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께 출시될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후속 모델은 V12 자연흡기 엔진을 유지하지만,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달성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할 전망이다. 전기 구동계의 도입으로 무게는 늘어나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우리치오 레지아니 람보르기니 최고 기술 담당자(CTO)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 드라이버’와의 인터뷰에서 아벤타도르 후속 모델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아직 새로운 슈퍼카의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터보차저 대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자연흡기 엔진의 감성과 연료효율, 극대화된 퍼포먼스를 모두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지아니 CTO는 아벤타도르의 후속 모델에 하이브리드를 채택한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국가를 불문하고 배출가스 규제는 엄격해지고, 전동화에 대한 요구가 갈 수록 커지기 때문.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통해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늘려야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람보르기니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는 50km 이상의 전기 주행거리를 요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람보르기니는 경량화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한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 시스템 들 여러 부위에서의 경량화를 거쳐 시스템의 총 중량은 150~200kg 수준으로 억제될 예정이다. 기술 개발을 통한 바디 자체의 경량화가 더해지더라도 아벤타도르 후속 모델이 현재보다 100kg 이상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레지아니 CTO는 “1마력을 올리는 것보다 10kg을 줄이는 것이 더 좋다”며 “10마력이 늘어나도 아무도 느낄 수 없지만, 10kg만 가벼워져도 브레이킹과 코너링에서 차이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후속 모델이 무거워지는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감성과 핸들링, 제조원가와 가격에 있어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람보르기니의 첫 양산 하이브리드 슈퍼카의 레이아웃은 어떻게 될까? 레지아니 CTO는 정확하게 구조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엔진이 뒷바퀴를 굴리고 전기모터가 앞바퀴를 굴리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기술적 관점에서 모터와 엔진이 서로 다른 바퀴를 굴리는 것이 최적의 솔루션”이라면서 “전기모터를 통해 앞바퀴에 풀 토크 벡터링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늘어난 무게를 상쇄할 수 있다. 또 복잡한 설계가 필요 없어 고속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전기모터의 성능을 더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모터에도 별도의 변속기를 장착, 저속과 고속을 아우르며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레지아니 CTO는 “이미 슈퍼카 시장의 주류는 터보 엔진으로 넘어갔지만, 터보 엔진의 감성에는 한계가 있다”며 “전동화 구동계를 탑재하면서도 가장 큰 리스크는 운전자와 자동차 사이에 전자 시스템이 추가돼 감성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늘 강조하듯, 슈퍼 스포츠카는 이동수단이 아닌 즐기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감성은 포기할 수 없다”며 람보르기니가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한편, 람보르기니 외의 대다수 슈퍼카 제조사들은 자연흡기 엔진의 존속을 포기하는 추세다. 페라리는 V8 엔진 전 모델을 터보화(化)했으며, 812 슈퍼패스트가 자사의 마지막 자연흡기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포르쉐 역시 911과 718 라인업 대부분을 터보 엔진으로 대체하며 자연흡기 엔진을 줄여나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