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오랜 공백을 깨고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 신모델을 선보였다. 많은 소비자들이 폭스바겐의 ‘컴백’을 기대한 만큼, 어떤 모델이 스타트를 끊을 지도 관심이 모였다. 티구안, 골프, 아테온 등 여러 모델이 후보에 올랐지만 폭스바겐이 선택한 1번 타자는 파사트 GT였다.
파사트 GT는 한국 시장에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온 파사트의 최신 모델이다. 기존 파사트가 북미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된 미국형 모델이었던 것과 달리, 파사트 GT는 유럽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개발된 유럽형 모델이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파사트도 완전히 다른 색을 입게 된 것. 신형 파사트 GT는 과연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우선 파사트 GT가 완전히 풀체인지된 모델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파사트 GT는 폭스바겐 중형 라인업 최초로 차세대 MQB 플랫폼을 적용, 뛰어난 효율성과 우수한 차체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특히 전장은 그대로지만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휠베이스를 기존 대비 74mm나 늘렸고, 이에 따라 2열 레그룸 역시 40mm 가량 넓어졌다. 이는 역대 파사트 모델 중 가장 넓은 뒷좌석 공간이다.
단순히 넓어지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전형적인 중형 세단 비례였던 기존 모델과 달리, 전고는 낮고 전폭은 넓은 디자인을 적용해 극적인 쿠페형 비례감을 얻었다. 이를 통해 시각적으로는 구형 모델보다 훨씬 차체가 커 보이는 효과를 준다.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인 클라우스 비숍은 “우리가 디자인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파사트 GT를 상위 세그먼트의 차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었다”며, 파사트 GT를 프리미엄 모델로 진화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세련된 외관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전 모델에 LED 헤드라이트가 기본 적용되며, 기본 트림을 제외한 모델들에는 프로젝션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더할 뿐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뛰어난 배광 성능을 자랑한다. 좌우 헤드라이트는 강렬한 존재감의 크롬 바로 이어져 폭스바겐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공유한다. 후면부 역시 전 모델에 LED 헤드라이트가 기본 적용되는 등 이전보다 고급스러움이 배가됐다.
인테리어의 변화 폭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MQB 플랫폼 적용으로 공간 활용도가 극대화돼 준대형 세단과 맞먹는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단순히 넓어지기만 한다면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파사트는 프리미엄 세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폭스바겐 국내 모델 사상 최고 수준의 첨단 사양으로 무장했다.
우선 운전석에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눈에 띈다. 또 기존의 아날로그 계기판을 대체하는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적용, 시선을 옮기지 않고도 계기판에서 다양한 주행정보 및 차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전통적인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탑재돼 미러링크, 애플 카플레이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럭셔리 세단에서나 볼 수 있었던 360도 에어리어 뷰 시스템도 프레스티지 트림에 적용된다.
안전 성능도 대폭 강화됐다. 보행자나 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긴급 제동 시스템은 물론, 저속에서 앞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고 주행하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와 고속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을 유지해 주는 레인 어시스트 등 반자율주행 기능들이 전 모델 기본 탑재된다. 또 다른 차량이 파사트 GT와 충돌하는 상황을 미리 예측, 창문과 선루프를 닫고 안전벨트를 조여주는 혁신적인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도 기본 사양이다. 동급 모델 중 이러한 첨단 안전 사양이 기본 탑재되는 차량은 파사트 GT가 유일하다.
아무리 좋은 기능이 많이 탑재되더라도 자동차의 본질은 달리기다.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탄탄한 주행 성능이었다. 파사트 GT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편의사양 업데이트는 물론, 우수한 주행 성능 기본기를 두루 갖췄다.
앞서 북미형 파사트가 가솔린 엔진을 주력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파사트 GT는 폭스바겐의 장기인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운다. 국내 시장에 소개되는 모든 파사트 GT는 2.0 TDI 엔진과 6속 DSG가 기본 사양이다.
신형 EA288 엔진은 2.0 디젤 엔진으로선 매우 강력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강력할 뿐 아니라 2개의 밸런스 샤프트가 적용돼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자랑하며,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배출가스 후처리 시스템이 탑재됐다.
넉넉한 출력에 힘입어 2.0 TDI 전륜구동 모델의 0-100km/h 가속시간은 7.9초에 불과하며 최고속도는 233km/h에 달한다. 그럼에도 공인연비는 복합 15.5km/L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유럽 소비자 취향에 맞는 탄탄한 서스펜션이 더해져 뛰어난 코너링 성능까지 갖췄다.
기존의 미국형 파사트는 성공적인 모델이었다. 매달 수입차 판매량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등 한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저변을 넓히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형 파사트는 잊어도 좋다. 새로운 파사트 GT는 유럽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 성능과 디자인, 편의성과 안전성까지 모두 한 급 끌어올린 프리미엄 모델로 거듭났으니 말이다.
폭스바겐 브랜드는 프리미엄 대중차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숨을 고르면서, 라인업을 정비하고 이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파사트 GT는 이러한 폭스바겐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뛰어난 상품성으로 일본 브랜드의 중형 세단들은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의 엔트리 세단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신형 파사트 GT의 가격은 4,320만~5,290만 원이다. 기존 미국형 파사트 대비 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LED 헤드라이트, 반자율주행 기능, 첨단 능동 안전사양이 기본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권토중래한 파사트가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의 선두주자로 거듭날 지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