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용인 에버랜드 포레스트캠프에서 미니 컨트리맨의 부분변경 모델 실물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지난 달 BMW 5·6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두 번째 월드 프리미어 행사다. 한 달 간격으로 우리나라에서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치뤄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도 모아졌다.
그간 수입차의 신차 공개에서는 ‘변두리’였던 한국이 월드 프리미어의 무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작지만 고가 수입차 판매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뛰어난 “효자 시장”일 뿐 아니라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향후 수입차 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차발표회 현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BMW 그룹은 지난 5월 27일,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5시리즈와 6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신차발표회를 취소하거나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진행하는 가운데, 매우 이례적으로 진행된 오프라인 발표회다. BMW 코리아는 이날 드라이빙 센터의 차량에 탑승해 프레젠테이션과 언베일링을 관람하는 ‘자동차 극장’식 행사 진행을 통해 언택트 시대에 적합하게 월드 프리미어를 성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컨트리맨 월드 프리미어 행사 역시 참석자들 간에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행사가 진행되는 등, 생활 방역에 신경쓴 모습이다. 5시리즈에 비하자면 이미 차량의 공식 이미지와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실물만 공개하는 자리였던 만큼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월드 프리미어 행사 경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물론 올해가 BMW 코리아 25주년, 미니 코리아 15주년 등 한국법인의 “운때”가 잘 맞아 행사를 유치할 명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 수입차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로 글로벌 기준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유치한 배경이다.
5시리즈와 컨트리맨 이전에도 국내 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수입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트림이나 엔진이 추가된 모델에 불과해 사실 상 구색 갖추기 수준이었다. 내·외관 디자인이 대대적으로 변경되고 주요 사양이 바뀌는 부분변경 모델이나 풀체인지 모델의 월드 프리미어는 국산차 외에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의 존재감이 커 지면서 해외 제조사들의 관심도도 꾸준히 증가세다. 올해 1~5월 수입차 판매량(*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 기준)은 9만 4,7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 대다수가 코로나19 사태로 큰 폭의 판매량 감소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장세다.
특히 한국의 경우 소형차보다 중·대형 모델의 판매가 주를 이루면서, 시장 규모 대비 수익성이 매우 뛰어나다. BMW 5시리즈만 하더라도 현행 모델 출시 이래 전 세계 판매량의 12%가 한국에서 팔리며 독보적인 세계 1위 판매량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역시 E-클래스 세계 1위, S-클래스 세계 2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모두 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 모델이다.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존에 월드 프리미어 무대로 애용되던 미국, 유럽, 중국 등지가 코로나19 사태로 말 그대로 “초토화”되면서, 진정세로 접어든 한국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성숙기임에도 꾸준히 성장세인 시장 규모, 안정적인 방역 상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오프라인 신차발표회 행사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
업계에서는 BMW와 미니를 필두로 향후 한국에서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 중이다. 특히 미국, 유럽보다도 잘 팔리는 중·대형 고가 모델이 유력하다. 당장 올해 3분기 공개를 앞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의 신차가 한국에서 최초로 언베일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대다수가 신차발표회를 포기하거나 디지털 언박싱으로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BMW가 한국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무사히 마치면서 해외 제조사들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됐다”며, “이번 월드 프리미어 행사들을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