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차가 지난 달 그랜저를 1만 7,247대 파는 쾌거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 승용 모델 2대 중 한 대가 그랜저인 셈이다. 심지어 지난 달 내수에서 1만 4,078대를 판 르노삼성의 브랜드 전체 판매보다도 많다.
그랜저의 이번 달 판매는 무수한 역대 판매 기록들을 갱신한 것이다. 2014년 12월 1만 2,564대가 판매됐던 그랜저의 자체 월별 판매기록을 깼을 뿐 아니라 현대차로서는 아반떼(2010년 12월), 쏘나타(2014년 4월) 이후 세 번째로 월 판매 1만 5,000대를 넘긴 모델이 됐다.
올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산차 브랜드들이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음에도 12월 월별판매에서 그랜저는 단일모델만으로 타사의 브랜드 전체 판매와 맞먹는 판매량을 보였다. 지난 달 경쟁사들의 내수 판매량은 한국GM이 1만 8,313대, 르노삼성이 1만 4,078대, 쌍용차가 1만 700대였다.
판매 비중은 신형 그랜저(IG)가 1만 3,833대, 구형 그랜저(HG)가 2,697대, 구형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717대 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를 지금 계약해도 1~2개월여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장년층 소비자들은 구형 재고모델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랜저는 공개 초기 인테리어 디자인 논란 등이 무색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사전계약 하루 만에 국내 자동차 판매 사상 최다인 1만 5,973대의 계약고를 올렸고, 사전계약 누적 계약량 역시 역대 최다인 2만 7,491대를 기록했다. 신형모델만 1만 8,000대 가량이 출고된 현 시점에도 대기물량이 3만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2010년대 이후에는 월 판매 1만 5,000대 이상의 국산차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그랜저의 선전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볼륨 모델인 준중형이나 중형 세단이 아닌 준대형 모델로선 최초로 기록한 성과인 만큼 의미가 크다.
한편 경쟁모델들도 대체로 판매가 늘어났다. 기아 K7은 그랜저 출시 직전인 11월 판매가 주춤하는 형국이다가 12월에는 6,163대로 올해 두 번째 많은 판매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그랜저와의 격차는 1만 대 이상이다. 임팔라와 SM7도 각각 507대, 637대를 기록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특수로 전반적인 내수 판매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그랜저의 주문이 밀리면서 비교적 빠르게 출고할 수 있는 경쟁모델들도 판매 증가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올해 그랜저 판매를 꾸준히 유지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3.3L 엔진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신차효과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당분간 대기물량을 공급하는 데 만전을 기하면서 월 평균 1만 5,000대 내외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랜저의 연간 판매 목표량은 10만 대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