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시작된 자동차 브랜드는 상당히 많다. 비록 북유럽은 아니지만 이번 투어에서 중요한 취재 지역으로 선정한 곳이 영국이다 보니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를 최대한 많이 방문하고 싶었지만 일정상 모든 브랜드를 다 소개하긴 힘들고, 특히 아직도 진행 중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인해 영국에서 취재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재규어 랜드로버 공장이 있는 게이든에 영국 자동차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헤리티지 모터 센터다. 이와 유사한 곳으로 코번트리 트랜스포트 뮤지엄이 또 있지만 우리는 오전에 게이든 헤리티지 모터 센터를 구경하고, 오후에 센터에 함께 있는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에서 헤리티지 드라이브를 체험할 계획을 세웠다.
영국에 도착한 다음날인 9월 13일 숙소를 출발해 약 2시간을 달려서 게이든 헤리티지 모터 센터에 도착했다.
2층 정도로 보이는 원형 건물은 멀리서 보면 마치 몽골 초원의 텐트처럼 보이는데, 실내는 상당히 넓었다. 그런데 실내에 들어서자 그 넓은 실내에 자동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시대별이나 브랜드 별, 혹은 테마별로 전시관이 구분되어 있지도 않고, 그냥 넓게 펼쳐 전시해 둔 것이다.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박물관에 딸린 창고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재규어와 애스턴 마틴은 별도의 구분된 공간을 마련해서 전시를 하고 있는데 전시된 차들이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애스턴 마틴은 건물 중앙의 2층에 부스를 마련하고 초기 모델부터 DB시리즈인 DB2, DB7 자가토, 그리고 비교적 최신 모델인 뱅퀴시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재규어는 D타입 등의 레이스카들과 전설적인 수퍼카 XJ220의 컨셉트 모델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영국까지 왔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XK120을 볼 수 없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가장 인기가 많은 E타입은 모터 센터 입구 쪽에 빨간색 차가 전시되어 있다.
오히려 넓은 면적에 펼쳐져 있는 모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영국 브랜드의 자동차들에 대한 특별한 감회에 젖어 들 수 있었다.
센터 중앙 2층에 자리한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박물관을 조금 더 둘러보다 2시 반으로 예약된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를 찾았다.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는 헤리티지 모터 센터 뒤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랜드로버의 다양한 모델들을 특설 오프로드 코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예약만 하면 모든 랜드로버 모델을 체험할 수 있는데, 체험은 유료다. 최신 모델 테스트 브라이브는 99파운드, 헤리티지 드라이브는 75파운드, 그리고 반일 체험은 225파운드다. 단 헤리티지 드라이브는 직접 운전이 아니고 동승 체험이다.
우리는 특별히 사전 예약을 통해 랜드로버 최초 모델인 시리즈 1을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시리즈 1은 체험 동승만 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미디어에 시승기를 소개한다는 목적을 잘 설명하고 양해를 얻은 것이다.
약 1시간에 걸친 시리즈 1 시승은 기대에 비해 비교적 쉽게 진행됐다. 아주 험난한 코스를 기대했지만 환갑이 다 된 모델을 그렇게 혹사할 수는 없는 상황도 이해가 됐다. 최신 모델을 체험할 때는 기대 이상의 험한 코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실버스톤 서킷이 있어서 잠깐 들르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국도를 얼마간 달리자 영국 모터스포츠의 산실인 실버스톤 서킷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저런 문의를 해 보아도 서킷을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었고, 그냥 주변 구경만 하다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우연히 한 정비센터 앞에서 페라리와 포르쉐의 다양한 올드카들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반가웠다.
헤리티지 모터 센터와 실버스톤 가는 길에서 오늘도 몇 장의 사진을 담았다.
뉴 몰든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비가 내리고 차가 많이 막혔다. 내일은 런던으로 떠난다. 런던에서 이틀 묵으면서 롤스로이스가 후원하는 굿우드 리바이벌을 취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