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폭스바겐이 한국 법인 출범 이래 사상 초유의 월간 판매량 0대를 기록했다. 일부 회사에 대한 판매 정지조치가 추가되는 등 수입차 시장의 인증서류 조작 악재는 좀처럼 물러가지 않고 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단일 브랜드 사상 최초로 5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 해까지 쌍벽을 이루던 두 브랜드의 명암이 갈리는 순간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2016년 11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전월보다 6.1% 감소한 1만 9,361대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11월 등록대수는 전년 동월 2만 2,991대 보다 15.8% 감소했으며 2016년 11월까지 누적 20만 5,162대는 전년 누적 21만 9,534대 보다 6.5% 감소했다.
11월 브랜드별 등록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 5,724대, BMW 5,340대, 렉서스 1,167대, 토요타 870대, 포드/링컨 853대, 미니 792대, 랜드로버 771대, 크라이슬러/지프 601대, 닛산 594대, 혼다 528대, 볼보 471대, 아우디 463대, 재규어 294대, 푸조 269대, 포르쉐 181대, 인피니티 166대, 캐딜락 129대, 시트로엥 99대, 피아트 46대, 롤스로이스 3대였다. 폭스바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3개 회사는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이번 달도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차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브랜드별 등록대수에서 1위를 했을 뿐 아니라 E 220d를 1,330대 판매해 차종별 판매에서도 1위에 등극했다. E 300과 E 300 4매틱 역시 각각 747대, 707대 판매돼 차종별 4, 5위에 올랐다. 엔트리 모델인 E 200도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향후 E 클래스 판매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BMW 역시 판매량 유지를 위해 힘썼다. 내년 풀체인지를 앞둔 5시리즈의 마지막 물량을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밀어내면서 메르세데스-벤츠를 바짝 쫓았다. 차종별 판매에서도 520d와 520d xDrive가 1,143대, 798대 팔려 2, 3위를 차지했다. 320d는 532대로 7위에, 118d 어반 모델은 290대로 10위에 올랐다.
그러나 1~11월 누적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가 5만 718대, BMW가 4만 2,625대로 벌어져 큰 이변이 없는 한 BMW가 판매 1위를 고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BMW의 누적 판매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년 동기대비 20.6%나 성장했다.
이러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약진에는 과거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을 삼분했던 아우디의 몰락도 한 몫 했다. 아우디는 11월 463대를 파는 데 그쳐 전년 동월대비 87.8%나 감소했다. 프리미엄 시장의 수요는 아우디를 떠나 타 독일 브랜드와 렉서스 등으로 흩어졌다. 렉서스는 3개월 연속 월 1,000대를 넘기며 꾸준히 성장했다. 1~11월 누적 판매 역시 전년 동기대비 34.9%나 늘었다.
일본 브랜드들은 폭스바겐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다. 4위에 오른 토요타 뿐 아니라 닛산, 혼다 모두 전년 대비 성장세다. 토요타는 누적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19.9% 늘었고, 혼다는 무려 46%나 늘어났다.
반면 주력모델인 Q50 디젤이 판매 중단된 인피니티의 경우 누적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20.5%나 늘었지만, 월 판매가 166대 선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Q50 디젤이 인증 취소 위기일 뿐 아니라 Q30의 연내 출시도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타 브랜드들은 대체로 전월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랜드로버의 경우 771대를 팔아 전체 수입차 판매가 줄어드는 가운데 10.8% 늘었고, 1~11월 누적 판매도 전년 동기대비 무려 64.7%나 늘어 올해 수입차 중 최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S90의 고객 인도가 시작된 볼보도 전월 대비 15.4% 판매가 늘었다.
문제는 폭스바겐 그룹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달 30대 가량을 판매했지만, 그나마 판매 중이던 CC 가솔린과 투아렉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11월에는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전 차종이 판매중지된 벤틀리 역시 8월부터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판매중지는 되지 않았지만 0대를 기록했다.
악재는 포르쉐에도 번졌다. 포르쉐의 경우 단종차량 4종, 시판차량 2종의 인증서류 오류를 신고했으며, 그 외에도 내부적인 이유로 스포츠카인 718과 911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주에야 판매가 재개됐다. 파나메라 역시 신형 도입이 임박하는 등 여러 이유로 판매 부진이 이어졌다.
수입차 전체 판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온 폭스바겐 그룹 브랜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언제쯤 정상화될 지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이미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는 저점을 찍고 판매가 회복되는 모양새지만, 국내에서는 보상절차에 관한 논의조차 제대로 시작되지 못한 상황이다. 환경부의 인증절차도 매우 엄격해져 폭스바겐 그룹이 수십 종의 판매중지 모델을 정상화하는 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폭스바겐 사태의 여파로 디젤 차량의 인증이 늦어지는 등 일련의 사태가 연료별 판매량 추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1~11월 누적 연료별 판매량은 가솔린이 6만 8,641대(점유율 33.5%), 디젤이 12만 2,068대(점유율 59.5%)로 가솔린은 전년 동기대비 점유율이 6.4% 늘어난 반면 디젤은 9.4%나 감소했다. 한때 점유율 70%를 넘봤던 디젤의 빈 자리에는 하이브리드가 들어섰다. 하이브리드 점유율은 6.9%로 전년 동기대비 1.7배 가량 늘어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윤대성 전무는 “11월 수입차 시장은 일부 브랜드의 물량부족으로 전월대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12월에는 연말 판매량 집계에 맞춰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