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하루 간격으로 발표된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엇갈려 눈길이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18.3%나 폭락한 반면 기아차는 소폭 증가했다.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와 신차 출시 주기 등의 여파가 컸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16년 매출액 93조 6,490억 원, 영업이익 5조 1,935억 원, 경상이익 7조 3,071억 원, 당기순이익 5조 7,19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은 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무려 18.3%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작년 4분기 매출액은 24조 5,380억 원, 영업이익 1조 212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9% 줄었고 영업이익은 32.6%나 급락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연말을 보낸 셈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485만 7,933대에 그쳤는데, 신흥시장 수요 부진과 내수에서의 실적 저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수 판매의 경우 글로벌 판매 감소폭보다 큰 7.8%의 판매 감소를 보였다.
이러한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고급 모델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소폭이나마 매출은 개선됐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기아차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기아차는 작년 글로벌에서 52조 7,129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6.4% 성장했고 영업이익 역시 4.6% 증가한 2조 4,615억 원을 기록했다. 세전이익은 3조 4,420억 원, 당기순이익은 2조 7,546억 원이다.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매출액은 12조 9,1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조 4,61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현대차보다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글로벌 판매 역시 303만 1,000대를 기록해 3.3% 성장을 이뤄낸 점이 현대차와 대조적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니로와 스포티지, K7 등 신차가 연초부터 꾸준히 판매를 견인한 덕이다. 특히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 파업 등 여러 국내 악재가 겹쳤음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해외 현지 생산 역시 중국 공장 가동률이 향상되고 멕시코 공장이 가동되는 등 확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장세에 탄력을 받아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특히 올해 역시 모닝, 스팅어, 소형 SUV 신규모델 등 신차를 대거 투입해 내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반등을 이룰 계획이다.
현대차 역시 올해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 올해 여러 대의 신차가 출시를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작년의 영업이익 감소 중 많은 부분이 제네시스, N 등 신규 프리미엄 및 고성능 브랜드 영업 및 마케팅에 투자된 것이기 때문.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 해 브렉시트, 보호무역 기조 확산 등 여러 악재가 있었던 만큼 올해는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전년 대비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의 올해 판매 목표는 내수 68만 3,000대, 글로벌 508만 대 수준이다.
이를 위해 현대와 기아는 모두 친환경차, 커넥티비티 및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성능화, 고급화를 통해 영업이익 개선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