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일본 제조사들의 미국 판매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매 성장에 오히려 무역 보복에 대한 불안감이 일본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이 일본 자동차 산업을 겨눌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제재 명령에 서명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에 불을 지폈다. 그 다음 표적이 일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 수백만 대의 차를 팔고 있는데, 우리는 이렇다 할 관세도 부과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 자동차는 일본의 무역장벽과 다른 여러 문제들로 인해 일본에 그만큼 많이 수출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제외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대미 수출량은 176만 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전체 신차 판매량이 1,720만 대 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일본에서 생산된 셈이다. 현지 생산 모델을 포함한 일본 제조사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9%로, 미국 빅3(45%)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일본 제조사들은 이미 미국에서 다수의 모델들을 현지 생산 중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SUV 판매가 급증하면서 미국 내 생산량은 줄어들고 대미 수출량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가령 닛산의 경우 지난해 로그 스포츠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일본 내 생산 및 수출량이 30%나 증가했고, 토요타 역시 RAV4의 판매가 치솟으면서 미국 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생산 중이다.
반면 미국 제조사들의 대일 수출량은 초라한 수준이다. 쉐보레, 캐딜락 등 일부 브랜드만 겨우 명맥을 유지 중이며, 포드는 지난 2016년 판매부진을 이유로 일본 시장에서 영업망을 철수하고 서비스망만 운영 중이다.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 탓에 일본 제조사들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미국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시장의 온도차 탓에 지난 2016년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689억 달러(한화 약 74조 원) 중 526억 달러(한화 약 56조 4,000억 원)는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극심한 무역적자에 트럼프 대통령이 칼을 빼들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일본 제조사들이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미국 현지생산 물량을 늘려 ‘트럼프 달래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미 토요타와 마쯔다는 앨라배마 주에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토요타 코롤라와 마쯔다 CUV 등이 연간 30만 대 가량 생산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닛산, 혼다 등 일본 제조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생산 물량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