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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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감을 극대화 시켜주는 요소가 넓은 시야다. 두 갈래로 갈라진 A-필러, 선바이저를 젖혀 개방감을 키워주는 파노라믹 윈드 스크린과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까지! 요즘 차 답지 않게 숄더 라인도 낮아 측면의 시야도 탁월하다. 마치 달리는 유리온실 안에 탄 기분이다. 덕분에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에 타면 좁다거나 답답하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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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2021년형 상위 트림인 ‘샤인 팩’ 모델로, 완숙한 사양을 두루 갖췄다. 천연 가죽 시트에 마사지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며, 동승석에는 고급 MPV 2열 시트에나 적용되는 다리 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된다. 1열 시트에 이런 기능이 탑재된 건 처음 본다. 시트로엥은 “성인 남성도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브 박스 부피가 커 다리를 뻗으려면 시트를 한참 뒤로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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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공간은 편의사양이 화려하지 않지만, 공간 활용도의 끝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차와 달리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의 2열 시트는 1:1:1 규격으로 만들어져 세 사람이 앉아도 가운데 자리가 크게 불편하지 않다-물론 좌우의 시트는 다른 차보다 불편하다는 게 흠이다. 폴딩도 세 개의 시트가 개별적으로 이뤄져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3열 시트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거의 쓸 일이 없기 때문에 폴딩된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이 타기에 썩 유쾌한 공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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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트렁크 공간은 645L, 2열까지 폴딩 시에는 무려 1,843L에 달한다. 만약 이로도 부족하다면 1열 센터 콘솔 박스를 탈거하거나 아예 동승석 시트를 앞으로 젖힐 수도 있다. 2·3열은 풀 플랫 폴딩이 되고 동승석 시트도 제법 많이 젖혀지기 때문에 2m가 훌쩍 넘는 긴 화물도 어렵지 않게 실을 수 있다. 전폭과 전고의 한계로 폭이 넓은 짐을 싣기는 다소 불편하지만, 부피가 큰 짐을 싣는 경우 오히려 플랫 폴딩이 되지 않는 카니발보다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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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형의 파워트레인은 2.0L 디젤 엔진이 삭제되고 1.5L 디젤 엔진으로 단일화됐다. 실제 구매자들이 퍼포먼스보다는 효율과 실속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 데에 따른 변화다. 최고출력은 131마력, 최대토크는 30.6kg.m을 내는데, 작은 배기량에도 실제 주행에서 출력 부족을 느끼기는 어렵다. 저회전 영역에서 토크가 넉넉하게 뿜어져 나와 1,620kg의 공차중량에도 경쾌하게 가속한다. 8속 자동변속기 역시 뛰어난 직결감으로 주행 성능을 보탠다.

승차감은 ‘컴포트’를 중시하는 시트로엥 답게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C5 에어크로스에 적용된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댐퍼는 적용되지 않지만, 서스펜션 세팅을 최적화해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잡았다. 최근 브랜드와 차종을 막론하고 많은 차들이 스포츠성을 추구하며 단단한 세팅을 지향하는 와중에 이처럼 편안함을 중시하는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의 승차감은 차별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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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연비는 복합 14.5km/L, 도심 13.5km/L, 고속 16.0km/L이다. 약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이 약 50:50이었던 시승 간의 평균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약간 낮은 13.5km/L을 기록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그리고 시승 간 항상 많은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준이다. 혼자 주행한다면 공인연비를 넘는 실연비를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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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S 기능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긴급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등이 탑재된다. 차선 이탈을 막는 조향 보조 기능은 적극적으로 차선을 따라가는 방식은 아니다. 또 360˚ 서라운드 뷰 카메라의 화질은 신차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쁘다. 베이스가 다소 오래된 모델의 한계일까? 최신 모델들에 비해 떨어지는 ADAS 성능은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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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장단이 뚜렷한 차다. 화려한 반자율주행과 최신 사양, 웅장한 차체와 넉넉한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개성이 넘쳐 흐르는 디자인과 운전하기 쉬운 컴팩트한 차체, 그럼에도 깜짝 놀랄 만한 공간 활용도, 그리고 현대인의 부족한 일조량을 채워주는 개방감은 다른 차로 대체 불가능한 장점들이다. 대중성과 무난함이 요구되는 시장에서는 “아웃사이더”지만, 유명 톱스타보다 더 끌리는 인디 밴드의 음악처럼 구매자의 취향만 맞는다면 큰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서두에서 언급했듯 공간이 대두되는 2020년 자동차 시장에서,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의 넓고 매력적인 공간은 여행이나 차박은 물론 실용성 측면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지닌다. 이 차만의 독보적인 장점에 끌린다면 단점을 감수하더라도 구입할 가치가 있다. 다만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각오를 단단히 다질 것. 이 차를 사면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차냐고 물어볼 것이고, 매번 긴 차명을 장황하게 읊어줘야 할 것이며, “그 돈이면 카니발을 사지”라는 무심한 비아냥을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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