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어느 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자동차 업계도 수많은 이슈가 오고 갔다. 국산차 업계에서는 중형 세단을 중심으로 업계의 지형이 뒤바뀌었고, 수입차 역시 폭스바겐 사태로 말미암아 7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제 웬만한 차는 다 판매되고 있는 한국 시장이지만, 여전히 한국을 찾지 않는 업체들도 있다. 올해 출시를 목표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좌절된 기업도 있고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업체도 있다.
내년에는 이들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2017년 한국 진출을 꿈꾸는 5개의 브랜드를 소개한다.
테슬라
실리콘밸리의 혁명가,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마침내 내년 한국 땅을 밟는다. 사실 테슬라의 한국 진출설은 지난 해부터 돌았지만, 테슬라는 유독 한국시장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지난 8월에야 한국어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차량 구매 예약을 받기도 했다. 현재 출시 예정 브랜드 중 가장 출시가 확정적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본사를 둔 테슬라 코리아는 하남 스타필드에 한국 첫 전시장을 연다. 당초 올해 말 전시장 오픈 예정이었지만 내부적인 사정으로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모양새다. 하남 스타필드에는 이미 테슬라 전용 충전 슈퍼차저 스테이션이 설치됐다.
국내에서 주력이 될 모델은 역시 럭셔리 세단인 모델 S. 북미 판매가는 7만 2,700~11만 700 달러에 달하는 고급 세단이다. 잘 알려진 대로 모터와 배터리 사양에 따라 다양한 트림이 제공되며, 스포츠카 못지 않은 가속력과 긴 주행거리가 매력적이다. 모델 X도 함께 한국시장을 찾지만 이미 주문이 많이 밀려있는 테슬라가 내년 중 고객 인도까지 순탄히 진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스코다
스코다는 원래 이미 판매가 시작됐어야 했다. 당초 부산모터쇼에서 브랜드를 런칭하고 정식 판매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지난 해 말 국내 선적까지 계획됐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태가 인증서류 조작 이슈까지 번지면서 스코다의 국내 런칭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유서 깊은 체코의 자동차 브랜드 스코다는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사랑받는 대중차다.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는 프리미엄 대중차인 폭스바겐 아래에서 볼륨 모델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동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주력 모델은 C 세그먼트 해치백인 파비아, 중형 세단 옥타비아, SUV 코디악 등이다. 폭스바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진출 시 일본차가 지배하고 있는 수입 대중차 시장에서 경쟁할 예정이다.
스코다의 한국 진출에 대한 업계의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스코다의 런칭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있는 반면,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 모델이 사실 상 판매 중단된 상황에서 스코다를 런칭하고 폭스바겐 딜러망을 통해 판매해 반등을 노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마쯔다
마쯔다 역시 올 초 국내 런칭을 예고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브랜드다. 실제로 국내 딜러사를 모집하는 등 한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 2013년 스바루와 미쓰비시가 한국을 떠난 뒤 일본 브랜드의 첫 한국 진출이다. 앞서 한국에 자리잡은 토요타, 혼다, 닛산은 이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마쯔다가 기대를 모은 것은 스포티한 드라이빙 감각과 고효율 디젤 파워트레인에서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일본 브랜드들이 대부분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내세우는 반면 마쯔다는 독자적인 디젤 엔진을 갖추고 유럽에서도 선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로드스터로 대변되는 스포츠 라인업을 갖춰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다.
국내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던 마쯔다가 돌연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은 올 상반기 여러 외적 요인으로 인한 환율 변동이 컸다. 엔화 환율은 올 들어 등락을 반복했고, 특히 브렉시트 사태를 전후해 폭등하면서 부담이 컸다는 후문이다.
또 주력 시장인 일본과 북미 등지에서 점유율이 성장하면서 기존 시장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한 분석을 추진했던 만큼 내년 중에는 다시 국내진출이 성사될 수 있다.
알파로메오
FCA에서 럭셔리 스포츠 브랜드를 담당하는 알파로메오는 두터운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서깊은 레이싱 브랜드로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알파로메오에서 레이서로 활동했었다. 이탈리아의 열정적인 모터스포츠 DNA를 품은 로드카인 셈이다.
FCA 그룹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은 지난 201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2016년 알파로메오를 한국에 선보이겠다”고 발표해 많은 알피스티(Alfisti, 알파로메오 팬들을 일컫는 말)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2016년이 다 지나도록 국내 출시에 관해서 특별한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FCA 코리아가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 데에 큰 부담을 느낀 것을 알려졌다. 현재 FCA는 한국에 크라이슬러, 지프, 피아트 등 3개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그러나 지프를 제외하면 크라이슬러와 피아트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매니아적 성향이 강한 알파로메오를 런칭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알파로메오가 해치백과 스포츠카 위주였던 기존 라인업 외에 쥴리아, 스텔비오 등 볼륨모델이 될 만한 차들을 선보이는 만큼, 내년에는 국내 진출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BYD
마지막 주자는 이미 국내 진출이 확정된 브랜드다. 이름이 생소하다고? 그럴 수 있다. BYD(비야디)는 중국의 자동차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미 BYD는 제주도에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딜러사를 확보해 내년 출시를 예고했다.
이미 중한자동차 등 딜러사를 통해 몇몇 중국차가 국내에 소개됐지만, BYD는 조금 특별하다. 바로 전기차 전문 메이커이기 때문. 이미 BYD는 지난 해 6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해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 역시 BYD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5,1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민간판매는 전기차 혜택이 큰 제주도에서 먼저 시작될 전망이며, 전기 버스나 전기 택시 부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다. 특히 전기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포트폴리오가 다른 전기차 업체에 비해 다양한 만큼 중국차에 대한 편견만 극복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