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슈퍼카나 고성능 차들은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하거나 선택사양으로 갖추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는 주철 디스크 브레이크에 비해 몇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특정 온도 이상에서의 강력한 제동력, 높은 내열성과 적은 열 변형, 그리고 무엇보다 가벼운 무게가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막대한 금전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된 신형 포르쉐 911(코드네임 992) 카레라 S/4S는 옵션으로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 옵션 가격이 무려 1,25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브레이크라는 물건이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하는 소모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지 보수 비용 또한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카본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는 과연 그렇게 큰 돈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폴 왓슨(Paul Watson), 호주 지역 포르쉐 기술 총괄 담당자가 Wheels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희는 스포츠 주행을 즐기시거나 자주 트랙데이에 참가하시는 개인분들에겐 항상 기본형 주철 디스크 브레이크를 더 추천드립니다”. 카본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가 서킷에서 사용할 궁극의 무기라고 생각했던 이들이겐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다. “영구적인 브레이크 디스크란 없습니다. 아무리 카본 세라믹 컴포지트 디스크라 해도 계속적인 열이 가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닳거나 변형되기 마련입니다. PCCB의 성능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 보단 비용 대비 성능에 대한 이야기이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PCCB의 옵션 가격은 1,250만원에 달한다. 그리고 트랙 주행과 같은 하드코어한 주행으로 인해 브레이크를 교체해야 할 경우 또 그만큼의 비용이 들며, 브렘보의 포르쉐 전용 카본 세라믹 컴포지트 디스크 브레이크 세트같은 에프터마켓 제품의 경우엔 3,000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이는 기존의 주철 디스크 브레이크를 3~4번이나 교체할 수 있는 가격이다. 그것도 브렘보나 AP레이싱 같은 최상급 제조사의 제품들로 말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인터넷의 여러 포르쉐 동호회 포럼에선 PCCB를 브렘보의 주철 디스크 브레이크로 스왑한 후 나중에 차량을 팔 때 다시 원상복구하는 방법을 추천하는 글들이 많은 실정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본 세라믹 컴포지트 디스크 브레이크만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주철 디스크에 비해 가벼운 무게 덕에 회전 관성이 적어 조향감이 좀더 날카로워지고, 분진이 현저히 적게 발생한다. “브레이크 사용 시 발생하는 분진이 적기때문에 휠이 덜 더러워지죠. 휠 청소를 자주 하기 귀찮으신 분들에겐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라며 폴 왓슨 호주 지역 포르쉐 기술 총책은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