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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2017 쿠가 시승기, 기름기 쫙 뺀 유럽풍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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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쿠가가 한국에 상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곧바로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새로운 패밀리 룩을 두른 신형 쿠가는 충실한 기본기와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나름의 우수한 가치를 선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을 강력한 한 방이 없는 점은 아쉽다.

세계인의 음식, 햄버거의 원조는 유럽이다. 그 기원을 더 따지고 올라가면 유럽을 정벌하던 몽골 유목민에 이르지만, ‘Hamburger’라는 명칭의 기원까지만 생각해보면 독일 함부르크에서 먹던 다진 고기 스테이크가 원조인 셈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그 함부르크식 스테이크와 야채를 빵 사이에 끼워 만든 요리가 햄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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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햄버거가 아메리칸 드림과 풍요로움의 상징이었지만, 오늘날 미국식 햄버거에 그렇게 좋은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 주로 자본주의와 비만, 정크푸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한 때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던 미국차가 독일차, 일본차에 밀려난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도 좋겠다.

햄버거 레스토랑들이 기름진 미국식 햄버거 대신 기름기를 빼고 웰빙을 외치며 유럽 요리같은 햄버거를 선보이듯, 한국에 소개된 포드 쿠가 역시 미국보다는 유럽차에 가까운 이미지다. 원 포드 정책에 따라 미국형 포드와 같은 모습이지만, 그 속에는 독일에서 다듬어진 유럽형 설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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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분변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전면부다. 일견 현대 싼타페나 투싼이 떠오르기도 한다. 3분할 형태였던 라디에이터 그릴이 육각형의 싱글프레임 그릴로 바뀌면서 번호판이 아래로 내려갔고, 헤드라이트도 포커스와 비슷한 형태에서 보다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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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 내부에는 LED 주간주행등이 삽입돼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강렬하다. 테일램프 역시 기본 트림인 트렌드부터 LED 제동등이 적용되는 등 이전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해졌다. 기존 쿠가에 미국차의 색이 많이 남아있었다면 이제는 보다 유럽차같은 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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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뒷모습의 변화는 미미하다. 테일램프의 그래픽이 약간 바뀌었지만 전면부의 변화에 비하면 체감되는 정도는 아니다. 알로이 휠은 트림에 따라 두 종류가 마련되는데 시승차는 기본형인 트렌드. 티타늄 트림 쪽이 조금 더 큰 투톤 휠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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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전폭*전고는 4,525*1,840*1,690(mm)에 휠베이스는 2,690mm로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에 비하면 큰 편이다. 특히 전고가 45~55mm 가량 높아 실내의 헤드룸과 적재공간 면에서 다소 유리함이 있겠다. 다만 좌석에 앉았을 때 시트포지션 역시 경쟁차종에 비해 다소 높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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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의 변화 폭이 오히려 훨씬 큰데, 두 층으로 배치된 버튼과 디스플레이는 비슷하지만 버튼의 배치가 대폭 정리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조작이 수월해졌다. 스티어링 휠 역시 신규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조작 편의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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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약간 독특한 부분들도 보인다. 가령 2개로 나뉘어진 송풍구나 센터페시아 쪽으로 한껏 당겨진 변속기 레버 위치 등이 일반적인 승용차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개성있지만 크게 실용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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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은 아이나비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만, 그 외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직도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포드는 한국에서 5번째로 많이 팔리는 수입차다. 1년에 1만 대 이상 파는 브랜드 중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한글화하지 않는 브랜드는 포드가 유일하다. 오디오 전원 버튼을 두 번 눌러야 켜지는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오디오를 껐다 켜야 하는 점도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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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품질이 전반적으로 준수하지만 고급스러움을 많이 느낄 수는 없다. 가죽 재질감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마감, 버튼 조작감 등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국내에서는 한 급 위의 중형 국산 SUV들과 경쟁해야 하는 가격인데, 그런 경쟁상대들과 마감 품질을 견주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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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가는 기존 한국에서 포드의 컴팩트 SUV를 담당했던 이스케이프와 동일한 차다. 1세대 쿠가는 유럽 포드 주도로 개발돼 각진 이스케이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데 그쳤지만, 현재는 원 포드 정책에 따라 이스케이프와 차체를 공유한다. 다만 서스펜션의 세팅과 편의사양, 파워트레인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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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여전히 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류는 디젤이다. 퓨전이 몬데오로, 이스케이프가 쿠가로 바뀐 것도 그런 까닭이다. 두 모델의 파워트레인도 동일하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는 2.0L 직렬4기통 듀라토크 디젤 엔진에 6속 DCT가 맞물린다.

최고출력은 3,500rpm,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발휘된다. 때문에 극초반 회전영역에서는 터보 랙이 다소 느껴진다. 하지만 속도를 높일 수록 힘차게 가속한다. 디젤 엔진은 진동이 잘 억제됐지만, 특유의 칼칼한 회전음은 다소 거슬린다. 독일제 디젤 엔진처럼 엔진 사운드를 보다 억제해도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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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몬데오 시승 때도 제법 만족스러웠던 변속기는 이번에도 인상깊다. DCT 특유의 울컥임이나 변속충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막히는 구간에서 크리핑을 반복하더라도 불쾌한 충격이 없다. 마치 토크컨버터처럼 매끄럽지만 변속은 정확하다. 연속 업시프트나 연속 다운시프트에서는 DCT답지 않게 다소 더딘 반응속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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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세팅이 독일차처럼 매우 단단한 반면, 시트 포지션은 미국차답게 높다. 무게중심과 별개로 시트 포지션이 높으니 시야는 좋지만 붕 떠가는 듯한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다. ‘유럽차다움’을 지향한다면 시트 포지션도 개선했으면 싶다.

쿠가의 장점이라면 기본 모델부터 AWD가 탑재된다는 점. 기본적으로 도심형 SUV지만 종종 험로주행이 필요한 환경이라면 이런 부분도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그 밖에 부분변경과 함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몇몇 신기능이 탑재됐지만, 기본형 트림인 시승차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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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주행과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 적당히 휘어진 국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쿠가는 시종일관 신뢰성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고속 안전성, 코너링, 엔진의 반응과 변속기의 직결감 등 여러 부분에서 종합적으로 우수하다. 특히 국내 동급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티구안이 사라졌으니 해 볼 만한 ‘판’인 셈이다.

쿠가는 미국차에 대한 편견과는 거리가 멀다. 탄탄한 하체와 효율 좋은 디젤, 듀얼클러치 변속기, 준수한 마감품질까지 흠잡을 곳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기름진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아닌, 호밀빵 사이에 살짝 덜 익혀낸 패티와 신선한 채소, 수제 치즈를 끼워 내놓은 유럽 요리같은 햄버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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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무 느끼함을 덜어내려고 한 까닭일까? 담백하지만 쿠가 만의 또렷한 매력을 꼽기는 쉽지 않다. 미움받지 않을 외모에 알뜰살뜰하게 필요한 사양과 엔진을 모두 갖췄지만 차에서 내린 뒤 선명하게 남는 강렬한 인상이 없다. 차라리 한 가지 단점이 있더라도 훨씬 확실한 장점이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지 않을까?

수입차가 대량 보급되는 시대지만 여전히 수입차는 단순한 가격대비 성능을 넘어 개성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무난함만을 강조한다면 1,000만 원이나 저렴한 국산 동급 모델과도 차별화되기 쉽지 않다. 조금 기름져도 자꾸만 생각나던 미국 햄버거의 그 오묘한 맛, 그런 쿠가 만의 한 방이 필요하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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