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경차 시장에 불이 붙었다. 지난 해 굳건했던 1위 자리를 내준 모닝이 신형을 앞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7일 출시를 앞둔 기아 모닝은지난 4일 미디어 행사를 통해 최초로 실물이 공개됐다. 올해는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단호하다.
쉐보레는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지난 해 상반기에는 스파크가 선전했지만 모닝이 공격적인 프로모션 정책으로 하반기 스파크를 추월했던 것. 결과적으로 경차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판매량은 스파크가 7만 8,035대, 모닝이 7만 5,133대로 근소한 차이에 그쳤다. 모닝 신형이 나온다면 1위 수성(守城)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과연 모닝은 다시금 1인자로 올라설 것인가? 아니면 스파크가 성공적으로 방어해낼 것인가?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총성 없는 경차 전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두 라이벌 경차의 장단점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 비교해 봤다.
외관
외관에서 두 차의 컨셉트는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제원 상으로는 전장, 전폭이 같고 전고는 모닝이 10mm 높은 데 그치지만 스파크는 헤드라이트를 낮게 배치하고 후드를 비교적 길게 확보해 경차보다는 소형 해치백에 가까운 비례를 갖췄다.
스파크가 정제되고 차분한 분위기인 데 반해 신형 모닝은 화려함을 강조했다. 넓은 면적의 헤드라이트와 입체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시선을 모으고 범퍼 하단과 사이드 스커트로 연결되는 컬러 가니쉬로 개성을 내세운다. 볼륨감을 강조한 후드도 사이드 라인을 도드라지게 한다.
후면부에서는 스파크가 LED 그래픽이 적용된 테일램프를 채택하고 단정한 디자인으로 마무리되는 반면 모닝은 기존의 스타일을 따라 LED 테일램프를 적용하고 볼륨감이 두드러지게 처리했다. 뒷유리를 가로로 길게 배치해 더 넓어보이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인테리어
두 모델 모두 인테리어는 이전 세대에 비해 크게 진일보했다. 모닝은 수평형 대쉬보드를 채택해 실내를 넓어보이도록 디자인하고 상단에 플로팅 타입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또 좌우 송풍구를 세로형으로 배치해 개성을 살리고 시트에도 컬러 포인트를 적용하는 등 화려함이 돋보인다.
스파크는 이에 비하면 매우 단정하다. 쉐보레 듀얼 콕핏 인테리어를 적용해 상단의 디스플레이와 하단의 공조기 조작 버튼으로 분리된 형태이며, 그 아랫쪽에는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모닝에 비해 버튼이 적어 깔끔하고 심플한 스타일이다. 스파크 역시 트림과 시트 색상을 변경할 수 있다.
2열 공간은 모닝이 우세하다. 휠베이스가 동급 최대 수준인 2,400mm에 달하기 때문. 또 전고가 높기 때문에 후열 헤드룸과 트렁크 공간 확보에도 유리하다. 스파크의 트렁크 용량은 190L에 그치지만 신형 모닝은 255L에 달한다.
편의사양
편의사양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두 모델이 대등하다. “이게 경차 맞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편의사양을 자랑한다. 1열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크루즈 컨트롤, 오토 에어컨과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 심지어는 애플 카플레이까지 똑같이 적용됐다.
두 모델 모두 미러링크 방식의 순정 내비게이션이 제공되는데, 쉐보레는 마이링크를 통해 브링고(Bringo) 내비게이션을 지원하고, 기아차는 보다 한국 도로사정에 적합한 기아 T맵을 탑재한 점이 그나마 차이점이다.
또 두 모델 모두 후방 카메라를 제공하지만 기아 모닝은 동급 최초로 조향 연동식 후방 카메라를 채택, 주차 시 편의성을 높인 점도 모닝이 약간 우세하다.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대동소이하다. 둘 다 1.0L 3기통 엔진을 탑재하는데, 최고출력은 모닝이 76마력, 스파크가 75마력이다. 둘 다 최대토크는 9.7kg.m으로 사실 상 엔진 성능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변속기 레이아웃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모닝은 5속 수동변속기와 4속 자동변속기 등 2종을 제공하는 반면 스파크는 5속 수동변속기와 C-TECH CVT 자동변속기, 그리고 독특한 이지트로닉 반자동변속기를 갖췄다. 이지트로닉은 푸조의 MCP처럼 수동 기반의 싱글클러치 자동변속기로, 자동주행이 가능하면서도 수동의 직결감과 효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CVT나 반자동변속기가 연비에서는 더 유리하지만, 공인연비 상으로는 스파크가 복합 14.3~15.4km/L, 모닝이 복합 15.4km/L을 기록했다. 특히 스파크는 일반 모델이 14.3~14.7km/L에 불과하며 에코 모델만 15.4km/L을 기록한 반면 모닝은 13~15인치 휠 자동변속기 전 모델이 15.4km/L을 달성해 제원 상 연비는 약간 우세하다.
안전장비
경차 하면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안전에 관한 한 타협하지 않는다. 안전하기로 유명한 쉐보레는 스파크를 동급 최고의 안전성을 갖췄다고 홍보한다. 고장력/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72%(초고장력 강판 38.7%)에 달하며 다양한 안전사양도 갖췄다.
전방충돌경고, 차선이탈경고, 사각지대경고 등 3종의 안전장비가 탑재돼 경차의 안전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동급 최다인 8-에어백 시스템이 탑재돼 1열은 물론 2열 승객까지 철저히 보호한다.
모닝도 뒤지지 않는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44.3%로 동급 최고 수준이며 사이드 멤버 부위에는 핫스탬핑 공법을 적용해 충돌안전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차선이탈경고와 사각지대경고는 없지만 전방충돌경고를 갖췄으며, 동급 최초로 긴급제동보조(AEB)를 탑재해 충돌 위험도를 낮췄다.
에어백 역시 스파크보다 적은 7개에 그치지만 동급 최초의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추가된 점도 차이. 이와 더불어 2열 안전벨트를 충돌 시 당겨주는 2열 프리텐셔너가 적용됐으며 코너링 시 좌우 구동력 배분을 조절해 안정성을 높히는 토크벡터링(TVBB), 제동 시 좌우로 요동치는 것을 방지하는 SLS 기능이 자세제어장치에 추가됐다.
가격
아무리 훌륭한 경차라도 가격경쟁력이 없다면 선택받지 못한다. 엔트리 모델인 경차의 가격인상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스파크는 밴을 제외한 승용 모델의 경우 999만 원에서 시작한다. C-TECH CVT 자동변속기는 163만 원, 이지트로닉은 80만 원으로 에코 모델과 퍼펙트 블랙을 제외한 전 모델에서 수동과 자동을 둘 다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최상위 트림인 LTZ를 선택하더라도 버튼식 스마트키는 45만 원을 내고 선택해야 한다. LTZ C-TECH는 1,454만 원이다.
모닝은 조금 더 저렴하다. 950~970만 원 사이에서 시작가가 정해질 예정이며 자동변속기 역시 125~135만 원으로 스파크 대비 저렴하다.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에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경우 1,400~1,420만 원 선이다. 럭셔리와 프레스티지 트림에서는 버튼식 스마트키가 기본사양이다.
아직 모닝의 세부 선택사양 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직접비교는 어렵지만, 모닝이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주력인 디럭스와 럭셔리 트림은 기존 대비 최대 135만 원 가량 인하돼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두 경차의 자존심 대결에 소비자들의 즐거운 고민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신형 모닝은 오는 17일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