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워즈 오토월드(Ward’s AutoWorld)” 매거진이 선정하는 2017넌 10대 엔진이 발표됐다. 1994년부터 시작된 워즈 10대 엔진상은 자동차 엔진계의 아카데미 상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특히 매년 기술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엔진을 통해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북미 시장에서 시판되는 차량과 엔진을 대상으로 하는 워즈 10대 엔진은 전기 또는 수소연료전지(FCEV) 파워트레인부터 하이브리드, 소형 엔진은 물론 고성능 터보 엔진이나 V8 엔진 등에도 주어지지만, 올해는 23년 역사 상 최초로 V8 엔진이 단 하나도 선발되지 못했다. 대신 그 자리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다양한 하이브리드 엔진들이 차지했다.
워즈 10대 엔진 시상식은 오는 2017년 1월 11일,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 부대행사를 통해 진행된다.
*이하의 순서는 제조사 이름의 알파벳 순으로 나열
BMW M240i: B58 3.0L 직렬6기통 터보 엔진
BMW는 2개의 3.0L 직렬6기통 터보 엔진을 후보에 올렸다. 하나는 M2 쿠페에 탑재된 365마력(hp)의 N55 엔진이고, 다른 하나가 이번에 상을 받은 B58 엔진이다. 이미 N55 엔진은 2011년 이후로 3번이나 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은 엔진.
그러나 워즈 심사위원들은 새로운 모듈형 엔진인 B58에 주목했다. M240i에 탑재된 이 엔진은 N55를 대체할 차기 엔진으로, 모듈형 설계로 다양한 설계 확장이 용이할 뿐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동시에 스포티하다.
335마력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반응속도가 빠르면서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심지어 웬만한 4기통 엔진들보다 효율도 뛰어나다. 또한 M2보다 강력한 51.0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로 4.4초 만에 60mph(약 96km/h)에 도달한다.
쉐보레 볼트 PHEV: 1.5L 직렬 4기통 엔진+듀얼모터 볼텍 유닛
쉐보레 볼트(Volt)에 탑재되는 볼텍 유닛은 지난 해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2년 연속으로 10대 엔진에 오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볼텍 유닛이 유일하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1.5L 엔진과 구동을 담당하는 듀얼모터로 구성된 이 파워트레인은 독특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구성한다.
올해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대결이 어느 해보다도 치열했다. 그런 와중에 볼트는 단연 돋보였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1개월 이상 주유하지 않아도 되는 85km의 순수 전기 항속거리는 물론, 여행을 떠날 때는 충전에 대한 아무런 부담 없이 편하게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41.5kg.m에 달하는 강력한 최대토크로 운전재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국 EPA 기준 45.45km/L에 달하는 놀라운 공인연비도 자랑한다. 워즈 심사위원들은 “2세대 볼텍 유닛은 자동차 역사 상 가장 혁신적인 구동 시스템”이라고 극찬했다.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펜타스타 3.6L V6 엔진+듀얼모터 PHEV 시스템
지난 해 램 1500 트럭의 디젤 엔진으로 상을 받았던 크라이슬러는 차세대 퍼시피카 미니밴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상을 받았다. 연간 40만 대 이상이 팔리는 거대한 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퍼시피카는 세그먼트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효율을 위해 앳킨슨 사이클 방식을 채택한 3.6L 펜타스타 엔진과 대용량 배터리의 결합으로 퍼시피카 하이브리드는 전기로만 53km를 달릴 수 있고, 자그마치 911km의 복합 항속거리를 자랑한다. 12.8km/L에 달하는 놀라운 연비와 하이브리드만의 정숙성을 자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주행감각을 포기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퍼시피카를 “게임 체인저”로 평가했다. 동급 시장에서 일본 미니밴들의 아성을 무찌를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FCA 그룹의 전동화 계획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포드 포커스 RS: 2.3L 직렬4기통 에코부스트 엔진
포드는 4기통부터 8기통에 이르는 5개의 후보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쉘비 GT350에 탑재되는 5.2L V8 엔진이 상을 받은 반면, 올해의 수상작은 포커스 RC의 2.3L 에코부스트 엔진이다. 둘 다 퍼포먼스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무려 350마력의 최고출력과 48.4kg.m의 최대토크를 네 바퀴로 전달하는 이 강력한 엔진은 머스탱의 엔트리 모델로 처음 탑재됐지만 포커스에서는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한다. 번개같은 스로틀 반응과 처지지 않는 출력곡선을 자랑하며, 동시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가볍고 튼튼하다.
동시에 매일 도심을 출퇴근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단 3만 7,000 달러에 구입 가능한 차량이라는 점도 좋은 평가의 요인이 됐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2.0L 직렬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듀얼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혼다 어코드는 유일하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닌 일반 하이브리드로 10대 엔진에 올랐다. 그러나 운전자가 하이브리드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적극적인 전기 주행을 제공하는 덕에 매우 뛰어난 효율과 정숙성을 자랑한다.
파워트레인은 2.0L 엔진과 구동모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212마력을 발휘한다. 특히 전기모터만으로도 32.1kg.m의 최대토크를 구동과 동시에 발휘하기 때문에 매우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또한 2개의 모터 중 하나는 제너레이터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충전한다. 때문에 운전자는 시종일관 스포티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동시에 20km/L의 실측연비를 기록해 퍼포먼스와 효율의 밸런스가 가장 뛰어난 엔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 엘란트라 에코: 카파 1.4L 직렬 4기통 터보 엔진
국산 엔진으로는 현대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현대는 지난 해 쏘나타 PHEV 시스템과 2015년 투싼 FCV의 수소 연료전지 구동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상을 받았다. 또 누적 7번째 수상이다. 이번에 상을 받은 엔진은 엘란트라(아반떼) 에코에 탑재된 1.4L 카파 T-GDi 엔진이다.
카파 T-GDi 엔진은 워즈 심사위원들이 실시한 실주행 테스트에서 17.2km/L의 뛰어난 연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1,400~3,7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발휘되는 최대토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배기 매니폴드 일체형 헤드, 헤드와 블록의 냉각을 독립제어하는 시스템 등 효율과 성능을 위해 탑재한 신기술들의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워즈 심사위원들은 “조용하고 기대 이상으로 경쾌하며 효율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1.4L 카파 T-GDi 엔진은 중국형 아반떼에도 탑재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i30 1.4 터보에 탑재되는 것과 같다. 다만 북미형 엘란트라는 128마력(hp)을 내는 반면 i30는 138마력(hp)을 내는 등 다소 세팅의 차이가 있다.
인피니티 Q50: VR30DDTT 3.0L V6 터보 엔진
인피니티는 Q50 세단과 Q60 쿠페에 탑재되는 3.0L 트윈터보 엔진을 통해 가장 역동적인 파워트레인을 선보였다. 이번에 상을 받은 VR30DDTT 엔진은 10개의 엔진 중 가장 강력한 40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한다.
인피니티는 고성능 VR엔진에 걸맞게 심혈을 기울여 세팅했다. 실린더 내벽에 신소재 코팅을 실시하고 전자제어식 흡기밸브 타이밍을 채택했으며 배기 매니폴드를 일체형으로 설계해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렸다.
인피니티 6기통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정숙성을 유지하면서도 시트에 파묻힐 만한 가속력을 발휘하며, 9.8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는 것이 워즈 심사위원의 평가다. 독일 스포츠카들을 긴장시킬 400마력 버전 뿐 아니라 퍼포먼스와 효율의 조화를 꾀한 300마력 버전 역시 마련된다.
마쯔다 CX-9: 스카이액티브 2.5L 직렬4기통 터보 엔진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마쯔다는 뛰어난 독자적 엔진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다. 로터리 엔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고효율 고성능의 독특한 스카이액티브(Skyactiv)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7인승 대형 CUV인 CX-9에 2.5L 엔진은 힘이 부족할 것 같지만 마쯔다는 연료 직분사와 독자적인 실린더 헤드 디자인, 강력한 터보 시스템을 조합해 V6 엔진에 맞먹는 중속영역의 토크를 확보했다.
특히 이 엔진은 스카이액티브 가솔린 엔진 최초로 과급기를 조합한 것으로 터보래그가 발생하는 저속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반응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최고 25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6기통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SUV 소비자들에게도 강력하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르세데스-벤츠 C300: M274 2.0L 직렬4기통 터보 엔진
메르세데스-벤츠는 C300에 탑재된 강력한 2.0L 엔진을 통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E300에 동일한 M274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241마력, 최대토크는 37.7kg.m을 발휘한다. 이것만으로도 준수한 성능이지만, 진가는 따로 있다.
1,300rpm부터 4,000rpm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강력한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통해 품위를 잃지 않는다. 실측 연비가 11.1km/L에 달해 2.0L 터보 엔진 비교대상들 중 최상위에 오른 점도 점수를 얻었다.
특히 이 엔진이 2013년부터 사용된 엔진임에도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효율을 낸다는 것에 심사위원들이 깜짝 놀랐다고 워즈 매거진은 전했다. 최적화된 밸브 타이밍과 펌핑로스 감소, 고강성 알루미늄 헤드 채택 등 꾸준한 개선 설계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볼보 V60 폴스타: 드라이브-e 2.0L 직렬4기통 트윈차저 엔진
볼보의 혁신적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10번째 수상작이다. 그 중에서도 최강의 성능을 발휘하는 V60 폴스타 버전이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결합해 2.0L의 배기량으로 362마력(hp)의 놀라운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이번 심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지난 해 XC90을 위한 T6 트윈차저 엔진이 상을 받은 데 이어 2연속 수상에 빛나는 드라이브-e 엔진은 우수한 성능과 신뢰성을 자랑한다. T6와 비교해 더 큰 터보차저와 새로 설계된 커넥팅 로드 및 캠샤프트, 대용량 흡기와 대용량 연료펌프 등 곳곳의 개선이 이뤄졌다. 그 결과 V60 폴스타는 60mph(약 96km/h)를 단 4.5초 만에 주파한다.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디젤인 같은 엔진블록을 공유하며, 여기에 과급기와 하이브리드 구동계 등을 조합해 3기통부터 8기통에 이르는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대체하는 모듈형 엔진이다. 특히 이 강력한 폴스타 엔진은 향후 리터당 2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는 상용 엔진이 출시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