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BMW가 5시리즈와 6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형 5·6시리즈는 디자인은 물론 성능 면에서도 신규 엔진을 대거 적용하면서 비즈니스 세단 시장에서의 인기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한국의 5시리즈 판매량은 세계 1위로 5시리즈 글로벌 판매량의 12%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최신 사양과 파워트레인을 대거 투입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7월, 한국 시장에서는 오는 4분기 출시되는 신형 5시리즈에는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탑재된다. 그 중 한국 시장에는 가솔린 4종, 디젤 1종, PHEV 1종 등 무려 6종이 출시 예정인데, 부분변경임에도 전 엔진 라인업이 새롭게 개선되면서 기대를 모은다.
4기통·6기통 전 모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탑재… 디젤은 대폭 축소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주력이 될 520i, 530i, 540i, 523d 등 4기통·6기통 전 라인업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차량의 공급 전압을 48V로 높여 차량 내부의 각종 기능들을 전동화하고, 필요 시 구동에도 힘을 보태 출력과 효율을 향상시키는 보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48V 시스템을 탑재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고 11마력을 발휘하는 모터가 스타터와 제너레이터를 겸해 차량 내부의 다양한 전기장치에 동력을 공급하고 급가속 시에는 구동계에 힘을 보태 엔진 반응속도와 순간 가속력을 높여준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과의 궁합이 매우 좋은데, 15km/h 이하로 속도가 줄어들면 미리 시동을 끄고 재출발 시에도 별도의 스타트 모터가 없기 때문에 부드럽게 시동이 걸려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한다. 25~160km/h의 속도 영역에서 정속주행 중이라면 언제든 시동을 끄고 전기모터만으로 구동해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주력 모델들의 제원 상 엔진 성능은 기존과 비슷하지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덕에 반응성과 가속력, 연료효율은 나아질 전망이다. 가솔린 라인업 520i, 530i, 540i의 최고출력(HP)은 각각 184마력, 252마력, 333마력이다.
가솔린 라인업을 촘촘하게 채우는 한편, 디젤 라인업은 대폭 축소된다. 6기통 디젤 모델은 아예 국내 출시되지 않으며, 기존 520d에서 이름이 바뀐 523d만 판매된다. 523d 역시 48V 시스템이 조합되며, 제원 상 최고출력은 190마력으로 기존 520d와 동일하다. 하지만 엔진 내부에서는 여러 개선이 이뤄져 연료분사압력이 높아지고 유로-6d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저감기술이 탑재된다.
“리틀 M5″ M550i 첫 출시… M550d는 단종 수순
신형 5시리즈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라인업이 가솔린 V8 엔진을 탑재한 M550i다. 기존 모델에는 직렬6기통 쿼드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된 M550d가 있었으나, 배출가스 규제 등의 문제로 M550d는 글로벌 시장에서 단종 수순을 밟는다.
M550i는 M5를 제외하면 5시리즈 라인업 중 유일한 V8 엔진 탑재 모델이자, M5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해 “리틀 M5″라고 불릴 만하다. 4.4L V8 엔진에 2개의 트윈스크롤 터보차저가 더해져 최고출력(HP)은 530마력, 최대토크는 M5와 동일한 76.5kgf.m에 달한다. 여기에 M550i만을 위한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가 조합돼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낸다.
이는 부분변경 이전 M550i의 최고출력(455마력)에 비해 75마력이나 높아진 것으로, M5 외의 5시리즈가 500마력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M550i의 성능은 이전 세대 M5에 필적한다. 이전 세대 M5 초기모델의 최고출력은 560마력, 0-100km/h 가속시간은 4.3초를 기록했다. 이미 부분변경 이전 M550i의 0-100km/h 가속시간이 4.0초로 구형 M5보다 빨라졌던 만큼, 신형 M550i는 더 빠른 가속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M550i가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5시리즈는 비즈니스 세단 시장에서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AMG E53, 제네시스 G80에 추가 예정인 3.5 스포츠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이 400마력대로, M550i에 비해 퍼포먼스 면에서 뒤처진다. 기존의 ‘디젤 강자’ 이미지를 탈피해 퍼포먼스 중심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PHEV는 530e 한 종류만… 출력 크게 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신형 5시리즈에는 새로운 6기통 PHEV, 545e가 추가됐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530e 한 종류만 판매될 예정이다. 530e는 기존과 이름이 같지만, 성능 면에서는 큰 폭의 향상이 이뤄진다.
엔진 최고출력(HP)은 184마력, 모터 최고출력은 109마력으로 기존과 차이가 없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모터의 성능을 구동력에 최대한 보태는 ‘엑스트라부스트(XtraBoost)’ 기능이 추가되면서 시스템 최고출력이 기존 대비 40마력이나 오른 292마력에 달한다. 엔진과 모터의 힘을 동시에 최대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효율은 기존보다 나아졌다. 유럽 기준 EV모드 주행거리는 62~67km로 기존 55~58km 대비 최대 11km 늘어났다. 따라서 PHEV의 효율성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또 M 스포츠 패키지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았던 기존 모델과 달리, 신형 5시리즈에서는 PHEV를 구입하더라도 M 스포츠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게 돼 디자인 선택지도 늘어난다.
한편, 왜건 버전인 5시리즈 투어링에도 처음으로 PHEV인 530e가 추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후륜구동 530e 투어링과 4륜구동 530e x드라이브 투어링 등 2종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왜건 선호도가 낮은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