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모델 3 생산 지연으로 경영난에 빠진 테슬라가 창업자, 회장이자 CEO인 엘론 머스크의 손을 떠나게 될까? 테슬라의 일부 주주들이 엘론 머스크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투표에 부쳐질 전망이다.
테슬라에 따르면,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징 자오(Jing Zhao) 등 일부 주주들이 발의한 엘론 머스크의 CEO 퇴임안이 투표에 부쳐진다.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회장과 CEO직을 겸임하고 있다.
징 자오는 현재의 테슬라 의사결정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테슬라 창업 초기에는 엘론 머스크가 회장과 CEO를 겸임하면서 빠르고 직관적인 의사결정으로 성장을 이끌었지만, 현재는 더 이상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여러 주주들이 공감하는 내용으로, 엘론 머스크가 스페이스 X를 비롯해 여러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테슬라의 경영에 소홀해졌다는 지적이다. 엘론 머스크는 항공우주사업인 스페이스 X, 인공지능 사업 뉴럴링크를 비롯해 최소 7개 이상의 사업체를 경영 중이다.
더욱이 전기차 시장이 ‘블루오션’이었던 테슬라 출범 초기와 달리, 기성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이 훨씬 급격해진 만큼 테슬라의 의사 결정이 훨씬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징 자오는 발의안에서 “현 상태로는 테슬라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발의안에서는 지난 2016년 태양광 충전사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하면서 테슬라의 수익 창출이 어려워졌다고 지목했다. 솔라시티는 엘론 머스크가 최대 주주이자 회장인 기업으로, 온갖 부채에 시달리며 테슬라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킨 주범이다.
이 밖에도 머스크가 스페이스 X의 CEO와 CTO(최고기술경영자)를 겸하고, 그의 동생 킴벌 머스크를 비롯한 몇 명의 테슬라 임원들이 스페이스 X 등 머스크의 다른 기업의 임원직을 겸하거나 지분을 보유하는 등 경영 구조가 난잡해져 각 사업체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목했다.
이 발의안은 엘론 머스크를 CEO 자리에서 퇴임시키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 테슬라가 위기를 극복하도록 경영 체질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엘론 머스크는 회장으로서 각 사업체를 총괄, 그의 ‘화성 식민지 계획’을 완성토록 하고, 개별 사업체의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
물론 테슬라 이사회는 이 투표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주주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사회는 주주 서한을 통해”지금까지 이뤄 온 테슬라의 성공은 매일 회사의 모든 것을 살펴 온 엘론 머스크의 노력 덕분”이라며 “미래의 확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엘론 머스크의 CEO직 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징 자오의 지분은 겨우 12주에 불과하며, 엘론 머스크에 대한 열광적인 주주들의 신임은 아직까지 높기에 이번 발의안으로 머스크가 CEO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증권가와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테슬라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실제 주주투표에서 머스크 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투표는 오는 6월 5일(현지시각)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치뤄질 예정이다.
한편, 테슬라는 안팎의 여러 문제들로 인해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얼마 전 발생했던 모델 X 폭발사고를 비롯한 여러 건의 테슬라 차량 사고, 모델 3의 생산 병목현상으로 인한 현금 부족, 내부 임직원들의 갈등으로 인한 핵심 개발인재 이탈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지난달에는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테슬라의 채권 등급을 ‘정크본드(쓰레기 채권)’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