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에서 그랜저를 상표등록했다. 아제라(그랜저의 미국 수출명)가 단종된 지 2년 만에 그랜저가 새로운 모델명으로 등록되면서, 현대차가 북미 대형 세단 시장에 재진출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카 앤 드라이버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월 말 미국 특허청에 ‘그랜저(Grandeur)’와 ‘팰리세이드(Palisade)’를 상표등록했다. ‘그랜저’라는 모델명이 북미에 소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현대차는 역대 그랜저를 수출하면서 XG(국내명 그랜저 XG), 아제라(Azera) 등 국내와는 다른 모델명을 사용해 왔다.
그랜저 XG와 TG는 공격적인 가격정책에 힘입어 뛰어난 가성비로 북미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었으나, HG에 이르러서는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쉐보레 임팔라, 포드 토러스 등 주요 경쟁 모델들이 몸집을 키운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 탓에 보수적인 대형 세단 시장에서 도태됐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 2016년 말, 신형 그랜저(IG) 출시와 더불어 아제라를 북미 시장에서 단종시키고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쏘나타 등 볼륨 모델과 SUV 라인업 확충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현대차는 북미 시장을 위한 그랜저를 다시 부활시키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이루고, 형제 모델인 기아 카덴자(국내명 K7)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대형 세단 시장에 재도전하는 것.
특히 북미형 그랜저는 내수형 모델과의 차별화를 통해 북미 소비자의 취향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형 그랜저는 전장과 휠베이스를 늘려 미국산 대형 세단과 경쟁하는 한편, 넓은 실내공간과 우수한 편의사양, 뛰어난 마감품질 등을 고루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개발 중인 북미형 그랜저는 국내 시장에서는 단종된 아슬란의 후속으로 출시된다. 북미와 내수 시장 모두를 위한 새 플래그십 세단을 선보이는 것. 그러나 명백한 실패작이었던 아슬란의 이름을 이을 지, 아니면 별도의 모델명을 사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이번에 ‘그랜저’와 함께 상표등록된 ‘팰리세이드’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차가 싼타페 7인승(국내명 맥스크루즈)의 후속 모델 출시를 예고한 만큼, 차세대 대형 SUV의 모델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팰리세이드(palisade)는 원래 ‘울타리’라는 뜻이지만, 미국 뉴저지 주의 팰리세이즈 파크(Palisades Park)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팰리세이즈 파크는 전체 인구 중 한인 비율이 52%에 달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이다.
팰리세이드는 싼타페의 롱바디 버전에 그쳤던 기존 모델과 달리, 대형화된 차체로 싼타페와는 완전히 차별화될 전망이다. 큰 몸집에 넉넉한 7인승 실내공간을 갖출 예정이며 쉐보레 트래버스, 포드 익스플로러, 폭스바겐 아틀라스 등과 정면으로 경쟁한다. 출시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