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밥 루츠(Bob Lutz) GM 전 부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겸 CEO가 테슬라의 최고경영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통적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온 경영자와 혁신의 아이콘이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밥 루츠 전 부회장은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가 CEO 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그 자리를 “전문적인 경영인”이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는 지쳤다”며 “그는 명백한 감정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테슬라를 위한 옳은 판단은 그를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츠 전 부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상장폐지를 언급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론 머스크는 이달 초 “테슬라를 상장폐지하고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주식이 등락을 반복하고 금융당국이 머스크의 주가조작 혐의 조사에 나서는 등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그 밖에도 머스크 CEO는 만우절에 “회사가 파산했다”는 트윗을 남기는 등, 예측불허의 언행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원하는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비이성적 행동이 경영자로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루츠 전 부회장의 지적이다.
루츠 전 부회장은 이어서 “이사회는 머스크를 대신해 경영에 몰두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찾아야 한다”며 “회사는 전문적인 관리가, 그것도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이 머스크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상징적인 총수이자, 비전을 지닌 창업자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밥 루츠 전 부회장은 수십 년 간 자동차 업계에서 활약하며 위기에 빠졌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회생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해 신화적 존재로 여겨진다. 그는 유럽 GM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BMW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이직, 3시리즈의 등장에 크게 기여했다.
또 유럽과 미국 포드를 오가며 에스코트, 시에라, 익스플로러 등 여러 성공작들을 개발해냈다. 특히 리 아이아코카와 함께 90년대 초 크라이슬러를 재건하고, GM으로 돌아와 GM의 회생을 이끌었다.
이처럼 전설적인 선배 경영자의 지적을 일론 머스크가 받아들였을까? 그의 답변은 들을 수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머스크 CEO 스스로도 매우 지친 상태라고 추정한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CEO직을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일견 자신감의 표출처럼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테슬라를 더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