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맹랑한 2세대 벨로스터를 낳은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당돌하고 깜찍한 벨로스터가 공개된 장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벽화가 있었다. 엔조코리아(ENZOkorea) 조만희 작가가 그린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조만희작가가 진행하는 그래피티 아트 클래스가 열렸다. 나도 벨로스터의 성격을 더 깊이 이해해보기 위해 클래스에 참여했다. 그래피티 벽화로만 만나던 조만희 작가도 직접 만나봤다.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처럼 생각하시면 되요.”
Q. 랩퍼(Rapper) 이신 줄 알았어요.
“이 업계에는 힙합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많아요. 동경하는 방향이 같다보니 옷 입는 스타일도 비슷하죠.(웃음)”
Q. 작가님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한국에서 그래피티 아트를 하고 있는 엔조라고 합니다. 3년 전부터 해외에서 많은 초청을 받아 이래저래 좋은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Q. 엔조, 회사명이 아니군요. “네. 제 이름의 예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랩하는 사람들에게 랩네임이 있는 것처럼, 저희도 태그네임(tag name)이 있어요. 이번 워크샵에서 진행될 태깅 작업이 자신의 태그네임을 그려보는 작업입니다.”
Q. 그래피티 아트, 작가님의 시선으로 설명 부탁드려요.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래피티는 아직 예술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아주 솔직하고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그래피티를 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이름을 많이 쓰세요.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름을 예쁘게 쓰는 거죠.”
Q. 어떻게 감상하면 되나요?
“글의 내용보다는 전체적인 색감이나 형태 위주로 보시면 됩니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인상에 더 집중하시면 좋겠어요. 그래피티는 정치적, 사회적 이야기를 담는 예술이라기보다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처럼 생각하시면 돼요.”
Q. 지금까지 협업한 매체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방송무대이셨네요.
“아무래도 그래피티가 갖는 역동적인 이미지 때문에 그렇겠죠. 색감도 그렇고 그림을 그릴 때 움직임도 그렇고… 그래피티를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그 자체로 굉장히 강렬해 보일 거예요. 그래서 무대나 스포츠와 잘 어울리죠.”
Q. 그런 의미에서 그래피티는 벨로스터와도 닮았군요.
“맞아요. 벨로스터가 이번에 내건 슬로건이 ‘LIVE LOUD’ 라는 건데… 저희가 사는 모습이랑 비슷해요. 꾸밈없이 항상 강렬하게 다가가려고 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개성 취향의 방향성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과 닮았다고 볼 수 있죠.”
Q. 벨로스터 디자인, 어떠세요?
“원래 해치백스타일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벨로스터를 직접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내부는 더욱 좋았고요. 어릴 때 즐겨하던 레이싱게임에 나오는 좋은 차들을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기분이었죠.”
Q. 가장 마음에 드는 벨로스터 외장 색상은요?
“사실 원색계열의 색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벨로스터에 입혀진 색상들은 원색이 주는 오버스러운 강렬함과 혹은 자칫 잘못해서 보여질 수 있는 촌스러움 사이에서 줄타기를 매우 잘 한 것 같아요. 특히 노란색상이 계속 생각나네요. 그래도 여전히 전 무채색이 좋습니다.(웃음)”
Q. 앞으로 어떤 분야와 협업하고 싶으신지요?
“사실 이번에 자동차 자체를 직접 커스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와 더 깊게 협업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레이싱 트랙 자체를 그림으로 채우는 작업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Q. 그럼 어떤 자동차 세그먼트와?
“저는 그래피티를 할 때 디테일이나 깔끔함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라, 세단에 작업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차 자체의 선이 주는 날렵함이나 속도감을 동경했었는데 그래피티랑 협업한다면 그런 느낌을 주는 요소들과 잘 접목이 될 것 같아요.”
Q. 벨로스터와의 작업,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좋은 시간 이였죠. 특히, 그래피티 클래스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게 정말 좋았어요. 그래피티에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기회가 없으셨던 분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정말 이렇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작년부터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그래피티 클래스가 시작됐다. 조만희 작가는 참가자들에게 그래피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태깅(tagging) 시범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작품에 몰두했다. 작가는 그 뜨거운 현장을 살피며 참가자들을 돕고 격려했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인 틀 안에서 지극히 개성적이다. 그러나 그 작품을 전달하는 과정은 가히 소통적이다. 본인의 기호와 표현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타인의 것도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1세대 벨로스터의 이미지가 장난꾸러기였다면, 신형 2세대 벨로스터는 유머를 잃지 않은 청년 이미지였다. 자연스럽게 2세대 벨로스터와 조만희 작가가 오버랩 된다. “무르익은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