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국산차의 내수 판매가 각각 소폭 성장하는 추세를 보인 가운데, 12년 만의 총파업으로 현대차의 내수판매는 크게 주저앉았다. 현대차는 올 들어 가장 저조한 판매를 보이면서 2위인 기아차와의 격차도 3,000대 선으로 좁혀졌다.
현대차, 부진 속 “파업” 악재… 제네시스 빼면 기아차에 뒤쳐져
점유율 하락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는 설상가상으로 12년 만의 노조 총파업이 시작되면서 국내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의 9월 국내 판매는 4만 1,548대에 그쳐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대비 20% 줄어든 것이며, 지난 6월 개소세 인하 특수로 6만 9,970대를 판 이래로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나마 체면을 지켜준 것은 꾸준히 높은 판매를 기록 중인 싼타페다. 싼타페는 한 달동안 7,451대나 팔려 국산차 전체 판매에서도 1위에 섰다. 쏘나타, 아반떼, 투싼 등 주력 모델들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쏘나타와 함께 승용 쌍두마차였던 그랜저는 풀체인지를 앞두고 전년 동월대비 판매가 47.9%나 줄어든 3,268대에 그쳤다. 풀체인지를 거친 i30와 부분변경을 맞이한 아슬란은 각각 172대, 98대에 그쳐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i30는 사전계약 물량이 있는 만큼 공급이 본격화되는 10월부터는 판매 신장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올해 출시된 아이오닉 등 신차들이 좀처럼 활약하지 못하는 가운데 제네시스 브랜드는 안정적인 판매를 보였다. G80은 3,500대, EQ900은 976대가 판매돼 전월과 거의 동일한 4,476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제네시스 브랜드를 제외한 현대차만의 내수 판매가 이미 기아차에 뒤쳐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 둔화,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 어려운 시장상황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업체간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면서 “신형 i30 등 신차를 앞세워 글로벌 주요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현대차 턱밑 추격… 승용·RV 모두 순항 중
기아차는 파업 여파로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전월 대비 소폭 성장한 3만 8,300대를 판매했다. 쏘렌토를 주축으로 한 RV 모델들이 활약하는 한편 승용 라인업도 안정적으로 판매를 이어갔다.
쏘렌토는 6,436대가 팔리며 싼타페에 이어 내수 2위를 차지했다. 7, 8월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쏘렌토를 필두로 카니발(3,927대), 스포티지(3,658대) 등 주력 RV 모델들이 꾸준히 안정적인 판매를 보였다. 8월 판매가 급락했던 소형 SUV 니로도 9월 2,054대를 팔며 판매량 회복에 성공했다.
승용 라인업에서는 쉐보레 스파크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모닝이 지난 달 5,790대를 팔며 스파크를 눌렀고, 1월 출시 후 꾸준히 사랑받는 K7이 4,353대 판매되며 준대형 1위를 고수했다. 중형차 전쟁으로 판매 급감이 우려됐던 K5도 3,315대가 팔리며 월 3,000~4,000대 선에서 저지선을 확보했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점유율 차이가 갈 수록 좁아지고 있지만, 지난 달 판매량은 올 들어 가장 근소하게 좁혀졌다. 현대차와의 격차는 3,248대에 불과한데, 4,476대가 팔린 제네시스를 빼면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선 셈이다. RV의 지치지 않는 인기의 영향이 크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판매 신장을 위해서는 파업 해소가 시급해 보인다. 기아차의 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14.9% 감소했으며 해외 판매 중 국내 생산분 역시 19.5%나 줄었다. 생산차질을 극복하면 연내에 내수 1위로 올라서는 것도 무리는 아닐 전망이다.
한국GM, 각양각색 신차로 소비자 유혹한다
한국GM은 9월 내수에서 1만 4,078대를 판매해 전월 대비 10.2%의 성장세를 보였다. 주력 모델들의 약진은 물론, 판매량에 영향은 미미하지만 독특한 신차 투입으로 특정 소비자를 “취향저격”하는 면모를 내세웠다.
한국GM 신차 3대 중 1대 이상이 스파크였다. 스파크는 5,656대가 판매돼 모닝과 엎치락 뒷치락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출시 1년이 넘었지만 꾸준히 5,000대 이상 판매를 유지하며 한국GM의 효자모델로 등극했다.
말리부 역시 파업 종료 후 판매량을 회복했다. 지난 달 판매량은 3,970대로 전월대비 43%, 전년 동월대비 100.9%의 고성장이다. 현재까지도 2개월치 이상 물량이 확보돼있는 만큼 당분간 4,000대 내외의 판매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새로 투입된 수입 모델은 카마로와 볼트(Volt)다. 카마로는 6.2L V8 엔진을 얹고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700대 이상 계약을 받는 이변의 주역이 됐다. 9월부터 고객 인도가 본격 개시돼 134대가 판매됐다. 볼트(Volt) PHEV는 연내 일반판매는 어려워졌지만, 18대의 카셰어링 공급이 이뤄졌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일반 판매를 개시한다.
그러나 여러 모델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대비 판매는 14.1% 감소한 수치다. 일부 모델이 판매를 견인하는 한편 다른 모델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된 까닭이다. 캡티바·올란도·트랙스 등 RV 라인업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50.7%나 줄었고, 아베오·크루즈도 모델 노후화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해 반짝 인기를 끌었던 플래그십 세단 임팔라 역시 전년 동월대비 69% 줄어든 602대 판매에 그쳤다. 그나마 아베오와 트랙스가 연내 부분변경을 앞둔 것이 위안이다.
르노삼성, 수출 줄었지만 내수 파죽지세
올해 돌풍의 주역이 된 르노삼성은 내수에서 9,222대를 팔아 월 1만 대 고지를 목전에 뒀다. SM6의 꾸준한 인기와 더불어 신규 SUV, QM6가 첫 달부터 공급이 원활한 덕이다.
SM6는 4,217대가 팔려 브랜드 판매의 절반 가량을 이끌었다. 전월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추석 연휴 등으로 영업일수가 적었던 것을 고려할 때 의미있는 변화는 아니다. 파워트레인 별로 보자면 LPe가 756대(17.9%), 1.5 dCi가 684대(16.2%), 1.6 TCe가 466대(11.1%)가 판매돼 2.0 GDe(2311대, 54.8%) 이외의 파워트레인 판매 비중도 경쟁 모델보다 높은 추세를 보였다.
이와 더불어 QM6가 첫 달 2,536대 팔리면서 르노삼성의 두 번째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사전계약이 1만 대 이상 확보된 만큼 향후 공급에도 차질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QM6(수출명 콜레오스)는 부산 공장이 글로벌 물량을 전량 생산하기 때문에 향후 주력 수출상품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QM3 역시 1,032대로 월 1,000대 선의 판매가 유지되고 있다.
부산공장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닛산 로그가 모델체인지로 일시적 감산에 돌입하면서 르노삼성의 9월 전체 판매는 38.8% 감소했지만, 내수만 놓고 보자면 전월대비 19.6%, 전년 동월대비 39.6%나 늘어난 수치다. SM6와 QM6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기타 모델의 부진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LPG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SM7은 전월대비 33.6% 감소한 511대 판매에 그쳤고, SM5(274대), SM3(558대) 등 승용 주력 모델들도 꾸준히 판매가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볼륨이 큰 준중형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SM3 후속모델의 출시가 절실해 보인다.
쌍용차, 꾸준한 내수 성장세… 내년 신차 기대한다
쌍용차는 내수 8,011대를 팔아 전월대비 4.4% 성장을 기록했다. 내수만 보자면 전년 동월대비 1.2% 감소했지만 수출 시장의 반등으로 전년 동월대비 종합 5.7% 판매가 늘었다.
9월 역시 판매의 주역은 티볼리다. 티볼리 2,475대, 티볼리 에어 1,581대 등 티볼리 브랜드만 4,056대가 팔려 내수 판매의 과반을 담당했다. 특히 2017년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LKAS 등 첨단사양을 도입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체 티볼리 판매는 전월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9월에는 타 라인업의 선전이 눈에 띈다. 코란도C 609대, 렉스턴W 451대, 코란도 스포츠 2,357대 등 대부분의 모델 판매가 전월 대비 증가하는 긍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482대가 판매돼 전월대비 무려 47%의 깜짝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쌍용차는 올해까지 티볼리 브랜드로 탄력을 받아 판매를 이어나가는 한편, 내년 풀사이즈 SUV인 Y400을 투입해 성장세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Y400은 당초 렉스턴 후속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업계에 따르면 렉스턴과 별개의 상위 모델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Y400은 프레임 바디 구조를 유지하며, 2.2L 디젤 엔진과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다. 변속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에서 기아 모하비가 독점하고 있는 풀사이즈 시장에 도전하며, 향후 유럽 등지에 수출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