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8년 간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활약했던 아우디가 세계 내구레이스 선수권(WEC)에서 철수한 데 이어, 폭스바겐이 내년부터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터스포츠 분야를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디젤게이트의 여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지난 주말 영국 웨일즈 랠리를 우승하며 2016년 시즌 종합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곧이어 지난 월요일부터 폭스바겐의 WRC 철수설이 외신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2일(현지시각), 폭스바겐 모터스포츠는 2017년부터 WRC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월요일 있었던 폭스바겐 그룹의 이사회에서 디젤게이트 사건의 후폭풍으로 인해 성공적이었던 폭스바겐의 WRC 프로그램까지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 이로써 2017년 새로운 규정에 맞춰 차세대 레이스카를 준비해 오던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팀은 영영 새로운 레이스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18년 연속으로 포디움에 올라 13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아우디의 철수 역시 충격적이었지만, 모터스포츠 업계에서는 같은 그룹 내의 포르쉐가 르망에 컴백하면서 아우디가 르망을 떠날 것이라는 루머가 계속 돌았던 만큼 예상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또 아우디는 전기차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포뮬러-E 레이스에 출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야심찬 출범으로부터 불과 4년 만에 이뤄진 폭스바겐의 철수는 팬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으로 전해졌다. 특히 출전 첫 해부터 4년 연속으로 컨스트럭터 챔피언과 드라이버 챔피언을 모두 거머쥐는 등 매우 성공적인 실적을 내온 만큼 급작스러운 철수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폭스바겐이 내년도 레이스카까지 준비했음에도 WRC에서 철수하는 것은 디젤게이트의 여파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막대한 파장을 불러 온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폭스바겐은 북미에서만 최대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 8,000억 원)에 이르는 보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그 규모는 훨씬 크다. 이 같은 재정적 부담때문에 큰 비용이 드는 모터스포츠 분야의 정리가 먼저 이뤄지는 것.
이에 따라 향후 폭스바겐 그룹의 모터스포츠 계획은 WEC에 출전하는 포르쉐와 포뮬러-E에 출전하는 아우디 등 2개 회사만 명맥을 유지할 전망이다. 폭스바겐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출전계획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한편, WRC의 절대강자였던 폭스바겐의 철수에 따라 내년 시즌 현대 월드랠리팀의 우승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7년 새로운 규정에 맞춰 시트로엥이 새 레이스카를 투입하고 토요타가 새로 출전하지만, 출전 첫 해인 만큼 머신 세팅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대차로서는 숙원인 WRC 시즌 우승을 노리기에 최적의 기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