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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타면 연비 20km/L 넘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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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으로 명성을 날렸던 혼다 어코드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서 이제는 ‘연비의 신기원’을 이룬 모델로도 기억될 전망이다. 여전히 넉넉한 실내 공간, 여전히 고급스러운 주행감각, 깔끔하게 정돈된 마무리, 거기다 ‘미친 연비’가 더해진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만나보자.

하이브리드에서 대세를 유지해 온 토요타에 비해, 그 동안 혼다는 꾸준히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여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었던 인사이트도 이름과는 달리 별다른 인사이트를 주지 못했고, 일반 승용 모델에 적용한 하이브리드 모델들도 마찬가지였었다. 그 동안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하이브리드를 활용하기 보다 엔진의 주행에 힘을 조금 보태는 수준의 역할만 하다 보니, 파워도 연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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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혼다가 변했다. 최근 혼다는 매우 적극적으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존의 병렬식 1-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과감히 탈피해, 2-모터, 3-모터 시스템은 물론, 4-모터 전기차도 적극 연구, 개발 중이다. 수 많은 매니아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수퍼카 NSX도 3개의 전기모터를 가진 하이드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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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국내에 도입된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그 동안 전기모터 2개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 왔는데 혼다가 새롭게 2개의 모터를 적용한 i-MMD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토요타의 아성에 도전한 것이다. 그리고 벌써 많은 미디어를 통해 ‘미친 연비’를 입증하면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의 어코드는 2012년 등장한 9세대 어코드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그리고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은 하이브리드 전용 휠을 제외하면 일반 어코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는 굳이 ‘나 하이브리드야!’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닐 필요가 없다. 오히려 티 나지 않는 게 더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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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의 경쟁 모델을 찾자면, 미국에서는 현대 쏘나타와 경쟁하는 모델이지만 차체 크기가 조금 애매하다. 휠베이스는 쏘나타보다 짧은데 길이는 그랜저보다 길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4,945 x 1,850 x 1,465mm에 휠베이스 2,775mm, 그랜저가 4,930 x 1,865 x 1,470mm, 2,845mm, 쏘나타 뉴 라이즈가 4,855 x 1,865 x 1,475mm, 2,805mm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그랜저의 경쟁 모델로 보는 것이 맞겠다. 어쨌든 외관에서 봤을 때 큰 차체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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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가 상대적으로 짧아 실내 공간 확보에 불리할 수 있는 구조지만, 그래도 실내공간은 비교적 넉넉하게 뽑았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다. 계기판과 EV모드 버튼 등을 제외하면 실내 디자인도 일반 어코드와 다른 점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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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회전계를 없애고, 가운데 큰 원에 속도를 표시하고, 좌측에 엔진과 전기모터의 작동여부, 그리고 충전 여부를 표시하는 게이지를 더했다. 디자인이 시원시원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 작동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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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으로 배열된 듀얼 모니터도 여전히 신선하다. 네비게이션도 국내 제품을 적용해 사용이 무척 편리하다. 블루투스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오디오는 편리한데, 음질은 무난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내 외관 디자인은 아주 세련된 최신 감성은 아니다. 여전히 일본스러운 감각이 많이 배어있다. 많이 날카로워진 모습에서 어딘지 사무라이의 느낌도 배어있다. 하지만 일본 차답게 각종 장치들을 사용하기 편리하고, 마감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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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무선충전 기능과 애플 카플레이 등 최신 편의 사양들이 적용된 것은 반갑지만, 통풍시트나 열선 핸들 등 국내 고객 선호 사양 일부가 빠진 것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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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2.0 DOHC i-VTEC 엣킨슨 사이클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143마력(ps) /6,200rpm, 최대토크 17.8kg•m/4,000rpm을 발휘한다. 주행용 메인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84마력(ps), 최대토크 32.1kg•m을 발휘하는데, 전기 구동과 회생제동을 담당한다. 또 하나의 발전용 전기모터는 엔진의 효율이 뛰어난 구간에서 엔진의 동력을 이용해 발전을 하고, 그 전기를 주행 모터에 전달하거나 충전을 하기도 한다. 배터리는 1.3kWh/72cell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됐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211마력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보증기간은 파격적인 ‘10년 / 주행거리 무제한’이다.

대표적인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2.5리터 158마력 가솔린 엔진과 143마력 전기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출력 203마력을 발휘한다. 한 개의 전기모터를 병렬식으로 연결하는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0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156마력을 발휘하고, 전기모터가 51마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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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의 출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점이 눈에 띈다. 그 만큼 전기모터 만으로 가속할 수 있는 구간이 넓어지고, 회생 제동으로 생성할 수 있는 전기의 양도 더 많아질 수 있다. 배터리의 용량이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비해 조금 낮은데, 아주 긴 내리막에서라면 회생제동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모두 저장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주행여건에서는 더 쉽게, 더 자주 충전하고, 방전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동력 성능은 무난한 수준이다. 전기모터의 출력이 매우 높은 편이긴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특별히 더 강하게 가속하는 정도는 아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실히 더 강한 토크를 체험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연비는 좀 더 떨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어차피 낭비되는 에너지를 모아둔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재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좀 덜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그 부분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장 큰 매력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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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상태에서 부드럽게 가속하면 평지에서 전기모터만으로 50~70km/h 정도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물론 엑셀을 깊이 밟으면 바로 엔진이 깨어난다. 내리막에서는 상황에 따라 90km/h 정도에서도 엔진을 끄고 전기 모터 만으로 가속이 되는 EV 모드가 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해 중속 이상에서 EV모드가 좀 더 폭 넓게 적용되는 편이다.

저속 구간에서는 ‘EV’ 버튼을 눌러 임의로 EV 모드를 유지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엑셀을 좀 더 깊이 밟아도 엔진이 깨어나지 않고 전기모터 만으로 좀 더 오래 주행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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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이다. 고강성 차체에다 진폭 감응형 댐퍼와 하이드로 부싱 적용으로 아주 매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승차감에서 큰 불만이 없다. 말 그대로 매끈하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승차감이다. 특히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더해진 조용한 실내와 어울려 주행 중에도 매우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 스티어링 응답성도 무난하다. 전반적으로 주행감각은 패밀리 세단으로 매우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주행 중 무척 마음에 드는 기능으로 레인 와치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오른쪽 방향 지시등을 켜면 오른쪽 사이드 미러 아래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차체 후측방 영상을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보여주는 기능이다. 고개를 많이 돌리지 않고도 후측방 상황을 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하고, 안전 운전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좌측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카메라의 해상도가 낮은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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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연비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일반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하면서 특별히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대충 탔을 때도 트립컴퓨터 상 평균연비 20km/L를 쉽게 넘긴다. 시승 중에는 보통 21km/L 이상이 나왔다. 물론 대충이라는 말은 급가속이나 초 고속 주행을 하지 않고 다른 차들과 흐름을 맞춘 정도의 주행이다. 그 말은 누구나 평소에 그 정도의 연비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이 절반 이상을 넘는 상황에서도 22km/L를 가볍게 넘겼다. 공인 연비는 복합 19.3, 도심 19.5, 고속도로 18.9km/L다. 대충 타도 공인연비를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다. 짧은 시승 동안 사실 극강의 연비 모드로 주행해 보지는 않았다. 궁금하긴 하다. 잘만 타면 30km/L도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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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의 혼다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연비는 기대 이하였다. 그리고 지금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놀랄 정도로 뛰어난 연비를 선보인다. 혼다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공을 들였는지 실감이 난다.

혼다의 베스트셀러 모델이 이처럼 놀라운 연비까지 갖추게 된 만큼 벌써부터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까지 감안하면 4,320만원이라는 가격도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경쟁력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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