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 중인 2017 CES에서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 퓨처가 첫 양산차의 실물을 최초로 공개했다. ‘FF91′이라고 이름붙여진 미래형 크로스오버는 테슬라 모델 X를 정조준하고 출시를 위해 숨고르기에 나섰다.
로터스와 테슬라 엔지니어 출신인 닉 샘슨이 이끄는 패러데이 퓨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기차 개발”을 주장해 왔다. 그리고 FF91은 그 첫 완성작이다. 기존의 차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디자인이 적용됐지만, 구체적인 경쟁상대로는 테슬라 모델 X를 비롯한 럭셔리 SUV들을 지목했다.
패러데이 퓨처 특유의 좌우가 이어진 독특한 LED 헤드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이어진 형태에 섬세한 그래픽이 돋보이는 테일램프가 마련돼 한 눈에도 양산차보다는 컨셉트카같은 느낌이 강하다. 휠베이스는 3,200mm에 달해 모델 X(2,965mm)보다 245mm나 길다.
공기역학에 대한 많은 고민이 담긴 차체는 공기저항계수(Cd)가 0.25에 불과해 토요타 프리우스(0.24)와 맞먹는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했고, BMW i8처럼 이중 구조의 필러를 채택했다. 물론, 카메라 미러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지역을 위해 일반적인 미러로 교체도 가능하다.
차체 크기와 배치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VPA 플랫폼 위에 얹힌 FF91의 파워트레인은 이 차가 크로스오버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무려 1,050마력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0-60mph(약 96km/h) 가속을 2.39초 만에 마친다. 이는 모델 X는 물론 페라리 488 GTB같은 슈퍼카보다도 빠른 것이다. 최대토크는 무려 183.7kg.m에 달한다.
성능이 강력하다고 주행거리가 짧을 거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테슬라가 100kWh급 배터리를 탑재한 데 그친 반면 패러데이 퓨처는 FF91에 LG화학제 130kWh급 배터리를 탑재했다. 덕분에 1회 충전 시 항속거리는 미국 EPA 기준 608km, 유럽 NEDC 기준 700km에 달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도 긴 수준이다.
충전은 완충과 급속충전 모두를 지원하며, 240볼트 기준으로 4시간 30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 충전 단자는 세계 모든 규격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패러데이 퓨처에 따르면 FF91은 200kW급 급속충전까지 지원할 수 있지만, 현존하는 가장 빠른 충전기도 120kW급에 불과해 미래에나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
FF91은 또한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이를 위해 10개의 카메라와 13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와 1개의 3D 라이다 센서가 탑재된다. 자율주행이 구동되는 중에는 차량 외부에 독특한 조명이 작동하면서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가 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운전자가 내리면 차량이 알아서 빈 자리를 찾아 주차하는 발렛 파킹 모드도 탑재된다.
패러데이 퓨처는 이번 언베일링에서 FF91의 인테리어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NASA로부터 영감을 받은 무중력 시트와 넓은 공간, 퍼스트 클래스 좌석같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질 예정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 차를 살 수 있을까? 진지하게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패러데이 퓨처 웹사이트를 통해 5,000달러(한화 약 602만 원)의 예치금을 걸 수 있다. 물론, 환불받을 수도 있다. 제일 먼저 FF91을 구매하는 300명에게는 특별한 컬러와 트림이 적용되는 ‘얼라이언스 에디션’이라는 한정판 차량이 제공될 예정이다.
FF91의 가격은 미정이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 모델 X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고 있는 만큼 북미 기준 15만~20만 달러(한화 약 1억 8,000만~2억 4,00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이 매겨질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객 인도는 2018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모회사의 자금 상황이나 개발 및 생산 여건에 따라 더 지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