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의 럭셔리 세단 CT6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 중이다. 캐딜락에 따르면 CT6는 사전계약 기간 동안 300대가 넘는 사전계약을 받았다. 이는 CT6의 1차, 2차 선적 물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 상 사전계약이 완판된 것이다.
300대라는 숫자가 절대적으로는 많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기존에 확고한 팬층을 지니고 있는 BMW 7 시리즈가 지난 해 사전계약에서 1,000대 가량이 계약된 것과 비교하자면 브랜드 인지도 대비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더욱이 브랜드 기함이 인기를 끈 만큼 캐딜락에게도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해 캐딜락은 한국에서 886대를 판매했다. 올해 판매 목표는 그 2배인 1,770대다. 하지만 상반기에는 좀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ATS-V 등 고성능 모델을 추가했음에도 상반기 판매량은 394대에 그쳤다. 그런데 CT6가 사전계약으로만 300대 계약에 성공함으로써 올 상반기 브랜드 총 판매와 맞먹는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GM 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캐딜락의 상위 모델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CT6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확실한 가격 경쟁력이 최고의 장점이다.
CT6는 프리미엄과 플래티넘 등 2개 트림으로 운영되며 각각 7,880만 원, 9,58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전장이 5.2m에 달하는 플래그십 세단으로서는 국산, 외산을 막론하고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다. 더욱이 두 트림 모두 선호도가 높은 V6 가솔린 엔진과 전자식 4륜구동을 기본 탑재했다는 점도 장점이다.
편의장비와 상품성 역시 가격대비 매우 뛰어나다. LED 헤드라이트, 원격시동, 무선충전 등 편의사양과 8-에어백, 저속 자동 브레이킹, 전방추돌경보, 후측방경보, 차선유지보조 등 풍부한 안전사양이 전 트림 기본 탑재되며, 상위 트림에서는 2열 전동시트와 디스플레이, 34-스피커 보스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 풀스피드 ACC와 풀컬러 HUD, 마사지 시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나이트 비전 등 첨단 호화 사양을 두루 갖췄다.
주행성능 역시 보장된다. 340마력의 3.6L 직분사 엔진과 8속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는 빠른 변속과 경쾌한 가속력을 갖췄다. 혹한기 눈길 주행에 유리한 AWD가 기본 탑재되고 상황에 따라 승차감을 조절하는 MRC 기능이 탑재되는 등 달리기 실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고급 세단의 주 수요층인 중·장년층의 캐딜락에 대한 높은 선호도도 호재로 작용했다. 기존 캐딜락 라인업이 중·소형 세단과 고성능, SUV 등으로 한정돼 과거의 “최고급차 캐딜락”에 대한 향수가 강한 중·장년층의 선택 폭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것. CT6가 출시되면서 독일차와 국산차 위주인 플래그십 시장에서 개성있는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50대 운전자 K씨는 “플래그십 세단 구입을 고려하면서 EQ900과 S 클래스 등 다양한 모델을 고려했지만, 예전 웅장한 미국차의 향수가 남아 CT6도 진지하게 동일선상에서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CT6의 향후 관건은 물량확보와 상품성 강화다. 캐딜락 관계자는 “물량은 추가로 확보가 가능해 현재 주문 시 10월 경이면 차량 인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제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는 등 다른 수입차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차량을 제때 인도할 수 있는 물량 확보가 절실하다.
또 현재 3.6L 엔진만 갖춘 점도 경쟁 모델 대비 단점으로 지적된다. 경제적인 모델이나 더 고성능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향후 판매가 늘어나면 2.0L 터보와 3.0L 터보 등 여러 모델을 수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와 제네시스 EQ900이 지배하고 있는 플래그십 시장에서 CT6가 다크호스로 활약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