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세단은 우아하고 거대하고 안락하기만 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이면서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기술혁신을 강조하는 브랜드라면 당연히 BMW를 꼽게 된다. BMW를 대표하는 컴팩트 스포츠 세단 3시리즈의 역동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고, 세계 최고의 대형 세단 7시리즈마저도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BMW의 상징은 역동성이다.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라인이 돋보이는 대형 차체에, 첨단 기술로 무장한 엔진과 섀시로 안락한 승차감과 역동적인 핸들링을 포함한 주행의 즐거움을 고루 선사하는 럭셔리 세단으로 BMW 7시리즈를 대적할 만한 모델은 드물다.
BMW에서 ’7시리즈’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77년부터이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BMW는 럭셔리 세단을 만들어 왔었다. 초창기 BMW는 4기통 엔진을 장착하던 모델에서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라인업이 확대되었는데, 모두 3으로 시작하는 세자리 숫자로 이름이 붙여 졌다. 303, 315, 320, 326, 327, 335 등인데, 이들 중 1938년 런던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BMW 335가 럭셔리 세단의 원조라 할 만하다. 물론 이 모델들은 모두 지금의 3시리즈와는 전혀 별개의 모델이며, 3 뒤의 숫자도 배기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했으며 럭셔리 세단과는 별개의 스포츠카로 당시 유명했던 328을 들 수 있다.
1950년대가 되면서 럭셔리 세단은 ‘바로크 엔젤(Baroque Angel)’로 불리는 501/502 시대를 맞이하게 되고, 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코드명에 ‘E’를 쓰기 시작한 최초의 모델 E3 라지 세단, 소위 ‘뉴 식스’ 시대가 열리면서 다가 올 7시리즈 시대를 준비하게 된다. E3는 당시 풀사이즈 럭셔리 세단에 해당하며 배기량에 따라 2500, 2800 3.0S 등이 선보였고, 역사적인 3.0 CSL 모델도 이 세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3.0 CSL처럼 쿠페인 모델들에는 코드명 ‘E9′이 부여되었다.
1977년 BMW는 1세대 7시리즈(E23)를 선보였다. 77년과 7시리즈, 참 외우기 좋은 조합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972년 S클래스를 선보인 후, BMW 역시 7시리즈를 내 놓음으로써 오늘날 자동차 세그먼트 구분의 핵심인 시리즈 체계가 수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BMW 모델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원형의 트윈 헤드라이트, 키드니 그릴, 전면으로 솟아 오르는 후드 등의 전면부 디자인도 이때 만들어졌다.
BMW 1세대 7시리즈는 오늘날에 보더라도 그 디자인에서 역동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고 있다.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 뿐 아니라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운전자를 향한 운전석과, 파워풀한 엔진, 그리고 최신 섀시 기술 등이 모두 강력한 달리기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당시 7시리즈에는 세계 최초의 전자식 속도계와 속도 감응형 파워스티어링, 전자식으로 조절되는 아웃사이드 미러가 적용되었고, 전자식 데이터 장치인 체크 컨트롤(Check Control)을 통해 엔진오일과 브레이크 오일, 냉각수, 앞유리 세척단계, 제어등과 후미등 상태 및 브레이크 패드의 두께 상태 등을 운전자가 상시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1세대 7시리즈로 출시된 모델은 BMW 728(170마력), 730(184마력), 733i(197마력)가 있다. 728, 730은 모델명이 숫자로만 되어 있지만 733i에는 숫자 뒤에 ‘i’가 붙었는데, 728, 730이 캬브레터 방식인 것과는 달리 733i는 연료 분사방식이 적용된 최신 엔진임을 강조한 것이다. 1979년에는 728과 730도 연료 분사식 엔진으로 교체되면서 이 후 모든 BMW 모델명에는 ‘i’가 붙게 되었다. 728과 730모델은 728i로, 733i는 732i로 이어졌다. 최고출력 218마력의 3.5리터 엔진이 장착된 BMW 735i도 이때 더해졌다. 1980년에는 최고출력 252마력의 6기통 3.2리터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745i가 등장했고, 이 엔진은 1983년부터는 배기량이 3.4리터로 늘어났다. 1986년 최종적으로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1세대 7시리즈는 총 285,029대가 생산됐다.
2세대 7시리즈(E32)는 1986년 등장했다. 키드니 그릴은 더 넓어졌고, 뒤쪽 L자 형태의 미등은 이때부터 BMW의 새로운 시그니처 룩이 되었다. 또한 7시리즈 최초로 롱 휠베이스 에디션도 함께 출시됐다. 이 당시 적용된 최신 기술로는 ASC 슬립 컨트롤 시스템, 전자식 액셀러레이터와 드래그 토크 컨트롤이 있었으며, 730i와 735i에 적용된 직렬 6기통 엔진은 각각 184마력과 211마력을 냈다.
7시리즈는 당시 독일 모델들 중 최초로 12기통 엔진을 얹어 경쟁사들의 경쟁심에 불을 붙였다. 1987년 발표된 BMW 750i가 그 주인공이다. 알루미늄 재질의 5리터 V12 엔진은 2개의 실린더 뱅크용으로 독립 분사, 점화, 촉매 컨버터 시스템이 적용됐고.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5.8kg.m를 자랑하면서도 일반적인 수준의 연료만을 소비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1992년에는 V8 엔진을 얹은 730i, 740i를 선보여 직렬 6기통 모델과 V12 플래그십 모델 사이의 간극을 좁혔다. 변속기는 ZF 자동 5단이 얹혔다. 이 당시 730i는 직렬 6기통 엔진(M30B30)을 얹은 모델과 V8 엔진(M60B30)을 얹은 동명 2모델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어댑티브 트랜스미션 시스템(ATM: Adaptive Transmission Management)이 12기통 모델을 통해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2세대 BMW 7시리즈는 출시 후 8년간 BMW 제품 판매량에서 상위 성적을 기록하며 동기간 약 311,000대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3세대 7시리즈는 1994년 등장했다. 부드러운 곡선이 가미된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이 시기 BMW의 디자인은 안정감과 역동성이 가장 조화롭게 표현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된 모델은 730i와 735i, 740i로 모두 V8 엔진이 탑재되었고, 이들의 롱 휠베이스 버전인 730iL, 735iL, 740iL도 함께 출시됐다. V12 엔진의 750i는 이듬해 등장했는데, 배기량이 5.4리터로 늘어나면서 최고출력도 326마력으로 높아졌다. 더불어 750i의 연비도 약 11% 정도 향상되었다.
3세대 BMW 7시리즈는 새로운 차량 안정성 시스템 적용을 통해 ‘동적 안정성(active safety)’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켰다. 8기통 모델에는 자동 스태빌리티 컨트롤(ASC: Automatic Stability Control)이 옵션으로 제공됐으며, 특히 750i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 Dynamic Stability Control)이 기본으로 지원됐다. 여기에 통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포함해 주행 성능을 높이는 기능이 포함됐는데, 내비게이션의 컬러 모니터를 통해 다른 기능들도 모니터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8개의 에어백과 타이어 압력 컨트롤(TPC: Tyre Pressure Control) 기능도 추가했다.
1996년엔 193마력의 직렬 6기통 2.8리터 엔진을 장착한 728i/728iL과 배기량을 4.4리터로 늘인 740i/740iL이 추가되었다.
1996년에는 럭셔리 세단 최초로 디젤 엔진을 장착한 BMW 725tds를 선보였는데, 2.5리터 6기통 디젤 파워플랜트 엔진으로 최고출력 143마력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뛰어난 연료효율성과 압도적인 승차감을 자랑했다. 1998년에는 193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6기통 3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한 730d와 세계 최초로 4리터 V8 디젤 엔진과 커먼레일 분사 시스템을 동시에 적용해 245마력을 발휘하는 740d를 선보였다.
이후 신 모델로 교체될 때까지 3세대 모델의 판매량은 총 327,600대를 기록했다.
2001년 등장한 4세대 7시리즈(E65)는 BMW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 준 모델이다. 크리스뱅글이 주도한 디자인은 수 많은 논란과 함께 BMW 디자인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iDrive라는 혁신적인 컨셉은 향 후 모든 자동차 업계에 벤치 마킹의 대상이 되었다.
엔진 기술에서도 혁신이 이루어졌다. 새롭게 개발된 8기통 엔진은 가변 밸브 타이밍(더블 바노스)과 가변 밸브 리프트 컨트롤인 밸브트로닉 기능을 추가해 성능과 경제성의 개념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승격시켰다. 첫 출시 모델인 BMW 735i와 745i 모델은 세계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동급 최강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2003년 1월 출시된 BMW 760i 또한 당시 7시리즈 중 최강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모델의 최고출력 445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자랑하는 6리터 12기통 엔진이 장착되었다.
4세대 7시리즈 라인업은 출시된 이후 내내 다채로운 수상소식과 함께 세계 주요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확실히 알렸다. 2004년 BMW의 플래그십 7시리즈는 럭셔리카 부분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해도 판매량은 오히려 더 증가해 대형 럭셔리카 분야의 베스트셀러임을 재입증했다. 4세대는 BMW 7시리즈 역사상 가장 성공한 라인업으로 기록되었으며, 전작과 비교했을 때 4세대 모델들은 첫 출시 후 단 4년 반만에 3세대가 기록한 전체 판매량을 경신했다. 2005년 8월 더욱 출력이 향상된 BMw 730d가 출시됐고, 성능면에서 일취월장한 745d 역시 같은 기간 출시됐다.
같은 해 BMW는 나이트비전(Night Vision) 기술과 유럽 최초의 하이빔 어시스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2006년 가을, BMW는 760Li를 바탕으로 제작된 수소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럭셔리 세단 모델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는데, 이 모델은 유럽과 미국 등 여러 지역에서 총 2백만km를 주행하며, 수소연료 드라이브 컨셉이 일상적인 운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4세대 7시리즈가 획기적인 혁신을 이룬 만큼 2008년 등장한 5세대 7시리즈(F01)는 디자인 면에서 그 정도의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변화의 핵심은 엔진이었다. 오랫동안 자연흡기와 직렬 6기통 엔진의 대명사였던 BMW가 획기적인 효율성 증대를 위해 과감하게 다운사이징을 주도했는데, 다운사이징의 핵심 기술은 터보 차져였다. 자연흡기 엔진의 대명사였던 BMW가 이제는 터보 엔진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변화다.
먼저 선보인 모델은 740i, 750i, 730d 였는데, 740i에는 직렬 6기통 3리터 터보 326마력 엔진이, 750i에는 V8 4.4리터 터보 407마력 엔진이 장착되었다. 물론 롱휠베이스 버전도 함께 출시되었다. 2009년에는 760i/760Li도 선보였는데, 6리터 V12 엔진에도 터보 차저를 더해 최고출력 544마력과 최대토크 76.4kg.m를 발휘했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 적용됐다. 디젤 라인업에도 강력한 터보 기술이 접목되었는데, 730d에 이어 이듬해 등장한 740d는 같은 직렬 6기통 3리터 디젤이면서 최고출력이 245마력인 730d에 비해 61마력이 더 높은 306마력을 발휘했다. BMW의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 xDrive는 750i/750Li와 740d에 적용되었다.
새로 적용된 섀시 기술과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Integral Active Steering System), 그리고 7시리즈에만 적용된 운전자 어시스트 시스템을 통해 놀라운 드라이빙의 경험을 선사했다. 또한 주행 여부에 구애 받지 않는 차량 내 인터넷 지원 등 혁신적 인포테인먼트 기능들은 5세대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BMW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의 등장이다. 이 모델에 적용된 어드밴스드 드라이브 시스템은 8기통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 혹은 교차적으로 작동된다.
2013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5세대 7시리즈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