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전략 차종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 호조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수출물량 확보에 집중하면서 내수 판매량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부품공급이 안정화되면 내수와 수출 모두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GM은 지난 5월 내수 5,993대, 수출 1만 8,78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월대비 10.6%, 전년동월대비 10.9% 감소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올해 초 출시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5월 956대가 팔리며 스파크의 뒤를 이어 한국GM의 주력차종으로 떠올랐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은 전월대비 45.6% 급감해 외견 상 판매가 위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GM의 올 1~5월 내수 전체 판매량 중 트레일블레이저의 비중은 20.5%에 달한다. 다섯 달동안 판 차 5대 중 1대는 트레일블레이저인 셈이다. SUV·RV로만 범위를 좁히면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 중 55.7%가 트레일블레이저다. 1월 중순 출시돼 설 연휴 등으로 연초 영업일이 적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인기다.
실제로 국내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주문대기 물량은 5,00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주문해도 최장 10주가량 대기해야 한다.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 물량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현재 한국GM 전체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당초 1분기 중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출시 시기가 미뤄졌다. 현재는 출시를 앞두고 초기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수출물량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한국GM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GM은 부평1공장에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의 트레일블레이저를 전량 생산한다. 6월이 지나면 미국에서도 재고물량이 충분히 확보되면서 내수 공급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현재 주문이 밀려있는 만큼 6월부터는 내수에서도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GM 부평공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기존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던 트랙스의 라인을 가져온 부평2공장은 거의 100%에 가까운 가동율을 보이고 있으며, 트레일블레이저가 생산되는 부평1공장 역시 부품수급만 안정되면 가동율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코로나19 사태다.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에 투입되는 부품 중 일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부품의 수급이 지연되면서 지난 5월에는 생산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따라서 부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통해 내수·수출 모두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트레일블레이저 성공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는 가장 인기있는 소형SUV 세그먼트이자, 상품성과 디자인, 가격 등 여러 요소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라며 “내수와 수출 양면에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