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티볼리를 출시했다. 티볼리는 출시 이후 4년간 국내 가솔린 SUV 전체 판매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좀 다르다. 경쟁사에서 다양한 신차 공세를 펼치고 있고, 이 신차들에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얹힌다. 이제 기존 티볼리에 들어가던 1.6 MPI 가솔린, 1.6 디젤 엔진만으로는 승부를 걸기 힘들어졌다.
쌍용차는 지난 6월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새롭게 개발된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63PS, 최대토크 26.5kg.m의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시승을 통해 확실한 동력성능의 개선을 체감했다. 지난 8월에는 동일 엔진을 약간 손봐 코란도에 얹어 출시했다. 쌍용의 새 가솔린 엔진이 B 세그먼트를 넘어 C 세그먼트 SUV까지 적용된 것이다.
지난 18일,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 다녀왔다. 이곳은 쌍용차에 들어가는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1994년부터 현재(8월 말 기준)까지 총 290만 대 이상의 누적 생산량을 보이고 있으며, 가솔린 4종과 디젤엔진 3종을 혼류생산하고 있다.
엔진은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엔진은 크게 실린더 블록과 실린더 헤드 그리고 기타 액세서리들로 구성된다. 각 부품들은 따로 가공되며, 조립 과정은 크게 6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실린더 블록을 조립한다. 이 과정은 거의 100%의 자동화율을 보이고 있다. 그다음 크랭크샤프트, 피스톤을 차례로 조립한다. 이제 뚜껑을 덮을 차례다. 실린더 헤드를 조립하는데 이곳 역시 거의 100%의 자동화율을 보이고 있다. 이제 오일 팬, 헤드커버 등을 조립한다. 마지막으로 액세서리 부품을 조립하면 엔진이 완성된다.
창원공장의 조립 및 가공라인 전체 불량률은 50~100ppm 수준이다. 50ppm은 100만 대 중 불량품이 50개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사에서 받는 부품의 불량률까지 고려한 것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코란도에 들어가는 배기량 1,497cc 가솔린 엔진은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 방식이다. 170PS의 최고출력은 5,000~5,500rpm, 28.6kg.m의 최대토크는 1,500~4,000rpm에서 나온다. 환경 인증은 EU 6d, ULEV50, SULEV 30을 받았다.
국내 환경 규제 법규 수준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가솔린 관련 규제 법규는 미국, 디젤은 유럽 법규를 따라가고 있다. 쌍용차는 “외부적으로는 배기가스 및 연비 규제에 대응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고성능 엔진과 연비 개선, 저공해 엔진의 필요성으로 새로운 엔진이 개발됐다.”며, “직분사 터보 엔진에서 문제가 되는 카본 퇴적과 관련된 부분은 MPI 엔진 수준으로 최소화시켰다.”라고 밝혔다.
이제 소형을 넘어 중형, 심지어 대형 SUV까지 가솔린 선호가 커지고 있다. 디젤 게이트와 정부의 환경규제정책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디젤 엔진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그동안 디젤 SUV에 치중하던 쌍용차가 새로운 가솔린 엔진을 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디젤 엔진을 완전히 배제시키긴 어렵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어서 만큼은 디젤 엔진이 가솔린엔진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게 디젤 엔진은 가솔린 대비 동일 배기량 기준 30%가량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인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와 같은 경쟁사와 비교하면 작은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사처럼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쌍용차는 1.5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 낮은 배기량, 저속 토크, 출력, 저공해 등 강점을 얻고자 노력했다. 실제로 1.5 가솔린 터보 엔진은 배기량 대비 높은 토크와 출력을 보이고 있다. 또, 코란도의 경우 저공해 3종 인증을 받으며 높은 친환경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쌍용차에겐 전동화 문제가 남아있다. 현재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라인업이 전무한 쌍용차에게 세계적인 전동화 추세는 무섭도록 빠르다. 이에 대해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장 민병두 상무는 “우선 내연기관 엔진을 가지고 다운사이징 및 터보를 통해 배기가스 저감 및 연비 향상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라며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전동화 전략도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 수준의 C 세그먼트 전기 SUV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을 대량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창원 공장의 입장에서 아직 여유가 조금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엔진이 필요 없는 시대는 분명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쌍용차 그리고 창원공장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