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잡는 게 매일까? 진짜 매니까 꿩을 잡은 걸까?
인피니티 G25 스마트가 조용하게 인기를 확대해 가고 있다. 사실 매력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570만원을 인하하면서 동급 최강의 3,770만이라는 가격표를 달게 되면서 인피니티의 화려함과 퍼포먼스를 선망하던 이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게 됐다. 지난 9월 판매가 100대를 넘어서더니 이제는 3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까지 한단다.
G세단은 2006년 G35와 G35S가 들어오면서부터 동급 최강의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강력한 엔진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연비와 가격에 좌지우지 되면서 퍼포먼스를 앞세운 G35는 그 수요층이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2008년 G37로 파워트레인을 업그레이드하였고, 2010년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상품성은 더 좋아졌지만 역시 시장 확대는 힘든 분위기였다. 이에 한국 닛산은 2011년에 과감하게 G25를 투입했고 여전히 우아한 디자인에 부족하지 않은 퍼포먼스, 그리고 가격과 연비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나름 새로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렉서스 IS250 등이 차례로 신형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인피니티는 G 세단의 후속 성격이 조금은 포함된 Q50을 선보이면서 G세단의 위치는 불안해 지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국 닛산은 Q50의 도입과 상관없이 G25도 계속 판매할 계획이며 지난 여름 과감한 가격인하로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G25를 만난 후 오랜만에 G25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최신 트랜드인 ‘스마트’라는 이름을 달았다.
디자인은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련된 느낌이 난다. 화려하다. 인피니티를 미워하기 힘든 이유다. 인테리어도 멋지다. 한 때 동급 최고의 인테리어로 평가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같은 평가를 하기는 힘들지만 여전히 마음에 든다.
하지만 동급 최고의 휠베이스 2,850mm가 만들어 내는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그 공간을 풍성하게 채워 줄 보스 오디오의 파워풀하고 섬세한 사운드는 역시 G세단의 최고 경쟁력이다. 그런데 G25는 출시 된 지 오래다 보니 최신 트랜드인 블루투스가 지원되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도 스타일 대비 퍼포먼스는 떨어졌었다. 그런데 이번에 화면이 바뀌었다. 아마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가 손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외장형이긴 하지만 블루투스 시스템을 갖췄다.
엔진 스타트 버튼 아래 동그란 버튼 비슷한 것이 하나 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외장형 블루투스 장치다. 벨킨 제품으로 스마트 폰 등과 연결하면 오디오의 AUX를 통해서 음악을 들려 준다. 벨킨 장치의 버튼을 5초 정도 길 게 누르고 있으면 페어링 모드가 되고 쉽게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블루투스를 통해 전달되는 오디오 사운드도 전달 매개가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다 보니 매우 훌륭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차량 자체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간단한 외장 시스템 하나 추가로 최신 스마트폰을 보다 폭 넓게 활용할 수 있게 한 순발력이 돋보인다.
V6 2.5 VQ25HR 엔진과 새로운 7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빈틈없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 급의 모델들이 보통 2리터 엔진을 기본으로 얹고, 3리터 이상이면 고성능 모델로 평가하는데, VQ25HR은 고성능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변속기는 노멀 모드에서도 조금은 스포츠 모드 성향을 보인다. 변속 시에 스포츠 모드에서 받을 수 있는 고토크 상황을 가끔 표출하는 것이 그렇다. 어떤 상황에서도 더 부드러운 가속 페달 조작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인피니티의 성격이 G25 스마트에서도 살아 있다.
이번에 새롭게 좋은 점수를 준 부분은 승차감이다. 그 동안 G 세단을 타면 일단 퍼포먼스에 매료되면서 자연히 관심도 퍼포먼스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접근 자체를 엔트리급 패밀리 세단 쪽으로 하다 보니 안정적이면서 매끄러운 서스펜션 반응이 부각돼서 다가왔다. 비교적 노면의 상황을 잘 전달하면서도 매끄러운 승차감을 표현하는 능력이 세련됐다.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전에 미처 느껴 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게다가 시트도 무척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 주어 운전 시 피로감을 확실히 줄일 수 있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이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 차가 4천만 원대 중 후반의 가격이었다면 이런 눈으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나라도 더 비교하고 지적할 만한 것을 찾으려고 애 섰을 텐데, 3천만 원대 중반을 크게 벗어나지 않다 보니 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경쟁력이 뛰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디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G25 스마트는 가솔린 엔진이다. 연비에서 디젤 엔진을 따라 갈 수 없다. 하지만 평소 주행 거리가 많지 않은 이들이라면 가격 대비 퍼포먼스가 높은 V6 가솔린 엔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근 디젤 모델을 시승하고 나면 가솔린 엔진인지 착각할 정도로 조용하다고 평가를 하게 된다. 사실이다. 소음에 민감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하지만 그 명제 자체가 디젤은 시끄럽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차 중 진동은 아직까지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반면 6기통 VQ엔진의 정숙성은 디젤 엔진이 결코 따라 올 수 없는 장점이다.
G25 스마트는 이제 모델이 나이를 비교적 많이 먹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나, 퍼포먼스나, 장비 면에서 여전히 동급 경쟁 모델 대비 매우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본질적인 가치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자가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G25 스마트에 충분히 눈길을 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