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대륙의 실수일까, 아니면 대륙의 위엄일까? 전기차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중국의 한 전기차 업체가 뉘르부르크링 전기차 기록을 갱신했다. 웬만한 하이퍼카들과 맞먹는 레코드에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넥스트EV(NextEV) 사는 지난 21일 자사의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인 니오(Nio)를 통해 고성능 전기차 EP9을 선보였다. EP9은 공개 전부터 “1메가와트 전기차”로 많은 관심을 모은 차다. 1메가와트(MW)는 마력으로 환산하면 1,341마력에 달해 현존하는 전기차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놀라운 것은 이 전기차 업체가 EP9을 세계 최고난이도의 서킷, 뉘르부르크링에서 담금질했다는 것이다. 21일 영국 런던에서 출시되기 전까지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는 여러 차례 EP9이 포착됐다. 다른 회사들이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도전들을 재빨리 뛰어넘겠다는 야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심지어 넥스트EV는 니오 EP9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입과 주행영상까지 공개했다. 노르트슐라이페 베스트랩은 7분 5초 12를 기록해 단숨에 수많은 슈퍼카들을 따돌렸다. 역대 뉘르부르크링 양산차 중 5번째로 빠른 랩타임이며, 키트카를 제외한 완성차 중에서는 포르쉐 918(6:57.00)과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50-4 수페르벨로체(6:59.73)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것이다.
뉘르부르크링에서 빠르기로 소문난 닛산 GT R 니스모(7:08.68)나 구형 닷지 바이퍼 SRT-10 ACR(7:12.13) 등 내로라하는 슈퍼카들도 모두 EP9에게 순위를 내어줘야 했다. 또한 전기차로는 유일하게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갖고 있었던 토요타의 테스트카 PV E002(7:22.329)의 기록도 멀찌감치 따돌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차량 파손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6분 대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니오 EP9의 최고출력은 1,341마력(hp)이며, 4개의 모터를 탑재해 0-100km/h 가속을 2.7초 만에, 0-200km/h 가속을 7.1초 만에 마무리한다. 최고속도 역시 전기차로선 역대 최고인 313km/h에 달한다. 빠르기만 하고 자주 충전해줘야 하는 건 아닌 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넉넉한 배터리팩을 장착해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27km로 오히려 일반적인 슈퍼카의 항속거리를 상회한다.
무엇보다 니오 EP9을 둘러보면 어딘가 허술한 중국차의 모습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컨셉트카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날카로운 외모는 물론, 인테리어도 미래 레이스카를 보는 것처럼 화려하게 꾸며졌다. 더 이상 중국차를 얕잡아볼 수 없는 시대다.
업계에 따르면 니오 EP9의 가격은 최소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8,000만 원) 이상으로 예상돼 세계 최강의 하이퍼카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가성비”를 따지면 그다지 대단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하며 아름다운 전기차라는 타이틀은 당분간 니오 EP9의 차지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