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환상적인 컨디션의 메르세데스-벤츠 190E Evo II 중고 매물이 등장했다. 더 드라이브 등 현지 언론은 “캘리포니아에서 유니콘이 발견됐다”고 대서특필할 정도로 초희귀차량의 등장에 관심을 보였다.
190(코드명 W201)은 오늘날 C 클래스의 전신에 해당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컴팩트 세단이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187만 대 이상이 판매되며 젊고 컴팩트한 메르세데스-벤츠 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80년대는 모터스포츠의 황금기라 할 정도로 여러 대회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들이 펼쳐졌다. 독일의 대표적인 투어링카 대회인 DTM(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는 BMW M3와 메르세데스-벤츠 190E가 세기의 라이벌로 치열한 맞대결을 벌였다.
이번에 매물로 등장한 190E Evo II는 그 대결에서 탄생한 190의 최종진화형이다. 199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등장한 190E Evo II는 500대 이상 양산된 차만 출전할 수 있다는 DTM 호몰로게이션을 충족하기 위해 단 502대만 만들어졌다.
코스워스가 개발한 2.5L 16밸브 DOHC 엔진은 이미 강력했지만, AMG 파워팩을 장착함과 더불어실린더 스트로크를 줄이고 보어를 넓히는 대대적인 재설계를 통해 최고회전수를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또 차 전체에 과격한 전용 바디킷을 두르고 조절식 리어스포일러까지 장착했다.
바디킷과 스포일러 덕분에 공기저항계수(Cd)는 0.29까지 낮아지면서 동시에 다운포스는 대폭 증가했다. 이러한 190E Evo II의 에어로파츠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위치한 슈투트가르트 대학의 교수가 직접 설계했다. 당시로선 거대한 17인치 전용 휠까지 장착해 그야말로 도로를 지배하는 레이스카였다.
파격적인 초대형 리어윙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당시 BMW의 수석 연구원이었던 볼프강 라이츨은 “저런 스포일러를 단 것을 보니, 뮌헨과 슈투트가르트의 공기역학 이론이 다른 것 같다. 저 윙이 성공적이라면 BMW의 풍동실험장은 완전히 새로 지어져야 한다”며 비꼬기도 했다.
어쨌거나 190E Evo II는 눈부신 활약을 펼쳐 1991년과 1992년 DTM 종합 우승을 거뒀다. 오랜 숙적이었던 BMW를 꺾고 거둔 승리였다. 오랫동안 모터스포츠를 떠나 있었던 메르세데스-벤츠에게도 뜻깊은 차량인 만큼 그 소장가치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190E Evo II는 502대만 생산되고 1990년에 무려 8만 달러(2016년 기준 약 15만 달러; 한화 약 1억 6,600만 원)에 판매됐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매니아들에게는 환상의 소장품으로 남아 있다. 이번에 등장한 매물은 281번 째로 생산된 차량.
특히 현재 대부분의 매물이 유럽과 일본에 있기 때문에 북미에서 190E Evo II 매물이 등장한 것은 더욱 화제가 됐다. 심지어 주행거리는 누적 4,800km 남짓으로 완전히 새차같은 컨디션을 자랑한다. 출고 상태 그대로의 레카로 버킷시트와 2열 롤케이지, 브렘보 브레이크 등 경기용 사양도 갖췄다.
외신은 “190E Evo II는 컴팩트 세단 세계에서 달 착륙만큼 놀라운 업적을 기록한 차”라고 극찬했다. 현재 이 차량은 오렌지 카운티에 위치하고 있으며, 판매자는 28만 9,000달러(한화 약 3억 2,0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싸게 느껴질 정도로 깊은 역사적 의미와 건재한 성능을 자랑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