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5월의 끝자락, 목가적인 배경 아래 지극히 현대적인 차 두 대가 서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XT5. 캐딜락이 남양주 북한강 근처 캠핑장에서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시승 모델은 세단인 ‘CT6’,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준중형 SUV ‘XT5’다. 그 중에서 오늘은 한 대를 탈 수 있는데, 내 손에는 “XT5”라 적힌 쪽지가 쥐어져 있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히 금호타이어 엑스타 레이싱팀 김진표 감독이 참석했다. 캐딜락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맞승부를 펼치려 노력하는 브랜드이기에 응원하고 싶은 브랜드라며 참석 동기를 설명했고, 캐딜락 대표 모델로 꼽히는 3가지 모델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도 덧붙였다. ‘XT5’에 대해서는 “XT5는 재밌는 차는 아니다. 다재다능한 차라고 볼 수 있다. 거주성과 가솔린엔진의 부드러운 가속성과 정숙성, 생각보다 좋은 연비를 자랑한다.”라고 말했다.
XT5가 에스컬레이드 옆에 있으면 귀여워 보였다. 그렇지만 XT5 끼리 모여 있으니 XT5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에스컬레이드의 웅장감을 따라갈 순 없지만 그 향기는 살짝 낼 줄 안다. 아무래도 캐딜락 식구들끼리 공유하는 ’ㄱ‘자 형태의 헤드램프, 캐딜락 고유의 오각형 전면부 그릴 때문이다.
시승차는 XT5 플래티넘 트림이다. 올라타자마자 실내에 주로 쓰인 직선과 도형이 눈에 띈다. 대시보드, 센터패시아,모니터의 형상은 오각형, 역삼각형으로 위치해 있다. 전체적으로 곡선보다는 직선이 주로 쓰였고, 그 직선은 대각선으로 많이 쓰였다. 직선, 대각선은 편안함보다는 긴장감을 일으켜 스포티한 감성을 자아낸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는 외관도 마찬가지였다. 실내 소재로 가죽과 스웨이드가 쓰였고, 나무와 크롬 라인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날씨가 더워 스웨이드 소재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다양하게 쓰인 소재들이 조화롭다.
아쉬운 점은 컵홀더 커버와 센터 콘솔이 잘 열리지 않는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디테일이다.
캐딜락 관계자는 “XT5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인 나의 입장에서 XT5가 어떠한지 30분의 짧은 시승으로 느껴보기로 한다.
시동을 켜고 출발한다. 역시 가솔린 모델답게 굉장히 조용하다. 천연 가죽이 씌여진 스티어링 휠은 다소 두껍다. 내 손이 웬만한 남성의 손보다 크다는 걸 감안하면 많은 여성분들이 두껍다고 느낄 수 있겠다.
속도를 올려도 실내는 조용하다. XT5는 V6 3.6 가솔린엔진을 품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는 37.4 kg.m 을 발휘한다. 가솔린 모델답게 가속 시 꾸준하고 부드럽게 달려 나가고, 고속 안정감도 좋다. 워낙 묵직한 스티어링 휠도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직선으로 쭉 달릴 수 있는 구간에서 XT5은 물 만난 고기가 된다. 반면 XT5에게 저속은 물 밖이다. 저속에서 차를 움직이는 게 어색하다. 브레이크는 무겁고 엑셀은 멀리 위치해있어 깊이 밟아야 한다. 무거운 스티어링 휠과 차체도 저속에서는 피곤하게 느껴진다. 조향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차주라면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적응이 필요할 만큼 이질감이 든다.
승차감은 단단한 축에 속하고 담백하다는 표현과 어울린다. 노면 요철과 친한 분위기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XT5 프리미엄, 플래티넘 트림에는 모두 ‘보스 14-스피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간다. 여기에 포함된 ‘보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기능은 조용한 실내 공간 확보에 기여한다. Temptation (Diana Krall)를 재생하자 보스 오디오답게 선명하고 풍성한 음질을 뽐낸다. 특히 저음부가 뭉개지지 않아 참 좋다.
벌써 시승이 끝났다. 짧은 시간 내 경험한 XT5는 반전의 차였다. ‘무거움’이 주를 이루는 차였기에 온순하기보다는 다루기 어려웠고, 곡선보다는 직선 도로에서 운전하기 편하고 재밌었다. 확실히 경쟁 모델 볼보 XC60 T6에 비해 주행감각은 투박하다. 터프하게 생긴 외관과는 다르게 정숙성은 뛰어나다. 그 조용한 공간에서 보스 오디오를 듣는 건 과연 매력 포인트다.
XT5를 알아가다 보니 캐딜락 브랜드에 대해서도 새롭게 궁금하다. 캐딜락 총괄 사장 김영식 대표는 “명품으로서의 히스토리는 유럽을 따라갈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아메리카 럭셔리는 ‘럭셔리의 대중화’를 지향한다.”라고 캐딜락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캐딜락의 기함 CT6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급 차체의 대형 세단이지만, 가격은 E-클래스 급으로 등장해 수입 럭셔리 대형 세단의 문턱을 낮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캐딜락의 미국 고급차 이미지는 석유파동 이후 많이 약해졌다.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고, 현재도 정체성 혼란의 시기라 본다.”라며“소비자가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지 캐딜락은 더 숙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캐딜락은 젊어지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 본사를 디트로이트에서 뉴욕으로 옮기는가 하면 복합문화체험공간인 ‘캐딜락 하우스’를 뉴욕에 이어 서울에 오픈하기도 했다. 김영식 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올 7월 ‘캐딜락 하우스 서울’을 다시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글/ 김송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