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오작동, 배터리 폭발, 생산 지연과 경영 악화 등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는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이번에는 고객의 차량 기능을 원격으로 차단해 논란이다. 테슬라는 자사의 서비스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길 한복판에서 고객 차량을 임의로 작동불능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사연은 차량 수리 관련 유튜브 채널 ‘Rich Rebuilds’를 통해 처음 제보됐다. 익명을 요청한 제보자에 따르면, 그는 테슬라 차량 한 대를 구입했다. 모델 S인지, 혹은 모델 X인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일반 테슬라 구매자와의 차이점이라면 신차가 아닌 사고 차량을 경매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해당 차량의 사고는 한 쪽 문과 휀더만 교체하면 될 정도로 매우 경미했기 때문에, 구매자는 수리 후 모든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테슬라 차량에 만족하며 지냈다. 온라인 업데이트는 물론 슈퍼차저 기능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자신의 테슬라를 타고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장거리 여행에 앞서 차량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보증점검을 받기 위해 차량을 입고시켰고, 테슬라 서비스 센터는 흔쾌히 모델 X 대차까지 제공했다.
그런데 점검 도중, 테슬라 본사에서 서비스 센터로 해당 차량의 보증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테슬라의 정책에 따르면 보험 이력 상 대파 이력이 있는 경우 보증수리, 업데이트, 슈퍼차저 사용권한이 모두 중단되는데, 이 차주가 사고 차량을 구매할 당시 대파 이력이 있었다는 것.
이에 서비스 센터는 차주에게 보증수리가 불가능하므로 점검 및 기능 업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안내했으나, 차주는 경미한 사고로 기능에 문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이미 보증수리 접수가 이뤄진 뒤에 말을 바꾸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항의했다. 해당 서비스 센터 담당자도 그의 주장에 동의해 결국 차량은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출고됐다.
그리고 운전자는 주말 가족과 함께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 여행을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러나 6시간여를 주행했을 때, 차량은 갑자기 가까운 슈퍼차저 위치를 안내하면서 모든 기능이 비활성화됐다. 이전에 없던 비정상적인 상황에 차주는 차를 슈퍼차저가 있는 곳에 세웠고, 충전기를 꽂자 테슬라 본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안내 메시지가 표시됐다.
그는 서비스 센터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지만, 매니저는 “충전을 비롯한 기능들을 원래대로 사용하고 싶으면 앞서 받았던 수리비용과 서비스 이용료 도합 1만 달러(한화 약 1,070만 원)를 즉시 지불해야 한다”며 차량 활성화를 거절했다. 결국 그는 몇 시간동안 길 위에서 허송세월을 한 끝에 100마일(161km) 떨어진 친구 집으로 차를 견인해 간 뒤에야 다른 차를 렌트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연에 대해 미국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의 기존 방침을 잘 확인하지 않은 탓”이라며 익명의 차주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차량을 원격으로 먹통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테슬라를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스마트폰을 만들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만들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생명과 직결된 자동차의 기능을 원격으로 통제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