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많은 지적이 이뤄졌음에도 국산차의 부식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3년 된 국산차의 부식이 11년 이상 된 수입차만큼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년 이상된 국산차는 수입차보다 최대 7배 가량 많은 부식이 발생했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컨슈머 인사이트가 지난 해 실시한 ‘자동차 연례기획조사’에 따르면 새차 구입 후 보유기간이 1~5년차, 6~10년차, 11년 이상 경과됐을 때 국산차의 부식은 21건, 67건, 137건으로 급증하는 반면, 수입차의 부식은 5건, 16건, 22건으로 더딘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된 국산차와 11년 이상 된 수입차의 부식 발생 빈도가 거의 동등한 것이다.
2016년 제16차 자동차 연례기획조사에서는 새차 구입후 1년 이상 경과한 소비자 4만 2,090명에게 부식을 세 부문(도장면, 하부, 기타)으로 나누고 도장면 7개 부위, 하부 5개 부위, 기타 1개 등 총13개 부위에 대해 물었다. 지적된 부위수의 100대당 평균을 구해 ‘부식 발생부위(건)수’로 비교했다. 편의 상 보유기간을 ‘1~5년’, ‘6~10년’, ‘11년 이상’으로 나누어 사용연한에 따른 부식 발생건수의 추이를 확인했다.
여기서 부식이란 흔히 떠올리는 녹과는 다른 것이다. 녹은 금속 표면만 산화돼 겉보기에는 갈색으로 변했지만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고, 부식은 금속 내부까지 산화가 진행돼 파이거나 관통된 경우를 이야기한다. 단순히 녹이 덮이는 것은 오히려 코팅효과를 가져와 부식 발생을 막아주지만, 이번에 집계된 부식은 차체가 바스러지고 뚫려 내구성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국산차는 도장면과 하부 모두 수입차보다 심한 부식 발생 빈도를 보였는데, 1~5년차, 6~10년 차에는 도장면이 9건, 31건으로 12건, 35건 발생한 하부보다 적었지만 11년 이상 경과할 경우 도장면이 72건으로 급증해 63건 발생한 하부를 추월했다. 하부 부식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도장면 부식은 10년을 넘어서며 급격하게 심화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국산차라도 브랜드마다 부식 발생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11년 이상된 국산차가 평균 137건의 부식이 발생하는 가운데 르노삼성은 54건에 그쳐 수입차의 2.5배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10년이 넘어서면서 국산차의 부식이 급증하는 모양새지만 르노삼성만은 10년이 지나더라도 비교적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차이를 보였다.
보유기간 6~10년차인차량만으로 한정했을 때 가장 부식이 심한 것은 한국GM과 쌍용이었다. 이 두 브랜드는 평균 74.8건의 부식이 발생해 70.9건이 발생한 현대기아차보다 부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은 35.5건, 수입차는 16.0건에 그쳤다.
한국GM과 쌍용은 도장면 부식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다른 모든 브랜드가 도장면보다 하부 부식이 많았지만 한국GM과 쌍용은 40.7건의 도장면 부식이 발생해 유일하게 도장면 부식이 더 많았다.
현대기아차는 6~10년차 차량을 기준으로 하부 부식이 가장 심각했다. 70.9건 중 37.7건이 하부에서 발생했다.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부위는 머플러였으며, 하부 프레임과 서스펜션 부식 모두 산업평균을 상회했다.
반면 수입차는 도장면과 하부 부식이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에서 가장 부식이 많은 부위는 서스펜션으로 나타났고, 도어와 하부 프레임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발생 빈도가 현저히 낮아 국산차에 비하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이처럼 명백히 국산차의 내부식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수입차가 해상을 통해 수입되는 과정에서의 부식을 막기 위해 방청처리를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차도 그것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하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산차의 부식이 납득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소유자들에게 부식은 매우 치명적인 결함이다. 오랫동안 차를 아끼고 소장하고자 해도 부식은 수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한 번 발생하면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때문. 이 때문에 부식을 암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래된 차를 복원하고 있는 A씨는 “다른 부품은 교체하거나 고치면 그만이지만 차체에 부식이 발생하면 차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며 “노후차량 부식에 대한 기업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