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가장 젊은 차 A클래스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키가 큰 1.5박스 미니 밴 스타일의 1세대 A클래스는 고급 수입차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지만, 지난 봄 서울모터쇼를 통해 미리 한 번 선을 보인 뉴 A클래스는 이미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형 B클래스보다 더 매력적인 스타일로 주목을 받으면서 소형 메르세데스의 메인 모델이 될 것을 예고했었다. 그리고 소형 수입 해치백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이 즈음 핫한 스타일과 운동성능을 강조한 뉴 A클래스가 메르세데스라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폭스바겐 골프, BMW 1시리즈와의 한판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시승회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서울스퀘어 4층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아이패드에 직접 사인하는 것으로 시승 동의서를 받는 모습에서부터 젊은 감각이 묻어났다. 준비된 시승차는 색상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있어 젊은 감각에 잘 어울렸다.
서울스퀘어를 출발해 서울 시내를 빠져 나올 동안 빨강, 파랑 A클래스는 화려한 스타일로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림픽 대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잠시 달린 후 휴게소에 들렀을 때 좀 더 자세히 내 외관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이번 A클래스는 앞바퀴 굴림 정통 해치백이다. 신형 E클래스와 S클래스를 통해 선보인 새로운 앞모습 패밀리 룩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메르세데스의 이미지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그런 이미지는 직선이 거의 없이 곡선을 많이 사용한 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화려한 앞모습에 비해 뒷모습은 다소 부드럽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305×1,770×1,445mm이고, 휠베이스가 2,700mm인데, 폭스바겐 골프의 4,255×1,790×1,452mm, 2,637mm나 BMW 1시리즈의 4,324×1,765×1,421mm, 2,690mm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시각적으로는 키가 낮으면서 길고 풍만해 보인다. 휠베이스가 골프보다 63mm 길고, 1시리즈와는 비슷하지만 1시리즈는 후륜구동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세 모델 중에서 좀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기대할 수 있겠다. 참고로 현대 i30의 휠베이스는 2,650mm이고, 아반떼와 구형 i30 CW가 2,700mm로 같다.
A클래스는 A200 CDI 한가지 파워트레인에 옵션을 달리한 3가지 트림이 소개되었다. 기본형과 스타일, 나이트 트림이 그것인데,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모델들이 엘레강스, 아방가르드 등으로 트림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지만 젊은 메르세데스답게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이다.
외관에서는 스타일 트림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바디컬러에 크롬이 적용되었고, 16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된 반면, 나이트 트림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창문 아래 벨트라인, 사이드 미러에 고광택 블랙 트림이 적용되었고, 18인치 5스포크 알루미늄 휠과 스테인레스 스틸 듀얼 배기 파이프가 적용된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인테리어는 X자 형상의 에어컨 공기 배출구가 가운데 3개, 좌우에 1개씩 자리잡은 모습이 B클래스와 많이 닮았다. 스티어링 휠도 같은 것을 사용한다. 배출구 테두리 원과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트림에 따라 마감이 약간 다르다. 테두리 원이 실버 크롬인 것은 나이트, 블랙에 크롬이 더해진 것은 스타일, 스티어링 휠의 3시와 9시 방향 손 잡는 부분을 천공 처리한 것은 나이트, 일반 가죽인 것은 스타일이다. 스포츠 계기판도 매력적인 아이템 중 하나다.
A클래스 실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다. 스타일이 화려하고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도 좋다. 가장 자리 부분은 인조가죽으로, 시트백과 방석 가운데 부분은 직물로 덮었는데, 굵은 직물에 흰색 스티치로 장식해 개성 있는 감각이 돋보인다.
변속기가 칼럼식이어서 센터 터널엔 다양한 수납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네비게이션은 B클래스처럼 모니터를 센터페시아에 붙여 놓은 형상인데 현대모비스와 공동 개발한 한국형으로 3D 맵과 한글이 잘 지원된다. 스마트폰과 네비게이션을 무선연결하여 스마트폰의 화면을 그대로 7인치 모니터에서도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카 기능이 적용되었다고 하는데 짧은 시승 중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1.8리터 커먼레일 직분사 디젤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됐다. 엔진에는 4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이 적용되어 한층 더 조용하고 진동이 억제되었다고 한다. 최고출력 136마력/3,600~4,400rpm, 최대토크 30.6kg.m/1,600~3,000rpm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8.0km/L다. 골프 2.0 TDI는 140마력에서 150마력으로 올라갔고, 1시리즈는 118d가 143마력, 120d가 184마력인 것을 감안하면 1.8 디젤의 A200 CDI는 강력한 파워보다는 일상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 엔진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시동을 걸었을 때 정숙성은 단연 돋보였다.
주행을 시작하면 푹신하게 밟히는 엑셀 반응이 다소 생소하다. 단순히 유격이 큰 것은 아니고, 페달 답력이 무척 낮아 푹신하게 밟히면서 깊이 밟았을 때에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반응은 이전 세대 E220 CDI가 페달을 밟고 있으면 약간 뜸을 들인 후 토크가 밀려오던 것과도 다른 느낌이다. 이런 세팅의 의도가 잘 파악되진 않지만 자신의 차로 계속 타면서 적응하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브레이크 페달은 초반부터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 꽤나 대조적이다.
가속력은 탁월하다고 할 수는 없고, 1.6리터 디젤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다. 가속에서도 부드러움이 기본 성격인 듯하다. 0~100km/h 가속에는 9.3초가 걸린다.
기어비는 상당히 좁게 설정되어 있어서 급가속으로 레드존에서 변속하더라도 100km/h를 4단에서야 도달한다. 디젤 엔진의 경우 회전수가 높지 않아 패들 시프트의 효용성이 가솔린 엔진 대비 떨어지는 편인데, A200의 경우 2, 3, 4단의 폭까지 너무 좁아 패들 시프트의 효용성은 더 떨어졌다. 그냥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는 편이 편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기기에 너 낫다. 반면 7단 100km/h로 주행할 때 회전수는 1,600rpm으로 연비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오히려 돋보이는 점은 스티어링 반응과 매력적인 하체다. 메르세데스 모델 중 이렇게 응답성이 좋은 스티어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반응이 정확하고 예리하다. 서스펜션 세팅도 적당히 도로의 상황을 전달하면서 매끄럽게 진동을 소화하고 코너에서 롤을 안정적으로 억제해 준다. 이런 반응들은 도로 주행을 마치고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서킷을 주행할 때 재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A클래스 서킷 주행은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선도 차량을 따라 자유롭게 서킷을 3랩 주행하고 운전자를 교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랩을 돌면서 상황에 따라 선도차가 속도를 높여 주면 A클래스로서는 거의 최대한의 실력으로 서킷을 공략해 볼 수 있을 수준까지 달릴 수 있어서 상당히 즐겁게 A클래스를 즐기고 또 실력 파악도 할 수 있었다.
서킷에서 A클래스는 앞서 말한 것처럼 안정적인 하체와 정확도 높은 스티어링이 돋보였다. 헤어핀에서도 롤을 잘 억제해 하중 이동이 부드럽고, 안정성이 돋보였으며 스티어링은 정교했다. 비교적 코너 진입 속도가 높은 큰 헤어핀에서 코너 진입 후 가속할 때 엑셀 전개 정도에 따라 언더스티어 콘트롤이 쉬운 편이고, 조금 강하게 가속해서 언더스티어가 좀 길게 지속될 경우 하중이 앞바퀴로 쏠리면서 언더스티어 후반에 약간 오버스티어로 돌아서는 반응이 상당히 재미있다.
정교한 스티어링과 하체 반응에 비해 푹신하게 밟히는 엑셀 반응이 약간은 김을 빼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서킷이다 보니 아무래도 엑셀을 계속 밟고 있는 상황이 많아 우려한 것만큼 답답한 정도는 아니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핫한 해치백 A200 CDI는 아직 엔진 베리에이션이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매력적인 하체와 정교한 스티어링이 돋보였다. 이는 211마력의 A250이나 170마력의 A220CDI가 기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타일도 메르세데스 답지 않게 화려하고, 인테리어도 차급을 생각하면 무척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연비도 좋다. 거기다 그릴 가운데 커다랗게 세꼭지별을 달고 있다. 가격은 기본형이 3,490만원, 스타일이 3,890만원, 나이트가 4,350만원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무리 없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동급의 국산 해치백과 비교할 경우 “아니 이렇게 비싼 차에 이런 것도 없어? 차 값은 그랜저인데 옵션은 엑센트 수준에도 못 미치네.” 라고 할 정도로 편의 장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키도, 냉방시트도, 뒷좌석 에어컨 통풍구도, 하이패스도 없다. 심지어 스타일 트림에는 앞은 물론 뒤쪽 주차 센서도 아예 없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매력적으로 잘 만든 핫한 해치백을 경쟁모델과 비슷한 가격으로 장만하려면 분명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럭셔리 브랜드인 메르세데스가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상당히 많은 젊은 고객들이 메르세데스를 처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턱이 그만큼 낮아진 셈이다.
처음 등장했던 A클래스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헤맸던 것에 비하면 새로 나온 A클래스는 명확한 방향성과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찾아와 준 것이 무척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