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랜저의 저력은 대단했다. 현대자동차는 11월 2일 사전계약을 개시한 자사의 신형 그랜저가 사전계약 첫 날 1만 5,973대 계약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국산차 중 최다로, 지난 2009년 YF 쏘나타가 기록한 1만 827대의 기록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또 2010년 현행 그랜저 HG의 사전계약 첫 날 계약대수는 7,115대로 그랜저 자신의 기록도 2배 넘게 갱신한 셈이다. 올해 준대형 세그먼트에서 가장 인기를 끈 기아 K7의 경우도 사전계약 첫 날 2,000여 대, 출시까지 7,500여 대가 계약된 데에 그쳐 이번 그랜저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단순 계산해 보면 신형 그랜저는 24시간 동안 1분에 11.1대씩 계약된 셈이며, 전국 830개의 현대차 영업소 당 평균 19대 계약된 것이다. 또 올해 1~10월 국산 준대형 세그먼트의 월평균 판매량이 1만 586대인 것을 고려할 때 이를 크게 상회한 기록이다.
신형 그랜저의 사전계약 흥행 요인에 대해 현대차는 상품성 개선을 요인으로 꼽았다. 이전보다 훨씬 젊고 감각적으로 바뀐 디자인과 현대 스마트 센스를 필두로 한 동급 최고수준의 편의사양에 대한 고객들의 호응이 높았다는 것.
특히 현행 모델이 YF 쏘나타와 디자인 상 크게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신형 그랜저는 동생인 쏘나타와 완전히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추면서도 기존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이어받고, 준대형 세그먼트의 수요가 젊은 층으로 이동하는 것을 반영해 보다 역동적인 디자인을 채택하는 등 시장 변화에 걸맞게 변화했다는 평가다.
편의사양 면에서는 동급 최고수준의 다양한 사양들과 더불어 현대차 사상 최초로 도입된 현대 스마트 센스 기능이 빛을 발했다. 동급 최초의 조향보조 시스템(LKAS)은 물론 긴급제동, 후측방 경보,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현대의 최신 안전사양이 대거 투입됐다.
또 온라인 채널을 통한 디자인 공개와 웹무비 PPL 등으로 사전계약에 앞서 디자인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도 렌더링만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하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가격에 대한 평도 대체로 좋았다. 신형 그랜저의 가격은 3,055~3,920만 원(LPi 제외)으로 주력인 2.4 가솔린은 50~75만 원 가량 소폭 인상되고 가장 인상폭이 큰 디젤도 150만 원여 인상에 그쳤다. 3.0 가솔린의 경우 아예 동결되거나 일부 인하되기도 해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환경 상 그랜저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팔라, SM7 등 경쟁사 모델들이 맥을 못 추고 있고, 가장 큰 라이벌인 K7 역시 그랜저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한 상황에서 그랜저의 흥행은 당연한 것”이라며 “더군다나 출시 시기가 법인 인사와 명절 특수 등이 겹쳐 당분간 국산차 판매 1~2위를 휩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형 그랜저를 계약한 A씨는 “중형차 풀옵션을 알아보다가 그랜저까지 고려하게 됐다”며 “마땅히 차종을 못 정하다가 가격도 별로 오르지 않고 디자인이나 상품성이 개선된 점이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그랜저가 사전계약 첫 날부터 압도적인 기록을 세워 최종적으로 출시 시점까지 몇 대가 계약될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상 첫 날 계약댓수의 2~3배 가량 계약되는 것을 감안하면 총 3~4만 대 이상의 역대 최대규모 사전계약이 성사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