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K5가 올 하반기 북미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북미 지역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차명 ‘옵티마(Optima)’를 버리고 한국과 같은 ‘K5′로 차명을 통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산 중형 세단 최초로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AWD) 사양이 북미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지난 20일(현지시각), 기아 신형 K5 북미 사양의 연비 인증 자료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신형 K5의 북미명은 기존에 사용하던 ‘옵티마’가 아닌 ‘K5′로, 한국 시장과 동일하게 변경됐다.
‘옵티마’ 차명은 지난 2000년 기아차가 북미지역에 처음으로 선보인 중형 세단 옵티마 이래로 로체, 1·2세대 K5 등 4세대에 걸쳐 20년간 사용돼 왔다. 반면 같은 ‘K’ 돌림을 사용하는 이름은 북미 지역에 그간 소개된 바 없다. 그나마 K9이 북미명 K900으로 비슷한 형태의 차명을 채택했지만, 그마저도 한국 시장과는 상이하다.
기아차가 북미 시장에서의 차명 변경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은 작년 말부터 알려졌다. 현재 한국, 중국 등지에서는 ‘K’ 돌림 차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과거부터 사용되던 차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K3는 포르테, K5는 옵티마, K7은 카덴자로 불린다. 기아차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북미 시장의 차명을 한국과 동일하게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기아차가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차명을 적용함으로써 이미지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대 교체와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신차로 보이는 착시효과와 더불어, 기아의 영문 이니셜의 상징이기도 한 ‘K’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북미 소비자들이 새로운 차명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링컨, 캐딜락 등 미국 브랜드들의 경우 알파벳과 숫자로 차명을 짓는 ‘알파뉴메릭(alpha-numeric)’ 차명을 버리고 차종 별로 고유 차명을 부여하고 있어, 이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아차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연비 인증 자료에 따르면 신형 K5의 북미 사양에는 AWD 옵션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인증받은 차량은 K5 1.6 터보 AWD 사양으로, 180마력 사양의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한국 시장과 동일하지만 전자제어식 4륜구동 시스템이 추가된다. 하지만 AWD 시스템의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신 정보에 따르면 북미형 K5는 1.6 터보와 2.5 터보 GT 등 2개 버전으로 출시되며, 두 모델 모두 AWD 옵션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브랜드의 중형 세단이 AWD 옵션을 탑재하는 건 이번이 최초다. 그러나 북미형 K5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한국 사양에도 향후 같은 옵션이 추가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신형 K5는 당초 올 상반기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출시 시기가 올 하반기로 늦춰졌다. 구체적인 출시 일자와 사양 및 가격 등 세부사항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