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메르세데스-AMG가 1,000마력이 넘는 하이퍼카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이 하이퍼카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각종 첨단 기술 외에, F1에 사용되는 엔진이 그대로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카 앤 드라이버 보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AMG의 수장인 토비아스 뫼르스(Tobias Moers)는 새로운 하이퍼카가 “F1(포뮬러원)의 로드고잉 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F1에 탑재되는 뛰어난 열효율의 엔진과 KERS(운동에너지 회생 시스템), 공기역학 설계는 물론 도로 주행에 적합한 안전하고 합법적인 차체와 하이퍼카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연비까지 갖추겠다는 것.
뫼르스 CEO는 2019년 경 출시될 AMG 하이퍼카의 가격이 대략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대수는 수백 대에 그칠 예정이지만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차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F1에 투입되고 있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력이 대폭 투입된다는 점이다. 그는 “놀라운 성능과 인상적인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레이스카와 양산차의 경계선에 위치하게 될 이 차는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에 맞춰 최소 40% 이상의 열효율을 갖출 예정이다. 가솔린 엔진으로서 열효율이 40%가 넘는 엔진은 토요타 프리우스, 현대 아이오닉 등 극히 힐부의 고효율 하이브리드 차량에만 탑재되고 있다.
하지만 AMG는 연비가 좋기만 한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AMG 하이퍼카는 1,000마력이 넘는 출력과 최소 1만 rpm 이상의 회전수를 확보할 예정이다. AMG의 상징과도 같은 대배기량 V8, V12 엔진 없이도 미래를 열 퍼포먼스와 효율을 동시에 잡는 것이다.
토비아스 뫼르스 CEO는 “우리의 새 차는 미래의 퍼포먼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것이며, 전동화와 하이브리드화라는 흐름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엔진 사양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고효율, 고성능을 내는 엔진-F1의 1.6L V6 터보 엔진-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기술적 영감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엔진을 그대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차이라면 법규를 맞추기 위한 약간의 사양 변경과 하이브리드 탑재를 위한 조율 뿐이다.
압축비가 조금 낮아지고 3,000rpm에 달하는 아이들링 회전수를 낮추는 변화는 법규와 일상 주행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 그 밖에도 F1에 탑재되는 전자식 터보, 전기모터, 심지어는 F1 전용 배터리 셀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이 하이퍼카는 공도용 스포츠카의 신기원을 열 것이라는 게 뫼르스 CEO의 설명이다.
물론 레이싱용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통제되지 않는 공공도로의 변수들이 많지만, 토비아스 뫼르스는 “그것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이뤄낼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메르세데스-AMG가 개발 중인 하이퍼카는 앞서 밝힌 것처럼 최소 1,000마력 이상의 성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이 AMG의 창사 50주년이지만, 출시를 서두르지 않아 후년에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주 경쟁상대로는 포르쉐 918, 맥라렌 P1, 페라리 라페라리 등 이미 출시된 하이퍼카 외에도 애스턴마틴과 레드불이 함께 개발 중인 AM-RB001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