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문기자로 올 한해도 열심히 달려온 결과 지난 1년 동안 약 80여대의 각종 신차를 시승하고 평가했다. 저마다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경쟁력을 강조하며 등장했지만 성공 스토리를 쓴 차도 있고, 실패에 가까웠던 성적을 보인 차도 있었다.
며칠 전에는 내가 속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에서 ’2017 올해의 차’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올 한해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르노삼성 SM6가 올해의 차에 선정됐었다. 나도 SM6에 가장 많은 점수를 준 한 사람인데, 이 평가에서는 자동차 자체의 매력 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과 혁신성, 가성비, 판매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그 결과가 각 개인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올 한해 타본 차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이었던 모델을 골라봤다. 이름하여 ‘사심가득 2016 Car of the yaer Top5′
타이틀처럼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설레게 했거나, 기대 이상으로 높은 매력을 가졌거나,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모델이었거나 혹은 단지 어떤 특별한 한가지 이유 만으로도 마음에 드는 모델일 수도 있다.
사심가득 2016 Car of the yaer 영예의 1위에는 메르세데스-AMG S63 카브리올레를 뽑았다.
자동차 전문기자로 일하다 보니 ‘어떤 차가 제일 좋아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그러면 나는 이 질문을 ‘만약 단 1대의 자동차만 소유할 수 있다면 어떤 차를 선택하겠는가?’라고 살짝 바꿔서 답변하곤 하는데, 그 동안 내 답변은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였었다. 파나메라 터보는 4도어 세단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강력한 성능도 갖추고 있고, 4륜구동 모델이어서 기상에 상관없는 전천후 주행도 가능하다. 이 한대로 가장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파나메라 터보는 그 자체로 스포츠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포츠카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점이 큰 점수를 받았었다.
그런데 메르세데스-AMG S63 카브리올레를 시승하고 나서 순위가 바뀌었다. 메르세데스-AMG S63 카브리올레는 비록 2도어이긴 하지만 4명이 타기에 넉넉한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붕을 열 수 있고, 파나메라 터보 만큼은 아니지만 강력한 성능도 갖고 있다. 디자인도 정말 멋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브리올레이면서 거의 쿠페 수준의 차체 강성을 확보했고, 쿠페와 똑같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무척 놀랐었다. 거기다 AMG 특유의 배기 사운드와 부메스터의 오디오 사운드는 금상첨화였다. 또 하나 더, 이런 매력들을 종합해 볼 때 가격도 매우 경쟁력 있다.
사심가득 2016 Car of the yaer 2위는 볼보 S90이다.
볼보 S90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아우디 A6, 재규어 XF 등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그런데 이전 모델인 S80은 볼보의 기함임에도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모델이었다. 사실 볼보 브랜드 자체가 이들보다는 한 단계 아래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S90은 차체 사이즈 면에서도 대등하고, 실내 디자인과 화려한 내장에서도 동급 최고로 꼽히는 E-클래스보다 앞 설 정도다. 특히 인스크립션 트림은 나파가죽과 리얼 우드, 알루미늄을 매우 고급스럽게 적용하고 있다. 첨단 안전장비에서도 앞선다. 가장 기본트림부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파일럿 어시스트 등이 기본이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기술적으로는 E-클래스에 비해 살짝 뒤지지만 반자율주행 기술 자체가 아직 최고급 기술인 만큼 그 정도로 감지덕지다. 무엇보다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19개의 B&W 스피커와 1,470W 엠프로 구성된 오디오가 제공된다. 가격까지 고려해 보면 실질적을 동급 최강이라 할 만하다. 자가용으로 세단을 구입한다면 S-클래스 에디션1으로 가지 않는 이상 S90 인스크립션 트림이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럽다.
사심가득 2016 Car of the yaer 3위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시승한 후에 지원금을 확인해 보니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실제로 계약까지 했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입주자회의에서 충전기 설치를 허가해 주지 않아 아직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토요타에 비해 많이 늦은 출발을 한 현대차이지만 최근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성비가 무척 좋은 편이다. 하지만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굳이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아 쏘울 EV를 시승했을 때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구입을 결정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200km에 육박하고 (실제로는 훨씬 초과하기도 하고), 버튼식 변속기도 마음에 들고, ASCC와 LKAS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스포츠 모드다. 전기차이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매우 경쾌한 달리기가 가능해 가끔씩은 스포티한 주행용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테슬라 모델 3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출시되기 전까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매우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것 같다. 참고로 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에 관심이 많다. 물론 스포츠카에도 관심이 많지만.
사심가득 2016 Car of the yaer 4위는 재규어 F-페이스다.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SUV를 한 대 가지고 싶긴 하다. 그런데 SUV가 세단의 영역은 모두 커버한다고 하지만 SUV 한 대만 가지고 있다면 스포츠카가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SUV들도 고성능 모델을 지속적으로 내 놓고 있다. SUV들 중 가장 스포츠카에 가까운 모델을 꼽으라면 포르쉐 마칸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런데 재규어 F-페이스도 만만치 않은 스포츠성을 갖고 있었다.
X5와 X3 중간 정도, 혹은 GLC와 비슷한 차체 크기에 상대적으로 더 넓고 낮은 비례가 주는 날렵한 스타일과 주행 안정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달리기 실력도 상당히 매끄럽고 승용차 감각이 돋보였다.
끝으로 페라리 488 GTB와 쉐보레 카마로 SS가 사심가득 2016 Car of the yaer 공동 5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렇듯이 개인적으로도 스포츠카를 무척 좋아한다. 올해도 많은 스포츠카들이 등장했고, 대표적인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가 911과 박스터, 카이엔에 터보 엔진을 얹은 것도 큰 이슈였다. 이들은 터보 엔진을 얹으면서 더 가벼우면서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게 됐고, 여전히 포르쉐 다움을 잘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흡기 엔진의 강렬한 포르쉐 노트가 약해진 점은 무척 아쉬웠다. 때문에 나라면 새로운 911 대신 991 마크1 카레라 S를 선택할 것 같다.
그런데 페라리 488 GTB도 터보 엔진을 얹긴 했지만 타 브랜드의 터보 엔진에 비해 강렬한 사운드를 비교적 잘 살려내고 있다. 당연히 더 강력하다. 거기다 평상시에 타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안락한 점은 페라리를 에브리데이 스포츠카로 불러도 될 만큼 편안하게 만들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더 예뻤다는 점도 좋았다. 사실 8기통 페라리라는 것만으로 이미 흥분 지수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카마로 SS도 올해 큰 이슈를 불러왔다. 자연흡기 8기통 6.2리터 엔진을 얹고 가격이 5,098만원이었다. 디자인도 무척 잘 빠졌고, 달리기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주행 안정성과 뛰어난 밸런스가 돋보였다. 조금만 튜닝한다면 수퍼카급의 성능을 뿜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 무엇보다 5,098만원이라는 가격표는 그야 말로 축복이라 할 만하다.
사족을 조금 붙이자면 신형 E-클래스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특히 드라이빙 어시스트 기능은 기존 S-클래스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해, 운전자가 좀 더 안심하고 반자율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면서 현제까지 양산된 모델 중 최고의 실력을 갖췄고, 파킹 파일럿 기능도 보다 더 정교해졌다. 더불어 실내 디자인도 무척 고급스러웠다. 어쩌면 E-클래스가 3, 혹은 4위 정도에 마크될 수도 있었는데, 일단 볼보 S90이 E-클래스와 같은 급의 세단으로 순위에 랭크 됐고, 1위에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이 랭크 되다 보니 E-클래스는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하게 됐다.
굳이 6 ~ 10위도 꼽아본다면 롤스로이스 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포르쉐 911, 쉐보레 말리부, 르노삼성 SM6 등을 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