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대박”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2017년형 티볼리에 깜짝 자율주행 기능이 투입된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가격대비 뛰어난 자율주행 기능을을 갖춘 쌍용 티볼리는 내년에도 소형 SUV 시장의 절대강자로 순항할 전망이다.
작년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소형 SUV는 여전히 인기있는 세그먼트다. 쉐보레 트랙스가 열고, 르노삼성 QM3가 띄웠으며, 쌍용 티볼리가 파이를 키우면서 현재 소형 SUV는 내수에서만 월 8,000대 가량의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 모델들도 잇달아 출시되고, 올 들어서는 기아 니로와 시트로엥 C4 칵투스 등이 뛰어들면서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임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반박의 여지 없이 공고한 최강자는 티볼리다. 특히 왜건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티볼리 에어가 합류하면서 올 들어 월 5,000대 가량의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체의 60~70%인 셈이다. 뛰어난 상품성과 매력적인 디자인은 물론 부족함 없는 기본기, 그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까지 흠잡기 어려운 구성은 모든 경쟁자를 압도했다. 이렇다 할 신차가 없었던 쌍용에게도 단비같은 존재가 돼서 차기 신차 개발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고, 수출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출시 1년 반에 즈음한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면서 가장 핵심적으로 추가된 것은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운전자보조) 기능이다. 세부적으로는 5가지 기능으로 구성됐는데, 그 중에서도 LKAS(차선유지보조시스템)가 화제가 됐다. 차선 이탈을 경고해주는 LDWS가 수동적인 경고에 그친다면 LKAS는 능동적으로 조향에 개입해 실질적인 주행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티볼리는 국산 SUV 중에서는 역대 최초로 LKAS를 도입됐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모하비나 판매의 주축을 이루는 중형 SUV에도 적용되지 않은 기술이 엔트리 모델인 티볼리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완성차들의 첨단사양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쟁사들의 소극적인 기술 도입은 분명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국산차 중 LKAS가 탑재된 모델은 제네시스 EQ900과 G80, 쉐보레 말리부, 그리고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정도다. 수입차 중에서는 4,000~5,000만 원대 이상의 고가 차량에만 도입되고 있어 티볼리는 가장 저렴한 LKAS 적용 차종의 영예도 얻었다.
LKAS를 켜지 않더라도 차선이탈경보(LDWS)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앞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 가능성이 있을 때 작동하는 전방추돌경보(FCWS)와 자동긴급제동(AEBS)까지 탑재됐다. 또 대항차량이나 앞 차량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하이빔 어시스트(HBA)까지 5가지 기능이 티볼리의 ADAS를 구성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티볼리 뿐 아니라 티볼리 에어에도 동일한 기능이 적용된다.
한 가지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이라면 주로 차선유지보조기능과 한 세트로 취급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빠져있다는 것이다. 일반 크루즈 컨트롤은 트림에 따라 탑재되지만 ACC가 없기 때문에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가·감속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다.
물론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다고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이름만 번지르르하고 실제 작동이 형편없는 주행보조장치를 수없이 만나 왔다. 그간 첨단 주행보조장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쌍용의 ADAS를 믿고 타도 괜찮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에 나섰다. 시승차는 2017년형 티볼리에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라 불리는 ADAS 옵션이 탑재된 사양. 서울 강남 역삼동에서 충남 천안에 이르는 편도 1시간 30분 가량의 코스를 직접 달리며 티볼리의 신기술을 “검증”해 보기로 했다.
내·외관에서 크게 바뀐 점을 찾기는 어렵다. 일부 사양이 조정되면서 기본 트림에서 LED 주간주행등이 선택사양으로 빠진 점은 아쉽다. 물론 기본 트림을 제외한 전 모델에는 여전히 LED 주간주행등과 LED 테일램프가 기본사양이다.
실내에서는 쾌적성 개선을 위한 요소들이 추가됐다. 좀처럼 편안한 운전 자세가 나오지 않던 스티어링 휠에 텔레스코픽 기능을 추가해 이제는 어렵지 않게 시트 포지션을 잡을 수 있다. 텔레스코픽 작동 범위도 넓은 편이다. 또 동승석에도 2단 통풍 기능이 추가됐는데, 여전히 아날로그 식으로 작동하지만 시동을 껐다 켜면 꺼져버리는 이상한 조작 다이얼은 그대로 유지됐다.
2열 거주성도 개선됐다. 기존 티볼리 에어에 적용되던 리클라이닝(각도 조절) 범위를 티볼리에도 확대적용해 티볼리의 리클라이닝은 27.5도에서 32.5도로 늘어났다. 또 방석에만 적용되던 열선을 등받이로 확대적용하고, 전 모델에 센터 암레스트를 기본화하는 등 상품성이 좋아졌다. 기존 티볼리도 동급에 비해 2열 거주성이 좋은 편이었는데 더 좋아졌다.
티볼리 에어에 적용되던 트렁크의 러기지 보드와 러기지 사이드 커버도 티볼리에 추가되면서 트렁크 사용 편의성도 높아졌다. 아무래도 올 초 투입된 티볼리 에어보다는 일반 티볼리의 개선폭이 더 크다.
파워트레인은 기존에서 변화가 없다. 최고출력 126마력의 1.6 가솔린과 최고출력 115마력의 1.6 디젤 등 두 종류. 둘 다 아이신 6속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가 탑재되며, 가솔린에서는 수동변속기도 선택 가능하다. 이미 여러 차례 시승을 통해 그 성능이나 연비는 검증된 부분인 만큼 이번 시승에서는 ADAS 확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승 코스의 대부분이 경부고속도로 구간인 만큼 고속도로에 오르자마자 LKAS가 작동을 시작했다. 티볼리의 LKAS는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 조향을 보정해주는 소극적인 차선이탈방지 기능과 아예 차선을 인식하고 따라가는 능동조향보조 기능 등 2가지 모드로 작동하며, 차량 설정에서 직접 끄지 않는 이상 60km/h 이상의 속도에서 자동으로 작동한다. 시내의 저속구간에서는 활용하기 어렵지만 고속도로에서는 거의 항상 자동으로 조향보조가 시행된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약 10초 뒤 경고음과 함께 기능이 해제된다.
차선 인식은 전적으로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에 의존한다. 실제 주행에서의 인식률도 매우 뛰어나 만족도가 높다. 차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좌우로 휘청이며 불안한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티볼리의 LKAS는 정확히 차선의 한가운데를 따라 달렸다. 곡률이 있는 구간에서도 어려움 없이 차선을 유지해 오히려 경쟁사보다 진보됐다고 느껴진다.
카메라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 인식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공교롭게 천안에 내려가는 동안 국지성 소나기가 오다 그치길 반복했는데, 굵은 빗방울이 맹렬하게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서도 정확히 차선을 인식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다. 야간에 시승해 본 다른 기자에 따르면 한밤중에도 차선을 잘 따라간다고 한다. 타사의 LKAS는 걸핏하면 차선을 놓치기 일쑤라 도저히 시스템을 믿을 수 없는데, 그에 비해 티볼리의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게 작동하는 점이 인상깊다.
경유지인 천안 자동차부품연구원에 도착해서는 넓은 시험장에서 또다른 안전사양인 FCWS와 AEBS의 작동을 테스트했다. 테스트는 차량의 뒷모습을 그려놓은 대형 장애물과 사람 마네킹을 세워놓고 티볼리로 별다른 조작 없이 접근하는 것. FCWS와 AEBS는 차량 또는 사람의 모습을 인식하고 작동하기 때문에 일반 벽이나 장애물로는 테스트할 수 없는 까닭이다.
테스트 차량에 동승해 기능 작동을 확인했는데, 장애물에 다가가면서 충돌이 임박하면 경고음이 먼저 울리고, 아슬아슬하게 제동력을 최대한 발휘해 정차한다. 경고음이 소극적인 점은 조금 아쉽다. 정말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보다 요란한 소리를 내도 괜찮았겠다. 어쨌거나 수십 번 진행된 테스트에서 티볼리는 예외없이 충돌을 면했다. 이 기능들은 충돌을 아예 막을 뿐 아니라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단, FCWS는 180km/h 이내의 모든 속도 영역에서 작동하지만 AEBS는 60km/h 이하에서만 작동해 주로 시내에서의 충돌을 예방하는 목적에 그친다.
이쯤 되면 계산기를 먼저 두들기게 된다. 잘 작동하는 것은 좋지만 고가의 차량에만 적용되는 기능들이니 가격이 부담이다. 특히나 티볼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생애 첫 차나 사회초년생의 차로 각광받는 모델인데, 호화 옵션이라면 아무래도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티볼리의 ADAS 5종 세트는 단돈 60만 원짜리 옵션이다. 가격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앞에 숫자 1이 빠진 것은 아닐까? 60만 원에 이 기능들을 탑재하는 것이 가능한가?
쌍용차 관계자에 따르면 티볼리의 ADAS 기능들은 센서를 최소화하고 카메라를 통해 모든 주행환경을 인식하도록 개발됐다고 한다. 초음파 센서나 레이더 등 고가의 센서를 배제한 덕분에 불과 60만 원에 이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것. 차선인식과 차량 및 보행자 인식은 모두 카메라 영상에 대한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이뤄지며, 이러한 연산 제어기능은 이스라엘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카메라 하나에 기초적 자율주행 기능을 맡긴다는 것이 조금 불안할 수도 있지만, 티볼리와 동일한 시스템이 이미 BMW와 볼보 등 주요 브랜드에도 도입 중이라고 하니 믿음이 간다. 무엇보다, 직접 시승을 통해서 그 성능을 확인했으니 의심의 여지가 있겠는가?
함께 티볼리를 시승했던 선배 기자는 “영리하다”는 짧은 말로 티볼리를 정의했다. 기대 이상으로 정확하게 작동한 ADAS 시스템이 영리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아무도 예상 못했던 첨단 기능을 엔트리 모델에, 그것도 매우 공격적인 가격으로 도입한 쌍용차에 대한 평가일 수도 있겠다.
사실 티볼리가 하드웨어 완성도 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모델은 아니다. 티볼리보다 더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연비를 내세운 라이벌들의 도전은 갈 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러한 경쟁에서 티볼리가 왕좌에 오른 것은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상품성이었다. 여기에 추가된 소프트웨어(ADAS) 경쟁력은 라이벌과의 거리를 더욱 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LKAS가 작동하니 기왕이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적용된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도 이미 훌륭하다. 동급 상품성으로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비교대상이 없다.
내년 출시될 렉스턴 후속 또한 이러한 상품성을 이어받아 대형 SUV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겠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2017 티볼리의 가격은 1,651~2,346만 원이며, 2017 티볼리 에어는 1,989~2,501만 원으로 기존보다 소폭 인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