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구동 페라리라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런 황당한 슈퍼카가 스페인에서 등장했다. 다름 아닌 소위 “짝퉁” 슈퍼카를 생산하던 공장이 스페인 경찰에 발각됐다.
흔히 자동차의 외관에 다른 차의 껍데기를 씌워 만드는 차를 ‘레플리카(replica)’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느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과 상표를 따라 만드는 레플리카는 일반적으로 디자인권과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엠블렘을 붙이지 않거나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더군다나 개인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전설적인 자동차의 레플리카를 만드는 정도는 완성차 업체들도 너그럽게(?) 이해하는 편이지만, 대량으로 짝퉁 자동차를 만든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에 스페인에서 검거된 일당도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스페인 경찰은 알리칸테 주에서 우연히 가짜 페라리를 발견했다. 슈퍼카의 대명사인 페라리지만 너무나도 조악하게 만들어진 모양새에 짝퉁임이 명백하게 보였다.
이에 경찰은 운전자에게 차를 만든 회사를 알려달라고 설득하는 한편 내사를 통해 히로나 주에 위치한 이들의 비밀 공장을 발견했다. 경찰이 이 공장을 급습했을 때, 14대의 가짜 슈퍼카가 한창 조립 중이었다.
범인들은 ‘스튜디오’라고 불린 공장 안에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모델들을 만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폰티액 피에로나 토요타 MR-S 같은 미드십 스포츠카들을 베이스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이들은 토요타와 포드의 평범한 소형차들을 기반으로 슈퍼카를 만들고 있어 수사당국에게 충격을 줬다는 후문.
이 공장에서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 F430, 360 모데나 등 다양한 차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이미 일부는 완성돼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에 매물로 올려져 있었다. 이들은 잘 만들어진 페라리 레플리카에 4만 3,000달러(한화 약 4,900만 원)의 저렴한(?) 가격을 매겼다.
덕분에 웃지 못할 황당한 차도 만들어졌다. 스페인 경찰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엔진이 앞쪽에 실려 있고 앞바퀴를 굴리는 페라리가 있는가 하면, 엔진에 토요타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차도 있었다.
그래도 100% 짝퉁은 아니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외장 패널을 FRP와 같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었지만, 헤드라이트와 엠블렘 등 디자인을 베끼기 힘든 일부 부품들은 정품을 사용해 사실감(?)을 높였다.
스페인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페라리 및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제조사들의 상표권과 디자인 특허를 명백히 침해했을 뿐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외장 부품을 사용해 사고 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등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지난 2013년에도 17대의 페라리 F430 레플리카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8명의 일당이 검거된 바 있다. 스페인 경찰 당국은 특히 이러한 불법 레플리카 제조에 대해 엄격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