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자동차 전문 기자로서 그 동안 해외 모터쇼 취재를 많이 하지 못했다. 가장 큰 모터쇼이자 가장 많은 신차들이 쏟아지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도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잠깐 들르기는 여러 번 했었지만 프랑크푸르트를 메인으로 묵었던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사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프랑크푸르트 도착 첫날 허츠 렌트카에서 이번 투어에 동행할 메르세데스-벤츠 CLS 슈팅브레이크를 인수한 후 곧바로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 뒤 CLS 슈팅브레이크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시내 구경에 나섰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의 중앙역으로 갔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기도 하고, 사실 다음날 중앙역에서 약속이 있기 때문에 미리 둘러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조금 돌아 다닌 뒤 부슬비가 내리는 통에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도착 다음날이자 모터쇼 전날인 월요일 오전에는 근처에 있는 이케아 매장을 둘러 봤다. 이제 곧 국내에 진출하게 될 이케아가 궁금해서 책도 읽은 터라 매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 대형 마트처럼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찾아서 직접 카트에 싣고 계산을 한 다음, 차에 싣고 집에 와서 스스로 조립해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높은 품질과 함께 싼 가격이 매력인 가구다.
이케아를 둘러보고는 동료 기자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모터쇼가 열리는 메세 건물의 1번 홀 옆에 있는 프레스 센터로 갔다. 프레스 등록을 미처 하지 못했던 터라 급하게 프레스 등록을 마치고 함께 가까운 곳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평소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역시나 까르보나라를 시켰고, 다른 기자들도 취향에 따라 주문을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첫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다 똑 같은 말을 내 뱉었다.
“아, 짜!”
그렇다. 다시 독일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고소하게 보이는 뽀얀 카르보나라는 국내에서 먹는 까르보나라를 똑 같이 만든 다음에 소금을 두 큰 술 잘 녹여 넣은 맛이 난다. 저마다 독일 음식의 짠 맛에 대한 경험담을 늘어 놓으며 신나게 식사를 했지만 결국 절반 이상 남긴 기자도 있을 정도로 음식은 짰고, 사실 양도 국내에서 주는 것의 2배나 됐다. 역시 독일이다.
식사를 마치고는 테슬라 전시장에 잠깐 들렀다가 중앙역 근처 유로 은행 본사 앞에서부터 시작해서 중앙역까지 이런 저런 골목을 구경하고 다녔다. 6시 중앙역에서, 그날 저녁 열리는 폭스바겐 그룹 나이트 행사에 참가할 셔틀을 타고 행사장인 아레나로 향했다. 시내 각처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온 셔틀 들이 끊임없이 아레나에 도착했고 많은 이들이 행사에 참가했다. 폭스바겐 그룹 나이트는 어차피 다음 날이면 볼 차들이지만 그룹 내 신차들을 한 자리에서 미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곳에 모아 놓고 보면 그룹 전체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 전쟁 전야는 그렇게 평온하게 지나가고, 다음날 모터쇼가 프레스데이가 시작됐다. 전날 미리 프레스 등록을 마친 탓에 조금은 여유가 있지만 서둘러 메세로 향했다. 메세 근처 공원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셔틀 버스를 타고 메세에 도착한 후, 먼저 프레스 센터에 들러 짐을 맡겼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기자들을 위해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가 있어 기자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그 넓은 곳을 낑낑거리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고, 거기다 각 브랜드에서 자사 자동차들을 몇 대씩 동원해 택시처럼 기자들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프레스 셔틀’을 운영하고 있어, 먼 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을 들어주어 무척 좋았다.
모터쇼 취재가 끝나고 나오는데 쏟아져 나온 기자들로 인해 시내로 향하는 길이 막혔다. 저녁에 현대자동차 유럽 본사에 들렀을 때 하늘에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CLS 슈팅브레이크 촬영에 들어가서 몇 장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한국은 프레스데이가 하루여서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끝이 나지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프레스데이가 이틀이다. 첫 날 정신 없이 취재하고, 사진 찍고 돌아다니고 나면 둘째 날은 조금 여유 있게 자동차들을 둘러 볼 수 있어서 좋다. 실제로 취재진 숫자도 첫 날에 비해 조금은 줄어 들었다.
이틀 간의 모터쇼 취재가 끝났고, 다음 날이면 영국을 향해 떠날 거다. 취재를 마치고 메세를 나와 셔틀을 타고 주차 타워에 도착해서는 전날 하려던 촬영을 시도했다. 프레스에게 제공되는 주차 카드를 2장 받아 들고 원래 주차되어 있던 구역을 나와서 주차타워 옥상으로 향했다. 역시나 옥상은 텅텅 비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가 멀리 보이고, 옥상에 주차된 차를 위해서도 지붕이 설치되어 있었다.
옥상 주차장은 내가 항상 좋아하는 촬영 장소인데, 이곳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까지 와서 옥상주차장에서 촬영하게 될 줄을 몰랐다. 들뜬 마음으로 촬영을 마치자 이제서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취재가 모두 끝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