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지난 17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한 올 뉴 크루즈에 벌써부터 할인 혜택을 제공해 눈길이다. 갓 출시된 신차가 사전계약 기간부터 대규모 할인 공세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크루즈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에 따르면 쉐보레는 올 뉴 크루즈 구매고객 대상으로 전폭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2월 한 달 간 매일 크루즈 계약자 중 1명을 추첨, 월내 출고 시 맥북 에어를 증정하며, 쉐보레 국내시장 도입 7주년을 맞아 콤보 할부 이용 시 최대 50만 원 할인, 입학·졸업·입사·퇴직·결혼·이사 등 새출발 고객에게 30만 원 추가 할인, 5년 이상 노후차량 보유 시 30만 원 중복 할인 등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쉐보레 차량 재구매 시 최대 50만 원 할인, 노후 경유차 폐차 및 신차 구입 시 개소세 지원 104만 원 등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또한 출산예정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48만 원 상당의 유아용품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현금할인 최대 264만 원에 용품 지원 등 최대 300만 원 가량의 혜택이 주어진다.
같은 날 출시된 기아 모닝은 지난 해 TV,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던 모델이지만 신형 출시 후 첫 달인 2월 할인혜택은 시승 시 20만 원 혜택에 불과하다. 차량가액 대비 할인율을 계산하면 크루즈가 모닝보다 6배 이상 많은 할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많은 혜택을 받을 수록 좋은 일이지만, 판매자에게는 썩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신차 출시 시에는 새 차를 먼저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 덕택에 큰 할인혜택 없이도 신차효과로 많은 판매를 이뤄내기 마련이지만, 초반부터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만큼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17일 신형 크루즈의 사전계약이 시작됐지만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사전계약댓수는 1,500대에 그쳤다. 도중에 명절 연휴가 있었다 해도 ‘아반떼 대항마’라고 하기에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아반떼의 경우 지난 2015년 사전계약 당시 세부사양과 실차 이미지도 공개하지 않은 채 사전계약이 진행됐음에도 일주일 만에 5,000대 이상 계약된 바 있다.
크루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한 데에는 높은 가격 탓이 크다. 크루즈는 1,890만~2,478만 원에 달하는 가격대로 동급 경쟁모델 중 가장 비싸다. 전 모델 자동변속기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기본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준중형에서 인기가 높은 디젤 라인업의 부재도 간과할 수 없다.
장기화된 경기불황 속에서 주 라이벌인 아반떼는 선호사양만 묶어 판매하는 ‘밸류 플러스’ 트림을 추가하는 등 소비자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크루즈는 아무리 경쟁 모델 대비 뛰어난 완성도를 강조하더라도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할인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사의 자금력에 상당한 부담을 가하는 것”이라며 “할인을 계속하면 소비자들이 앞으로 차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오히려 구매를 미루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GM이 향후 올란도 단종까지 검토하면서 군산공장의 사활이 크루즈에게 달려있는 만큼 크루즈의 부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