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동안 창고에 숨겨져 있던 자동차가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 돌아온다면 어떨까? 이탈리아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탈리아의 한 집에서 아주 특별한 자동차가 발견된 것이다. 바로 BMW M1이다.
M1은 BMW의 처음이자 마지막 슈퍼카로 잘 알려진 모델이다. 1978년 모터스포츠 출전을 위해 개발돼 단 3년 간 457대만 생산되고 홀연히 사라진 환상적인 존재다. 오늘날 BMW의 고성능을 상징하는 M 네이밍을 처음 사용한 모델이기도 하다.
1970년대, 모터스포츠 출전을 위한 고성능 스포츠카를 원했던 BMW는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와 호몰로게이션 스포츠카 개발에 합의한다. 그러나 람보르기니와의 공동작업 중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해 BMW는 람보르기니를 퇴사한 엔지니어들과 함께 M1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진행한다.
여기에 명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날렵한 쐐기형 디자인이 더해지고, 3.5L 직렬6기통 엔진을 미드십으로 얹어 M1이 완성된다. 오직 457대만 생산돼 BMW 역사 상 단일 모델로서는 가장 희귀한 차가 됐다. 그 중 20대는 경기용 프로카 사양으로 개조돼 M1 프로카 챔피언십이 개최되기도 했다.
M1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독특한 태생과 희소성 뿐 아니라 이후 BMW M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M1의 엔진은 개량되어 M635Csi와 초대 M5에 탑재됐다. 또 여러 모터스포츠를 휩쓸어 70년대 가장 활약했던 레이스카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앤디 워홀과 함께 제작한 아트카 또한 M1 레이스카였다.
M1은 2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엔진 덕에 0-60mph(약 96km/h) 가속을 5.5초 만에 마무리하고 최고 260km/h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대수롭지 않지만 7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 중 하나였다.
2008년 4월, M1 30주년 기념으로 BMW는 M1 오마주 컨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이 컨셉트카의 여러 디자인 요소를 계승해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이 탄생했다. 그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나도 M1은 BMW의 스포츠 DNA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BMW는 언젠가 환상의 슈퍼카를 부활시키기 위해 1시리즈 쿠페에 M을 이식할 때도 M1이 아닌 1시리즈 M 쿠페라는 기묘한 이름을 사용했을 정도다.
어쨌든, 이번에 발견된 M1은 1982년부터 창고에 틀어박혀 있었다. 이 환상적인 차의 존재는 잊혀졌고, 아무도 이 차를 신경쓰지 않았다. 발견 당시 주행거리는 7,329km에 불과했다. 1980년에 생산된 순정 타이어를 그대로 장착하고 있었고, 먼지가 가득 쌓였을 뿐 차는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M1을 발견한 새 주인에게는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셈이다.
익명의 차주는 이 BMW M1을 스스로 복원할 수 없다고 판단,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독일의 BMW 전문 복원업체에 차를 매각했고, 이 업체는 M1을 전성기의 모습으로 복원해 다시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BMW M1의 시세는 최소 50만 달러(한화 약 6억 원)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외에서는 주인이 여러 사정으로 차량을 제때 처분하거나 양도하지 못해 오랫동안 방치된 희귀차량들이 종종 발견된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숲속에서는 애스턴마틴 DB4가 무려 50년 만에 발견돼 4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