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untact) 열풍이 강해지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차박 수요에 발맞춰 “차박 마케팅”이 어느 때보다 인기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이 잇달아 차박을 주요 무기로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차박’은 자동차와 숙박의 합성어로, 자동차의 2열 시트 등을 폴딩하고 차 안에서 자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창궐로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해 떠나는 캠핑 열풍이 불면서, 텐트를 치지 않아도 차 안에서 편하게 숙식할 수 있는, 이른바 ‘차박 캠핑’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6일부터 4세대 신형 투싼(코드명 NX4)의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신형 투싼은 기존 대비 150mm 늘어난 전장, 85mm 늘어난 휠베이스와 폴드 & 다이브 방식으로 풀 플랫 폴딩을 제공하는 2열 시트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실제 TV 광고에서도 공간 활용도를 부각시켜 차박 여행 콘셉트를 내세우고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차량들도 차박 분위기로 꾸미는 등, 차박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싼타페·투싼과 캠핑용품을 1박2일 대여해 주는 차박 체험 시승 서비스 ‘휠핑’을 런칭, 체험형 시승을 통한 고객 사로잡기에 나섰다.
28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티볼리 에어도 마찬가지다. 티볼리 에어는 지난 해 단종됐다가 1년여 만에 부활한 티볼리의 롱바디 버전이다.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879mm 깊이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게 특징이다. 쌍용차는 아예 사전계약 보도자료에서부터 “언택트 차박에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티볼리 에어의 재출시 배경에도 이러한 트렌드가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 해 신형 코란도와의 판매 간섭, 배출가스 인증 등의 문제로 단종시켰으나 형 뻘인 코란도보다 더 깊은 공간을 갖춰 차박 캠핑에 특화돼 있기 때문.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쌍용차로선 장기적인 판매 간섭보다 당장 수요가 발생하는 모델을 파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차박 열풍은 중고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박이 가능한 SUV나 왜건 수요가 크게 늘었다면서 “SUV 시세는 차박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춰 차박에 유리한 대형 SUV, 밴 등의 시세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에도 오히려 오름세다. 일부 오래된 차종들은 몇 달 새 2배 가까이 시세가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트렌드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했던 레저·캠핑 수요가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 큰 틀에서는 시장의 SUV·RV 편중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그간 좀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던 왜건이 차박 열풍에 힘입어 부활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차의 공간 활용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2열 레그룸과 트렁크 적재능력 정도였지만, 이제는 차박 가능 여부가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부가적으로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차박 관련 액세서리나 추가 옵션의 판매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