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 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을 맡고 있는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Jose-Vicente De Los Mozos, EVP, Manufacturing and Supply Chain)이 21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전날인 20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부산으로 이동, 21일 오전 8시부터 약 10시간 가량 부산공장에 머물며 생산 현장의 주요 사항들을 점검했다. 특히 부산공장 내 조립, 차체, 도장, 파워트레인 등 각 공장의 세부공정 별 현장 책임자 및 중간 관리자들과의 간담회를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하며, 르노삼성자동차 2018년 임단협 교섭 지연과 연이은 부분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직면한 상황의 설명 및 현장 목소리 경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상황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설명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부산공장의 현재와 미래 상황에 대해 재점검하고 많은 정보들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혼란을 겪고 있는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시장의 현실 및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 위함이다. 르노 그룹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임단협을 마무리 하고 부산공장의 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장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 모든 자동차 공장들은 신규 차종 배정을 통한 물량 확보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진행 중이다. 특히 부산공장처럼 전체 생산 물량 중 수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장들은 수출 물량 확보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 부산공장의 시간 당 생산비용은 이미 르노 그룹 내 공장 중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 동안 부산공장은 생산비용은 높지만 생산성 또한 높았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부산공장의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 경쟁에서 부산공장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우리의 일자리는 파업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였을 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르노 그룹은 과거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풀어냈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그 중 한 사례가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다. 바야돌리드 공장은 2002년 29만대에 가까운 연간 생산량을 보였지만 2005년 들어 생산 차종의 판매 부진과 2009년 이후 유럽 및 스페인 경제 위기가 맞물려 1300명의 임직원에 대한 희망 퇴직을 실시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었다. 당시 바야돌리드 공장 직원들도 많은 파업을 진행했지만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진정한 변화는 2009년 3년간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하는 노사 합의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바야돌리드 공장은 2017년 기준 25만대가 넘는 생산물량 중 92% 가까운 차량을 수출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좋은 공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미래는 르노삼성자동차 임직원들에게 달려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르노삼성자동차 협상 당사자들 간에 이번 임단협을 결론짓기 바란다.
조속한 공장의 정상화를 통해 르노삼성자동차와 르노그룹이 우리 협력업체들과 함께 한국자동차산업과 부산지역 경제 발전에 앞으로도 계속 기여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날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의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오늘 간담회에서 들은 회사가 직면한 현실을 현장 직원들에게 잘 전달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해 직원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지금은 조속히 협상을 끝내고 미래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며, 우리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부회장님 설명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한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방문한 21일 오후 2시부터 2018 임단협에 대한 16차 본교섭이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으나 노사간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는 못 했다. 이러한 가운데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22일에도 주간조와 야간조 각각 4시간 부분 파업 진행을 예고했으며, 22일 부분 파업 종료 기준 르노삼성차 노조의 총 누적 파업 시간은 144시간(38차례)에 다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