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치솟는 SUV와 크로스오버 수요 탓에 많은 제조사들이 라인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세단을 위시한 승용 모델에는 미래가 없다며 세단과 해치백을 모두 단종시키는 극단적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하지만 쉐보레는 여전히 세단의 가능성에 기대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마조로스 쉐보레 마케팅 총괄은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단을 비롯한 승용 모델의 단종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세단은 여전히 쉐보레에게 큰 기회”라며 모든 세그먼트의 승용 모델 개발에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언급은 앞서 쉐보레가 아베오(미국명 소닉), 임팔라 등 승용 모델을 순차적으로 단종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마조로스 총괄은 “비록 세단의 판매량은 줄고 있지만 동시에 경쟁자도 줄어들어 파이 조각은 더 커질 것”이라며 여전히 컴팩트 세단과 중형 세단이 자동차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쉐보레는 북미 시장에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신규 트림인 말리부 RS를 출시했다. 말리부 RS는 더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1.5L 터보 엔진에 GM 최초의 독자개발 무단변속기(CVT)가 조합됐다. 쉐보레는 더 뛰어난 효율과 세련된 디자인의 말리부 RS가 미국 내 말리부 전체 판매의 20%를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단종설이 나돌았던 아베오나 임팔라조차 단종시키지 않겠다는 쉐보레의 전략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흔히 ‘미국 빅3′로 불리는 경쟁사들은 승용 모델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 포드는 2020년께부터 머스탱을 제외한 모든 승용 모델을 미국 시장에서 단종시킨다고 발표했으며, FCA 역시 전통적 승용 브랜드인 크라이슬러에서 단종이 임박한 300C와 미니밴 퍼시피카 등 2종의 모델만 판매 중이다.
게다가 크루즈와 말리부가 경쟁하는 컴팩트·미드사이즈 세단 시장에서는 토요타와 혼다 같은 일본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쉐보레 역시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크로스오버와 SUV 라인업을 보강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는 SUV와 픽업트럭의 인기가 갈 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올 1월에는 SUV와 픽업트럭, 크로스오버 등을 합친 경트럭(Light Truck)의 신차 점유율이 6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 경에는 픽업트럭을 제외하더라도 순수 승용 SUV와 크로스오버가 승용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