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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대표 중형세단, E클래스

“벤츠 타보고 싶으면 독일에 가봐, 택시도 벤츠야” 2000년 초반쯤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나왔던 말이다. 독일에 가면 택시도 벤츠다. 바로 벤츠 E클래스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 가게 된 것은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후였다. 독일에는 진짜로 벤츠가 택시로 사용됐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택시가 아닐까 싶다.

이보다 좀더 이른 1993년. 한국에는 수입차 시장이 형성되고 있었다. 한성자동차가 메르세데스-벤츠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고 일부 부유층을 상대로 고급차 영업에 힘을 쏟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S클래스와 E클래스를 각각 1억원과 7000만원 선에 판매했으나 월간 판매는 10대 미만이었다. 결국, 이를 계기로 한성자동차가 C클래스를 들여오며 3000만원대 시장을 공략했지만 역시 값비싼 수입차임에는 틀림없었다.

벤츠는 E클래스를 좀 더 대중적인 차로 만들고 싶었다. 1947년 현재 E클래스의 뿌리인 170V가 등장하고나서도 S클래스의 고급화에 비해 E클래스는 좀 더 실용적인 노선을 걷는다.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벤츠는 S클래스와 E클래스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다. 2012년 메르세데스-벤츠의 전 세계 판매량을 살펴보면 대중을 타깃으로 한 차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구분할 수 있다.

벤츠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C클래스다. CLK와 SLK를 합해서 29%를 차지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바로 E클래스다. CLS를 합해 총 22%를 차지했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CLS의 인기가 좋았다고는 하지만 준중형과 중형의 세단이 인기가 좋다. 반면 럭셔리한 S클래스는 SL, CL, SLR, SLS, 마이바흐를 모두 합해도 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S클래스가 큰 인기를 끌지만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아주 비중이 적은 고급차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벤츠의 주력 차종인 E클래스가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 살펴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시간은 E클래스의 전신인 170V가 탄생하던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세대-메르세데스-벤츠 170 V 모델(136 Series)

제1세대-메르세데스-벤츠 170 V 모델(136 Series)

E클래스의 뿌리가 된 170V 모델은 1946년부터 1955년까지 생산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중형 클래스 자동차로 2차대전 이전에 생산하던 같은 이름의 모델을 토대로 개선한 차다. 전쟁이 끝나고 벤츠가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이기도하다. 전쟁 전에 유행하던 둥근 모양의 외형을 바탕으로 편의성과 주행성능을 개선했다. 코드명 136과 191로 불리는 당시의 섀시는 앰뷸런스, 왜건, 픽업 트럭 등 다양한 모델의 토대가 됐다.

제2세대-메르세데스-벤츠 180 모델(W 120)

제2세대-메르세데스-벤츠 180 모델(W 120)

본격적인 E클래스의 등장이다. 1953년 8월 벤츠는 120시리즈 가운데 모델명 ‘180’을 출시한다. 엔진룸과 트렁크 그리고 승객 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3박스 스타일을 적용했다. 또, 섀시와 프레임이 일체형으로 된 자체 지지형 보디를 적용해 ‘폰톤’이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1954년에는 디젤 엔진을 얹은 180D가 등장했고 1956년에는 190 모델이 추가됐으며 1958년에는 역시 디젤 엔진을 얹은 190D까지 등장한다.

제3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10)

제3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10)

1961년 벤츠는 미국식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이른바 ‘핀테일’ 형태를 선보인다. 같은 시점 개발한 벤츠의 S클래스에도 이 같은 디자인이 반영됐다. 첫 번째 핀테일 디자인은 190과 190D 모델에 사용했고 1965년에는 200과 200D 모델에까지 적용했다. 이때의 코드명 110의 벤츠 모델들은 S클래스와 차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앞모습과 휠베이스의 수치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E클래스는 럭셔리대신 스테이션 왜건이라는 장르로 차체를 활용하게 된다.

4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14,115)

4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14,115)

1968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코드명 115와 114 세단은 벤츠 E클래스가 독자적인 차체를 갖고 독립한 세대에 해당한다. 당시의 E클래스 차체는 S클래스와 비교해 콤팩트한 형태에도 균형을 갖췄고 곧게 뻗은 라인이 있었다. 모델명 200, 220, 200D는 4기통 엔진이었고 6기통 엔진을 장착한 230과 250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1974년에는 5기통의 디젤엔진을 장착한 240D 3.0 모델이 처음 등장한다.

5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23)

5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23)

1976년 코드명 123의 E클래스가 등장하고 곧바로 벤츠는 쿠페와 롱휠베이스 세단 그리고 스테이션 왜건을 선보였다. E클래스의 라인업이 확대된 것. 모델명도 200D, 220D, 240D와 300D, 200, 230, 250, 280, 280E 등으로 다양해졌고 각 모델은 엔진과 성능에서 각각 차별점을 가졌다. 1980년에 출시된 230E 모델은 가솔린 직분사 방식의 4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1981년 출시한 300D에는 디젤 엔진에 수퍼차져를 장착한 터보디젤 엔진 모델이 등장했다. 이어서 123시리즈에는 쿠페 모델인 C123과 스테이션 왜건인 S123 등이 추가되며 E클래스 파생 라인업이 자리를 잡는다.

6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24)

6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124)

1985년 벤츠는 코드명 124를 내놓으며 E클래스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이즈음 벤츠는 모든 모델의 명칭을 통일하기 시작하는데 200E 모델을 E200으로 바꾸듯 알파벳을 앞에 두기 시작한다. 코드명 124는 스포티한 라인과 고강도 강판을 적용하고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을 갖췄다. 벤츠는 수출용 모델 200E를 별도로 제작하기도 했고 8기통 고성능 엔진을 400E, 500E, E63 AMG 모델에 얹어 성능에서도 차별화를 노렸다. 이와 함께 쿠페, 왜건, 카브리올레, 롱휠베이스의 구분과 4MATIC이라고 부르는 4륜 구동 모델을 추가해 E클래스 세단의 다변화를 추구한다.

7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210)-01

7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210)-01

1995년 4개의 헤드라이트를 가진 E클래스의 등장으로 세계 중형 차 시장이 요동친다.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210 모델은 자동차 디자인과 공학과 편의장치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자식 트랙션 조절 시스템과 안전벨트 장력 조절장치 등이 새롭게 추가됐고 E클래스에서 각각 다른 세 가지 디자인과 성능으로 클래식, 엘레강스, 아방가르드 모델을 선보인다. 세단 모델을 기본으로 1995년에 E50 AMG, 1997년 E 550 AMG 등 고성능 모델을 내놨고 스테이션 왜건인 S210도 이전 모델에 비해 적재공간을 70ℓ 늘려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8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211)

8세대-메르세데스-벤츠 (W 211)

2002년 선보인 211시리즈는 전통적인 벤츠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액티브 바이 제논 헤드램프와 전기유압식 브레이크, 센서조절식 에어컨 등이 기본장착된 모델이다. 2006년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디자인을 개선했고 2004년에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모델을 출시하고 2006년에는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친환경 라인업 ‘블루텍’을 선보인다.

9세대 페이스리프트-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E-Class

9세대 페이스리프트-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E-Class

8세대가 나온 지 7년만인 2009년 벤츠는 9세대 E클래스를 출시한다. 디자인이 일부 변경됐고 안전 사양을 추가했으며 연료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디젤엔진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끌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기 직전인 2013년 5월까지 총 3만7440대가 판매됐다. 2013년 6월 등장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한국인 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으며 E클래스의 전통이었던 4개의 헤드램프를 2개로 모았으며 LED 램프를 대폭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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