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전륜구동 차량은 1997년 처음 출시됐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세대 A 클래스는 안정성 논란과 판매 중지, 리콜 등의 홍역을 겪으며 성장했다. 사실 1, 2세대 디자인은 썩 좋지 않았다. 3세대가 되면서 보기 좋은 패밀리룩을 선보였고, 4세대가 되면서 상급 차량들의 디자인을 완벽히 소화했다. 4세대 A 클래스가 공개됐을 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하나 같았다. 테일램프가 기아 K3를 닮았다는 얘기였다. 물론 실제로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전면부는 작은 CLS를 보는 듯하다. 치켜올린 눈꼬리와 헤드램프 안쪽에 자리 잡은 부메랑 형태의 주간주행등은 강인한 인상을 만든다. 헤드램프에는 기본형 LED가 들어갔고, 주간주행등은 2-way 방식으로 방향지시등을 겸한다. 벤츠의 익숙한 가로줄 그릴도 적용됐다. 커다란 벤츠 엠블럼에는 레이더나 카메라 등 특별한 장치가 없다. 범퍼 하단에는 전면 주차 센서가 위치한다.
측면부는 날렵하다. 먹잇감을 노리는 상어를 보는 듯하다. 도어 위와 아래쪽에 캐릭터 라인이 자리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단순하지만 날카롭게 접힌 주름이 적절한 엑센트를 준다. 휠은 17인치, 타이어는 205/50R17 사이즈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3가 끼워져 있다.
논란의 후면부는 실제로 봤을 때 K3와 차이가 있다. 바깥쪽으로 넓어지는 형태의 테일램프와 부풀은 펜더는 차량을 다부져 보이게 만든다. 머플러는 숨겨져있다.
실내는 이전 모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바뀌었다. 가로로 긴 디스플레이에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국내 사양에는 작은 크기의 계기판 모니터가 적용됐고, 내비게이션도 없다. 우레탄 스티어링 휠은 충격적이다. 그런데 의외로 촉감이 괜찮다. 기능성 역시 상당히 좋다.
1열 공간은 널찍하다. 다소 누운 윈드 실드에도 답답함이 없고, 좌우 너비도 괜찮다. 선루프는 빠져 있는데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2열 공간도 충분하다. 30mm 길어진 휠베이스 덕에 국산차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 됐다.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있어 3인 승차는 어렵지만, 2인 승차 시 충분한 공간을 보여준다. 다만 시트가 약간 낮게 위치해 허벅지 아래가 뜬다. 2열을 위한 공조기는 없다.
기본 370리터의 트렁크는 4:2:4 폴딩을 지원하며, 2열 폴딩 시 1210리터까지 확장된다. 폴딩을 하면 중간에 각이 생기지만 높낮이 차 없이 이어진다.
A220에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DCT가 결합되어 있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30.6kg.m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이 6.9초인데, 실제로도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움직인다.
우선 산길로 향했다. 기본적으로 승차감을 중심에 둔 세팅이다. 큰 요철을 만나서 가끔 허둥대기도 하지만 빠르게 안정감을 찾는다. 코너로 들어서면 차가 부드럽게 기울어지며 버텨낸다. 짜릿한 재미는 없지만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 나간다.
A220은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승차감은 차급 대비 고급스럽다. 실내는 중저속 영역에서 특히 조용하다. 고속, 초고속 영역에서의 안정감은 정말 좋다. 도심과 간선도로에서 50km씩 달리며 연비 테스트를 해봤는데 각각 10.5km/l(평균속도 26km/h), 18.2km/l(평균속도 70km/h)가 나왔다.
이 정도면 이 차를 안 살 이유가 있을까? 차량 가격은 3,880만 원이다. 가격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옵션들이 빠져있다. 안전 관련 옵션들은 빼먹지 않았지만, 운전 보조 및 편의 옵션들이 많이 빠져있다. 빠진 옵션을 체크하기보다 들어가 있는 옵션을 세는 편이 낫다. 물론 패키지로 구성된 옵션을 추가할 수 있고, 벤츠의 인디 오더 옵션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지만 돈이 든다. 결국 3,880만 원은 많은 운전 보조 및 편의 옵션이 없어도 되는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가격이다. 그런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차다.
3천만 원대라는 타이틀을 놓치기 싫었던 걸까? 아니면 좋은 차량이 화려한 옵션 뒤에 가려질까 겁났던 것일까? 결론적으로 ‘차’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