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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글러 적수” 포드 브롱코의 역사… 국내 출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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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공개된 포드의 오프로더, 브롱코(Bronco)가 우리나라에서도 화제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던 모델의 후속 신차가 아닌 완전 신차가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국내에서 일고 있는 SUV 열풍의 수혜는 물론,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마초적 심리를 자극하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이 인기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포드 브롱코는 1996년 단종된 뒤 무려 24년 만에 부활한 모델이다. 중간에 긴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포드의 간판 스포츠카 머스탱과도 맞먹는 역사를 지녔다. 팬들의 염원 속에 마침내 부활한 포드 브롱코의 역사를 살펴본다.

태생부터 지프의 적수… 소형 SUV의 조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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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코의 탄생비화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드의 경영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포디즘에 입각한 소품종 대량생산 전략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호황을 맞은 미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라이벌 GM은 자동차 금융 연계 상품과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통해 포드를 압박해 오고 있었다.

헨리 포드 2세 사장은 개성 없고 지루한 포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반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당시 포드의 제품 매니저인 도널드 넬슨 프레이는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를 위한 저렴하고 스포티한 차종을 개발한다.

리 아이아코카(왼쪽)와 도널드 N. 프레이. 머스탱과 브롱코를 만든 주역들이다.

리 아이아코카(왼쪽)와 도널드 N. 프레이. 머스탱과 브롱코를 만든 주역들이다.

도널드 프레이는 유능한 기획자였다. 젊은 시절 디자인, 설계, 세일즈 부서를 모두 섭렵했던 경험 덕에 시장의 트렌드와 소비자의 심리를 읽을 줄 알면서도 공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제품을 기획해낼 수 있었다. 또한 그의 동료이자 상사였던 리 아이아코카 부사장의 지지 덕에 프레이가 기획한 제품들은 지난한 설득 과정 없이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었다. 프레이의 대표작으로는 포니카의 원조인 머스탱이 있지만, 브롱코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머스탱(Mustang)과 브롱코(Bronco)는 “미국산 야생마”라는 뜻의 유의어인 두 모델의 이름만 봐도 같은 개발 사상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스탱은 컴팩트 스포츠카로서, 브롱코는 소형 오프로더로서 개발됐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브롱코는 당시 소형 오프로더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CJ-5 지프를 정조준하고 개발됐다. CJ-5 지프는 1954년 출시됐는데, 한국전쟁 때 사용되던 M38A1 지프와 비교해 봐도 스타일링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그다지 진화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싸고 실용적이며 고치기 쉬워 다방면으로 활용됐지만, 보다 개성있고 쾌적한 주행감각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움이 큰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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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포드는 브롱코를 개발하면서 다른 차와 공유하지 않는 완전 전용 설계를 채택해 작은 차체에도 경쟁 모델보다 뛰어난 승차감과 승용차에 준하는 편의사양까지 챙겼다. 생산 단순화를 위해 후륜구동 옵션을 배제하고 전 모델에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기본 탑재했는데, 이는 오히려 브롱코의 험지주파능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강렬한 인상의 외관 디자인에 승용차급 편의사양, 넉넉한 출력의 6기통 및 8기통 엔진 라인업, 3도어-2도어 픽업-로드스터 등 3종의 바디 타입 등을 갖춘 브롱코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차였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에서 최초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port Utility Vehicle, SUV)’라는 용어를 쓴 오프로더로 기록되기도 한다. 즉, 오늘날 유행하는 소형 SUV의 원조 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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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코의 출시 당시 가격은 2,194달러로, 오늘날 물가로 환산하면 2,000만 원에 불과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상품성 덕에 브롱코는 큰 인기를 끌었고, 11년 간 22만 대 넘게 팔렸다. 머스탱에 비하자면 적은 판매량이었지만, 오늘날처럼 SUV가 유행하지 않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대히트였던 셈이다.

 

대형 SUV로의 변신, 그리고 O.J.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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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의 선구자 역할을 한 브롱코였지만, 1977년 출시된 2세대부터는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 브롱코에 자극받아 탄생한 쉐보레 블레이저, 지프 체로키 등이 픽업트럭 프레임에 스테이션 왜건 차체를 얹어 등장하면서, 브롱코 역시 F-시리즈 픽업의 프레임을 활용해 전장 4.5m급 풀사이즈 SUV로 변신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런 픽업트럭 섀시의 3도어 SUV가 대거 등장했는데, 이는 오늘날 중대형 SUV들의 시조로 여겨진다.

몸집을 키워도 브롱코의 인기는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인기가 치솟았다. 연간 1~2만 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1979년 무려 10만 4,038대를 기록했다. 오일쇼크의 여파로 미국차들이 몸집을 줄이던 시기였지만, 브롱코는 시장을 리드하며 성공적으로 판매를 이어나갔다. 1983년에는 보다 작은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레인저 픽업 기반의 중형 SUV ‘브롱코 II’도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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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행의 변화를 먼저 감지해 성공했던 브롱코는, 결국 유행을 읽지 못해 사라지게 된다. 1990년대 들어 오프로드 성능보다는 승차감을 중시한 도심형 SUV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픽업트럭 기반의 브롱코는 도심에서 주행하기에 쓸데없이 크고 불편하기만 했다. 게다가 5도어 SUV가 유행하면서 3도어 뿐인 브롱코의 바디 타입도 발목을 잡았다.

포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해 1991년에는 브롱코II를 단종시키고 익스플로러를 출시한다. 익스플로러의 성공은 풀사이즈 브롱코의 판매에도 영향을 줬고, 연간 5만 대 선을 유지하던 판매량은 91년을 기점으로 반토막 난다. 결국 5세대 브롱코는 연간 3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간신히 유지하다 1996년 단종된다. 포드의 풀사이즈 SUV 자리는 이후 익스페디션이 대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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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지막 세대였던 5세대 브롱코는 뜻밖의 명성(?)을 얻기도 했는데, 바로 1994년 미국 전역을 뒤흔든 ‘O.J.심슨 사건’ 때문이다. 유명 미식축구 선수인 O.J.심슨이 자신의 전처 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었는데, 체포 당시 그가 자신의 포드 브롱코를 타고 경찰과 도주극을 벌이는 모습이 TV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도 미국 중년층에게는 “포드 브롱코=O.J.심슨의 차”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게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는 이번에 공개된 6세대 브롱코의 신차발표회에도 영향을 줬다. 당초 브롱코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는 7월 9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하필 그 날이 O.J.심슨의 생일이었던 것. O.J.심슨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논쟁이 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4일 뒤인 7월 13일로 행사가 연기됐다.

 

정통 오프로더로의 복귀… 국내서도 ‘기대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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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이후 4반세기동안 명맥이 끊긴 브롱코지만, 2020년 마침내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당초 지난 4월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 가량 연기됐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브롱코는 오랜 기다림 만큼이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신형 브롱코는 레인저 픽업트럭의 프레임 바디를 활용한다. 풀사이즈 SUV였던 선대 모델들보다는 몸집을 줄여 2도어 버전은 전장 4.4m, 4도어 버전은 전장 4.8m 정도다. 크기로만 봐도 정확히 지프 랭글러를 정조준한다. 초대 브롱코 역시 CJ-5 지프와의 경쟁을 염두에 뒀던 걸 생각하면, 반세기 만에 다시 라이벌과 맞붙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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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초대 브롱코의 아이코닉한 요소들을 빼닮았다. 각진 차체, 원형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 세로형 테일램프와 투톤 루프 등이다. 하지만 디자인 요소 외에도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과 뛰어난 편의성 등, 초대 브롱코의 성공 요인들을 한 데 모아뒀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2.3L 에코부스트 엔진과 6기통 2.7L 에코부스트 엔진 등 2종류가 제공되며, 7단 수동변속기와 10단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은 전 모델 기본 적용되지만,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오프로드 성능이 더 강화된 전자-기계식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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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에는 독립형 서스펜션이 탑재돼 승차감을 높였고, 12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초대 브롱코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 디자인이 적용됐다. 대쉬보드 상단에는 액션캠, 스마트폰 등을 거치할 수 있는 액세서리 레일이 장착돼 사용 편의성 또한 극대화됐다. 그 밖에도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탑재하는 등,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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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코는 현재 미국에서 사전계약에 돌입했으며, 이르면 내년 봄부터 본격적인 고객 인도가 시작된다. 우리나라 출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포드 코리아는 브롱코의 국내 도입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출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말 경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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