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이렇다.
네이버 자동차가 아시아나 항공과 허츠 렌트카의 협찬으로 세계 일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이미 미국과 남유럽 투어가 완료되어 기사들을 재미있게 본 터라 어디가 되든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 러시아 횡단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친한 동생이 이미 여러 차례 러시아를 여행한 바 있고 러시아에 벌써 친구들도 만들어 둔 터라 그 동생과 함께라면 러시아 횡단이 가능할 것 같았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정말 멋진 대장정이 되지 않겠는가?
네이버 자동차 측에 러시아 횡단에 대한 기획을 전달하자 모스크바 모터쇼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를 겸해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며 반겨 주었다. 하지만 일정상 모스크바 모터쇼를 취재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모스크바 모터쇼 취재는 포기하고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시작으로 북유럽을 거쳐 모스크바를 돌아 오는 여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생이 하고 있는 일과 겹쳐서 3주 가까이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고, 허츠 렌트카 측에서도 러시아 통행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계획이 상당 부분 수정을 거치게 되었다.
결국 동행하려고 했던 동생은 이번 투어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고, 모터리언 객원기자로 함께 일하고 있는 한상기 기자가 동행하게 되었다. 나도 유럽에서 자동차를 시승한 적은 많지만 정해진 프로그램 안에서의 시승이었고 자유롭게 수 천 km를 자동차로 여행한 적은 없는데, 한상기 기자는 베테랑 자동차 전문 기자로 이미 여러 차례 자동차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취재를 한 경험이 있는 터라 나로서는 무척 의지가 되는 파트너다.
처음 기획했던 러시아에는 갈 수 없게 되었지만 주요 여행지가 북유럽인 만큼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갔다 와야 하는 여정이고, 네이버 측에서 취재를 부탁한 부분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영국이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나라이고, 자동차 산업에서도 상당히 많은 브랜드가 탄생한 나라지만 현재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외국 기업에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그들 브랜드의 본사와 생산 시설은 여전히 영국에 남아 있어 영국을 방문하면 많은 자동차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부터 영국 자동차 브랜드와 취재관련 협의를 시작했는데, 이들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영국 내에서 취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 주신 덕분에 나름 알차고 의미 있는 영국 여행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을 통해 가장 중요한 비행일정도 확정하고, 허츠렌트카를 통해서 동행할 차종도 예약했다. 처음엔 중형 SUV를 요청했다가 우여 곡절 끝에 메르세데스-벤츠 C180 왜건으로 결정했다. (현지에서 어떻게 차종이 바뀌게 되었는지는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
간단하게 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9월 8일 출국
9월 9일 폭스바겐 그룹 나이트 취재
9월 10~11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
9월 12일 영국으로 이동
9월 13일 헤리티지 모터 센터 (재규어, 랜드로버 박물관) 취재, 랜드로버 헤리티지 드라이브 체험
9월 15일 롤스로이스 공장 견학 및 굳우드 리바이벌 참석
9월 16일 벤틀리 공장 견학 및 인터뷰
9월 17일 벤틀리 GT 스피드 시승, 네델란드(아인트호벤)
9월 18일 덴마크, 노르웨이
9월 19일 노르웨이(스타방게르, 아틀란틱 로드)
9월 20일 노르웨이(오슬로), 스웨덴(예테보리)
9월 21일 덴마크(코펜하겐)
9월 22일 폴란드(크라쿠프)
9월 23일 체코(프라하)
9월 24일 독일
노르웨이까지는 워낙 먼 거리라 정확한 세부 일정은 잡지 않고, 이동 상황을 봐 가면서 일정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생각이므로 17일 이후 일정은 유동적이다. 스칸디나비아에서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CF 등으로 익숙한 아틀란틱 로드를 찾아가서 그 곳에서 자동차 화보를 촬영하는 일이다.
촬영 장비는 약간의 보충을 거쳤을 뿐 크게 확대하지는 않았다. 평소 사용하는 니콘 D5200 세트를 기본 장비로 하고, 하이엔드 풀프레임 카메라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니 RX1을 임대했다. 약간의 테스트를 통해서도 놀라운 화질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의 특성상 소니 RX1이 이번 투어 촬영의 주역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동영상도 처음으로 시도한다. 전문적인 캠코더를 동반하면 사진 촬영에 지장이 될 것 같아 액션캠을 두 개 준비했다. 그것도 다른 모델로. 하나는 유명한 고프로 실버에디션이고, 또 하나는 소니 스테디샷 액션캠이다. 둘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겠다.
사진 저장 및 보정을 위한 노트북과 특별히 여행장비로 보긴 어렵지만 사진 작업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패드와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도 함께 챙겼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모멘텀 온 이어는 뛰어난 해상력과 박력 있는 타격감이 인상적이어서 개인적인 취향에 정말 잘 맞는, 예쁜 헤드폰이다. 노르웨이의 어느 멋진 하늘 아래서 여유 있게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도 몇 곡 준비했다.
3주에 걸친 자동차 여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생에 한 번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많은 이야기들과 심혈을 기울여 담은 멋진 사진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탄생하길 기대한다. 모터리언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실시간에 가깝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